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특별수사:사형수의 편지>는 거대권력으로 상징되는 대해제철의 '여사님'과 힘없는 소시민으로 상징되는 '순태', 그리고 사건의 모든 전말을 밝히려는 주인공 '필재'가 중심이 되는 이야기다.

영화 <특별수사:사형수의 편지>는 거대권력으로 상징되는 대해제철의 '여사님'과 힘없는 소시민으로 상징되는 '순태', 그리고 사건의 모든 전말을 밝히려는 주인공 '필재'가 중심이 되는 이야기다. ⓒ 영화인


권력과 돈으로 살인까지 덮어버린 재벌가의 만행을 파헤치는 사건브로커의 통쾌한 수사극. 6월 16일 개봉 예정인 <특별수사:사형수의 편지>의 한 줄 줄거리다. 이 영화, 볼까 말까 고민하는 이들이라면 31일 오후 서울 왕십리 CGV에서 열린 언론시사회에 대한 이 기사를 살짝 참고해도 좋겠다.

스토리 : 나와 상관없는, 세상의 불의에 대하여

<특별수사:사형수의 편지>는 자연스럽게 류승완 감독의 <베테랑>, 이일형 감독의 <검사외전>을 떠올리게 한다. 권종관 감독은 우연히 들은 한 마디 대사에 꽂혀서 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썼다고 한다. "세상이 이렇게 유감인데 도와달라는 이야기는 하지 마, 나와 상관없는 이야기니까."

사람이 옆에서 억울하게 죽어가도 나와 상관없는 일이니까, 괜히 끼어들었다가 다치거나 귀찮아질 수 있으니까 도와주지 않는 건 현실에서 예삿일이 되어간다. 이런 현실에 대해 감독은 이야기하고 싶었다.

"그 한 마디 대사가 저한테 깊이 다가왔다. 이것으로 영화를 만들어보자 생각했다. 영남제분 여대생 살인사건, 익산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 등 이 영화의 모티브가 된 여러 사건들을 접한 것도 그 즈음이었다. 이것들을 이용해서 무겁지만 무겁지 않게 이야기를 만들어보자 해서 만든 영화다. 이 영화는 '나와 상관없다'는 한 마디 말을 중심으로 풀어나갔다."

색다른 통쾌함 : 사건보다 관계에 주목하다

 영화 <특별수사:사형수의 편지> 김종관 감독은 속물 필재(김명민 분)를 입체적 인물로 그렸다. 사건이 진행돼 가며, 돈이 아닌 진심으로 움직이는 특징을 부여한 것. 이런 설정은 마치 공식처럼 뻔한 면이 있지만, 메시지를 던져주기도 한다.

영화 <특별수사:사형수의 편지> 권종관 감독은 속물 필재(김명민 분)를 입체적 인물로 그렸다. 사건이 진행돼 가며, 돈이 아닌 진심으로 움직이는 특징을 부여한 것. 이런 설정은 마치 공식처럼 뻔한 면이 있지만, 메시지를 던져주기도 한다. ⓒ 영화인


<특별수사>는 통쾌하다. 짠하게 통쾌하다. <베테랑> <내부자들> 등 일명 '갑질'을 다룬 영화와 비슷한 스토리지만, 조금 색다른 느낌의 통쾌함을 주는 데는 이유가 있다. 권종관 감독은 사건이 아닌 관계에 주목한 것이 이 영화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제가 봤을 때 다른 영화들은 갑질하는 자와 그 반대편에 선 자의 대결 위주이다. 스토리를 위주로 했다. 그러나 <특별수사>는 대결보다는 인물간의 관계, 그 변화에 중점을 두고 만든 이야기다. 처음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사건의 피해자인) 순태(김상호 분) - 동현(김향기 분) 라인이 영화에서 중요한 지점이 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통쾌함의 지점도 조금 다르다. 감독은 "영화를 다 보시고 통쾌함을 느끼셨는지 모르겠다"며 진정으로 시원함을 주는 부분에 대해 말했다.

"이 영화는 사건보다 관계에 주목했기 때문에 단지 여사님(김영애 분)을 이겨서 통쾌함을 느끼는 건 아닐 것이다. 부녀가 서로 만나게 하고 투벅투벅 걷는 필재(김명민 분)의 뒷모습, 그게 진짜 통쾌한 부분이다."

캐릭터 : 묻히지 않고 모두 살다

 영화 <특별수사:사형수의 편지>에서 김명민은 액션 연기를 선보인다. 31일 오후 서울 왕십리 CGV에서는 열린 언론시사회에서 김명민은 "액션은 타고난 것 같다"며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이어 "과거 액션스쿨에서 6개월 정도 연습했던 경험이 아직도 몸에 남아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영화 <특별수사:사형수의 편지>에서 김명민은 액션 연기를 선보인다. 31일 오후 서울 왕십리 CGV에서는 열린 언론시사회에서 김명민은 "액션은 타고난 것 같다"며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이어 "과거 액션스쿨에서 6개월 정도 연습했던 경험이 아직도 몸에 남아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 영화인


김명민과 성동일의 호흡은 이 영화에서 가장 재미를 주는 부분이다. 김명민은 이날 성동일을 '애드리브의 황제'라고 부르며 칭찬했다. 현장에서 성동일 덕분에 즐겁게 촬영했다는 김명민은 "테이크 할 때마다 성동일은 대사를 다르게 하기 때문에 그 다음을 기대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이어 "대사를 항상 추가하고 다른 템포로 던진다, 매 장면 예기치 않은 것을 발생시킨다"며 가발 에피소드 장면에서 너무 웃겨서 촬영을 못할 정도였다고 털어놨다.

이 영화의 관람포인트를 묻는 질문에 김명민은 "저희 영화는 출연 배우들 자체가 관람포인트"라고 답했다. 어느 하나 묻혀 있는 캐릭터가 없고 다 살아있는 것이 장점이라는 설명이다. 이어서 그는 함께 연기한 배우들에 대한 존경과 칭찬을 입이 마르도록 했다.

"저는 영화에 처음부터 끝까지 나오긴 하지만 한 게 없다. 김영애 선생님의 대단하신 연기를 보면서 리액션 한 거 밖에 없다. 또 향기는 어린 아이가 어떻게 그렇게 연기를 잘하는지, '삼촌연기 이상한 거 있으면 스스럼없이 이야기하라, 그래야 발전이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끝까지 이야기를 안 하더라."

 31일 오후 서울 왕십리 CGV에서는 열린 <특별수사:사형수의 편지> 언론시사회에서 김명민은 "기술시사 때 영화를 처음 봤는데, 생각보다 잘 나왔더라"며 "시나리오대로 나오면 영화가 좀 칙칙할 것 같았는데, 감독님이 편집을 잘 하신 것 같다"고 만족해했다.

31일 오후 서울 왕십리 CGV에서는 열린 <특별수사:사형수의 편지> 언론시사회에서 김명민은 "기술시사 때 영화를 처음 봤는데, 생각보다 잘 나왔더라"며 "시나리오대로 나오면 영화가 좀 칙칙할 것 같았는데, 감독님이 편집을 잘 하신 것 같다"고 만족해했다. ⓒ 영화인


악역을 맡은 김영애의 연기 변신도 눈에 띈다. 김영애는 겉으로는 아무 문제 없어 보이지만, 실상은 권력을 남용해 악행을 저지르는 대기업 대해제철의 안주인 '여사님'을 연기했다. 갑질 그 이상을 하는 악질 인물을 자연스럽게 소화한 김영애는 이번 연기를 통해 '그들의 세상'에 대해 조금은 이해하게 됐다고 말했다.

"심심치 않게 갑질에 대한 뉴스를 보면서, 대체 어떤 생각을 하면 저런 일을 벌이나 생각했다. 그런데 이번에 여사님을 연기하면서 그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다른 의식을 갖고 있단 걸 조금은 알게 됐다. 저는 연기를 할 때 제가 맡은 인물에 타당성을 부여한다. 제가 맡은 여사님이 한 행동에 선악을 갖다 댄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제가 얼마나 그것을 받아들이고 편안하게 연기하느냐에 따라 관객이 느끼는 통쾌함이 배가된다고 생각해서 악역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그 인물에 충실하려고 했다."

배우 김상호는 이 영화를 통해 '억울함의 아이콘'으로 거듭난 듯하다. 이날 시사회에서 김상호는 "촬영에 들어가면서 했던 각오가 '맞아 죽지만 말자'였는데 살았다"고 재치 있게 운을 뗐다. 이어 "과연 순태가 처해있는 상황이 관객들에게 보여졌을 때 쉽게 이해할 수 있는가, 그가 선택하는 행동들이 억지처럼 보이면 어떡하나, 계속 고민하며 연기했다"고 밝혔다.

아역 배우로 잘 알려진 김향기의 성숙하고 자연스러운 연기도 볼 만하다. 김향기는 극중 평범한 여중생이지만 하나밖에 없는 사랑하는 아빠가 감옥에 끌려가면서 힘겹게 살아가는 캐릭터인 동현을 연기했다.

특별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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