'이'어폰 '끼'고 사는 '여'자입니다. 따끈따끈한 신곡을 알려드립니다. 바쁜 일상 속, 이어폰을 끼는 것만으로도 마음에 여백이 생깁니다. 이 글들이 당신에게 짧은 여행이 되길 바랍니다. [편집자말]
 이진아가 안테나뮤직에 소속되고 1년여 만인 지난 10일 새 앨범을 발매했다. 싱글앨범 <애피타이저>에는 '배불러'와 '라이크 앤 러브(Like &Love)' 두 곡이 수록돼 있다.

이진아가 안테나뮤직에 소속되고 1년여 만인 지난 10일 새 앨범을 발매했다. 싱글앨범 <애피타이저>에는 '배불러'와 '라이크 앤 러브(Like &Love)' 두 곡이 수록돼 있다.ⓒ 안테나뮤직


이진아는 호불호가 갈리는 가수 중 한 명이다. 대체 왜 <K팝스타>의 유희열·박진영·양현석 심사위원은 이진아란 참가자에 그토록 열광했는지, 도무지 그 '호들갑'을 이해하지 못한 시청자가 많았다. 이진아의 목소리는 언뜻 아기 같아서 대중적으로 어필하기 힘들고, 가창력 역시 뛰어나다고 말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이렇듯 이진아를 향해 '불호'를 외치는 이 중에는 가수의 '가창'에 집중하여 음악을 듣는 리스너들이 많다. 반면 호불호의 '호'에 손을 든 이들 중엔 이진아가 만드는 '음악' 전체를 듣는 이들이 많다. 특정 과목의 점수는 과락일지도 모르지만, 전체적인 평점은 우수한 가수랄까. 가창만 떼어내서 몰입하는 대신, 리듬·멜로디·화성·연주 등 곡 안에 든 전부를 종합적으로 듣다 보면 이진아만의 특·장점을 분명 발견할 수 있다. 그녀에 대한 평가를 180도 달라지게 하는 출발점이 바로 여기이다.

이진아의 진짜 매력을 찾는 법

<K팝스타>에서 들려준 그녀의 자작곡들을 떠올려보자. 멜로디만 들으면 딱 동요 같고, 가사만 들으면 딱 소녀 감성의 예쁘기만 한 노래 같은데, 뭔가 단순하지 않은 음표들의 움직임으로 번득인다. '이게 뭔가' 싶어 가만히 들어보면, 단순히 유행을 좇는 음악이 아니라 어딘지 창의적이고 우아한 데가 있는 음악이다.

특히 건반 연주는 마치 20세기 초에 유행하던 재즈풍의 클래식을 듣는 기분이 든다. 거슈윈의 곡들처럼 듣고 있으면 그루브한 리듬에 몸이 들썩거리는데, 그렇다고 그것이 일렉트로닉 음악에서 느끼는 종류의 '신남'은 아니다. 

음악전문가들이 말하는 대위법, 화성학 등에 대해서 잘 모르더라도, 이진아가 만든 곡에선 '이진아스러운' 독자성이 분명하게 느껴진다. <K팝스타>를 통해 접한 그녀의 자작곡 '시간아 천천히', '냠냠냠', '마음대로', '편지', '겨울부자', '두근두근 왈츠'는 다음을 예측할 수 없이 흘러가는 기발함과 자유분방함이 넘친다. 그러한 재즈 스타일의 음악적 어법과 유려한 연주는 이진아만의 특급 무기다. 대중가수 중에 이렇게 완성도 높은 음악을 스스로 만들어내는 이는 많지 않다. 싱어송라이터 가운데서도 음표를 이렇게 촘촘하고 치밀하게 그려내는 이 역시 드물다.

그런 이진아가 지난 10일 새 앨범을 발표했다. <K팝스타> 오디션이 끝나고 유희열이 수장으로 있는 안테나뮤직에 둥지를 틀고 1년여 만에 내놓은 신곡이다. 이번 싱글앨범 <애피타이저(Appetizer)>는 <진아식당> 3부작의 첫 번째 앨범이라고 한다. 이 앨범에 담긴 주제곡 '배불러'를 들어봤다.

개인적인 감상을 말하자면, 지금까지 들었던 이진아의 곡과 느낌이 좀 달랐다. '배불러'는 처음부터 끝까지 가득 찬 느낌, 화려함으로 반짝거리는 인상을 주었다. 특히 여러 악기가 사용된 점이 기존의 건반 하나로 들려주던 이진아의 곡과는 사뭇 다르게 다가왔다. 물론 악기를 다양하게 사용했다고 해서 곡 자체가 화려해졌다고 말할 순 없다. 작곡과는 다른 이야기니까. 하지만 이진아의 노래라는 이유로, 건반 이상의 몇몇 악기가 추가된 것만으로도 조금 복잡하게 느껴졌다.

이진아에게는 이진아스러운 음표가 있다

 이진아 '배불러'

이진아 '배불러'에는 그녀만의 감수성이 녹아 있다. 그녀가 최고의 가수는 분명 아니지만, 대체 불가능한 그녀만의 음악 세계를 구축해 나가고 있는 건 분명하다.ⓒ 안테나뮤직


아마, 그 자체로 화려한 이진아의 음표들을 피아노 연주로만 집중해 따라가고 싶은 욕심일 수 있다. 곡 중반부에 피아노 솔로 부분이 있긴 하지만, 드럼 소리가 여전히 함께 들려 온전히 섬세한 연주에 집중하기엔 무리가 있었다. 처음엔 하나의 악기로 시작해, 중간중간 다른 악기들이 더해지는 구성도 좋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물론 <K팝스타> 때처럼 혼자 끼적끼적 만들어 들려주는 음악과 달라야 하는 게 당연하겠다. 유희열이란 유능한 프로듀서와 스태프들의 역량이 다 녹아있는 곡인 만큼, 들을 거리가 풍성하여 훌륭하게 들리는 것도 사실이다. 다만 건반 연주 하나로 들었던 이진아의 음악에 귀가 익숙해져 있는 기자 같은 이들이라면, 화려함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릴 수도 있겠다.

모든 걸 차치하더라도 '배불러' 안에는 '이진아다움'이 분명하게 녹아 있다. 재즈풍의 작곡도 작곡이지만 한층 더 소녀다워진 가사는 이진아가 아니면 그 누구도 쓰지 못할 것이다. 단지 그의 음악을 사랑하는 청자로서 욕심을 부려보자면, 언젠가는 다른 악기 하나 없이 연주자용 스타인웨이급 피아노에 앉은 그녀의 노래를, '여백'과 함께 들어보고 싶다.

객관적이지 않습니다. 사심을 담습니다. 다만 진심입니다. 제 글을 읽는 누군가에게 제 진심이 닿으리라 믿습니다. 공채 7기 입사, 사회부 수습을 거쳐 편집부에서 정기자 생활을 했고 지금은 오마이스타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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