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틸리케호가 출범 이후 가장 특별한 도전에 나선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6월 스페인-체코와 A매치 2연전을 치른다. 첫 상대는 오는 1일 오후 11시30분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서 펼쳐지는 스페인과의 대결이다.

이번 2연전은 슈틸리케호 출범 이후 처음으로 치르는 유럽 팀과의 대결이자 유럽 원정 경기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슈틸리케호가 만나는 가장 강한 상대들이기도 하다.

스페인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6위, 체코는 29위에 올라있는 강호다. 두 팀 모두 54위에 그친 한국보다 월등히 높다. 두 팀 모두 다가오는 유로 2016 본선 진출국(특히 스페인은 디펜딩챔피언)이기도 하다.

슈틸리케호는 2015년 20경기를 치러 16승3무1패의 호성적을 거뒀다. 1월 아시안컵 결승에서 호주를 상대로 연장전 끝에 딱 한번 패했을뿐 이후로는 월드컵 2차예선 무실점 전승을 비롯하여 15경기 연속 무패(12승 3무·쿠웨이트전 몰수승 제외, 최근 8연승)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무패 기록을 이어가는 동안 대표팀은  단 4골(실점률 0.2골)만을 내줬는데 이는 같은 기간 FIFA 가맹국을 통틀어서도 가장 좋은 성적이기도 했다.

다만 슈틸리케호는 그동안 유럽팀을 비롯하여 한국 이상의 전력을 갖춘 타 대륙의 강호들과의 맞대결을 해본 경험이 적었다. 아시안컵과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동아시안컵, 2018 러시아월드컵 2차예선을 치르면서 한국은 주로 아시아의 약체로 분류되는 팀들과 많은 대결을 펼쳤다.

물론 이전 대표팀에서 종종 약체팀에게도 덜미를 잡히곤 했던 것을 감안하면, 약팀을 상대로 이변을 허용하지 않는 것도 강팀의 능력이다. 그러나 정작 아시아에서 강호급으로 분류된는 호주-이란, 북중미의 강호 코스타리카전 패배 등 일정 수준 이상의 팀을 만났을 때 고전했던 것도 사실이다. 궁극적으로 2018년 러시아월드컵 본선을 목표로 하고 있는 슈틸리케호로서는 이제 '탈아시아'를 위하여 눈높이를 한 단계 더 끌어올려야만 하는 시점이다.

어려운 도전이 될 스페인전

 유럽 원정 첫 상대인 스페인과의 친선경기를 하루 앞둔 축구 국가대표팀 선수들이 1일 오전(한국시간)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레드불 아레나에서 실전 연습을 하기에 앞서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지도를 받고 있다.

유럽 원정 첫 상대인 스페인과의 친선경기를 하루 앞둔 축구 국가대표팀 선수들이 1일 오전(한국시간)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레드불 아레나에서 실전 연습을 하기에 앞서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지도를 받고 있다. ⓒ 연합뉴스


스페인같은 강팀을 유럽 원정에서 상대한다는 것은 어려운 도전이지만 그만큼 한국축구에게는 흔치 않은 기회이기도 하다. 스페인은 의심의 여지없이 현재 유럽을 넘어서 세계축구를 주도하고 있는 팀이기도 하다.

유로 2008-2012, 2010 남아공월드컵 등 메이저대회를 3연속 제패하며 전성기를 구가한 스페인은 지난 브라질월드컵에서는 조별리그 탈락으로 다소 주춤하기는 했지만 올해 유로 2016 본선진출에 무난히 성공하며 명예회복을 노리고 있다. 지난해 A매치 성적도 무려 8승 1패로 압도적인 승률을 자랑했다. 클럽축구에서도 스페인 팀들이 유럽클럽 대항전인 유로파리그와 유럽챔피언스리그를 3년 연속 동반 제패하는 등 여전히 대세를 이루고 있다.

스페인 최고의 클럽인 바르셀로나를 통해 유행한 '티키타카'를 비롯하여 높은 점유율과 패싱력으로 경기를 지배하는 축구는 오늘날 스페인만이 아니라 현대축구의 흐름을 바꿨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에서도 스페인 축구를 모방하여 점유율 축구와 제로톱 전술 등이 등장하기도 했다.

현재 한국축구 대표팀도 스페인 축구의 영향을 적지 않게 받았다. 슈틸리케 감독은 독일인이지만 현역 시절 레알 마드리드의 레전드였고, 정서적으로나 축구스타일로나 스페인 축구에서 더 많은 영감을 받았다.

한국축구는 이전까지 거스 히딩크나 딕 아드보카트, 핌 베어벡같은 네덜란드 출신 지도자들의 영향으로 네덜란드 축구를 한국이 추구해야 할 유럽식 롤모델의 전형으로 삼았다. 전방위 압박축구, 포백과 원톱을 기반으로 한 4-3-3 전술 등은 모두 네덜란드식 토탈사커를 한국식으로 변형하면서 구축된 스타일이다.

이후 공간과 압박은 10년 넘게 한국축구 대표팀 전술의 핵심이 됐지만, 한편으로 한국식 토털사커는 태생적으로 수비지향적인 전술에 치우쳤다는 한계도 있었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세계축구와 거리가 있던 한국이 그나마 장점이던 체력과 활동량을 극대화하여 강팀을 상대로 '지지않는 축구'에 더 중점을 둔 전술이었기 때문이다. 공을 빼앗는 데는 능하지만 점유율을 유지하는 데는 소홀하다보니 그만큼 상대에게 공을 다시 빼앗기는 확률도 높아서, 약팀을 상대로도 종종 역습으로 실점을 허용하는 빈도가 높은 게 단점으로 지적됐다.

한국식 점유율 축구, '원조'에게도 통할까

 울리 슈틸리케 축구 대표팀 감독(왼쪽)과 비센테 델보스케 스페인 축구대표팀 감독이 1일 오전(한국시간)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레드불 아레나에서 평가전을 앞두고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두 감독은 1977년부터 1984년까지 스페인 프로축구 프리메라리가 명가 레알 마드리드에서 함께 뛰었다.

울리 슈틸리케 축구 대표팀 감독(왼쪽)과 비센테 델보스케 스페인 축구대표팀 감독이 1일 오전(한국시간)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레드불 아레나에서 평가전을 앞두고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두 감독은 1977년부터 1984년까지 스페인 프로축구 프리메라리가 명가 레알 마드리드에서 함께 뛰었다. ⓒ 연합뉴스


슈틸리케 감독은 조직력과 수비를 중시하던 한국형 토털사커 스타일에 점유율을 중시하는 스페인식 축구를 도입하기 위하여 꾸준히 노력해왔다. 높은 점유율으로 기반으로 안정된 밸런스를 유지하며 경기의 흐름을 주도하는 것이 슈틸리케 감독이 추구하는 색깔이다.

슈틸리케호 출범 이후 '한국식 점유율 축구'는 현재까지는 대성공을 거뒀다. 약팀을 상대로 높은 점유율을 유지하며 경기를 지배하다보니 아예 반격의 기회를 내주지 않는 것이 성공의 비결이었다. 다만 이 스타일이 강팀을 상대로도 통할지 검증되지는 않았다.

스페인은 자타공인 점유율 축구의 원조다. 한국축구로서는 원조를 상대로도 한국식 점유율 축구가 통하 수 있을지 시험대에 올랐다. 한국보다 앞서 기술축구에 주력했던 일본도 막상 월드컵 본선에서는 '스시타카'가 세계의 벽을 절감했던 전례가 있다. 슈틸리케호가 스페인을 상대로 어느 정도의 경쟁력을 보이는가는 앞으로 러시아월드컵을 준비하는 대표팀의 전술적 노선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국은 스페인과의 역대 전적에서 2무 3패로 절대 열세다. 월드컵 본선에서도 두 번 만나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그동안 스페인을 만나서 단지 지지 않거나 한 수 배운다는 데 의미를 두는 성향이 강했다면, 슈틸리케 감독은 정면승부를 통한 승리를 목표로 내세우며 차별화에 나섰다. 슈틸리케 감독은 가능한 전력을 모두 활용하기 위하여 평소 23명보다 적은 20명만을 발탁하며 엔트리를 압축하는 등 필승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물론 결과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어쨌든 스페인같은 강팀을 상대로 물러서지 않는 경기를 하면서 우리 대표팀의 경쟁력을 확인해 보는 기회는 소중하다. 유로2016에서 대회 3연패를 노리는 스페인 역시 개막이 코앞으로 다가온 만큼 주축 선수들을 대거 내보낼 것이 유력하다. 슈틸리케호가 스페인을 놀라게 할 수 있을까.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축구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