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니버스 영화 <시선 사이> 중 '과대망상자(들)'를 연출한 신연식 감독과 배우 오광록, 김동완(좌측 부터).

옴니버스 영화 <시선 사이> 중 '과대망상자(들)'를 연출한 신연식 감독과 배우 오광록, 김동완(좌측 부터). ⓒ 이선필


모처럼 다양한 연령대의 감독과 배우들이 인권을 주제로 한 영화로 뭉쳤다. 소재는 달랐지만 저마다 현재 우리 사회 문제에 대해 고민한 흔적이 역력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기획 및 제작한 영화 <시선 사이>의 언론 시사회가 30일 서울 명동의 한 극장에서 열렸다. <시선 사이>는 세 작품으로 구성된 옴니버스 영화로 청소년 배우 박지수, 정예녹, 박진수(이상 '우리에겐 떡볶이를 먹을 권리가 있다'), 실력파 배우 윤영민, 박주희(이상 '소주와 아이스크림'), 그리고 기성 배우 오광록과 김동완(이상 '과대 망상자들') 등이 참여했다.

소소한 행복을 누릴 권리

그간 인권위원회는 총 12개의 인권 관련 작품을 지원해왔다. <시선 사이>는 13번째 작품으로 '일상 속의 인권'이라는 구체적인 주제 의식을 세 감독이 저마다 다르게 해석해 눈길을 끌었다.

포문은 '우리에겐 떡볶이를 먹을 권리가 있다'가 열었다. 고3 삼인방이 입시를 빌미로 교문을 통제하는 학교에 맞서 떡볶이를 먹으러 간다는 내용으로 세 청소년 배우의 발랄한 기운이 물씬 담겨 있었다.

연출을 맡은 최익환 감독은 "얼마 전까지 조직 사회를 경험했었는데 그곳에서 개인이 어떻게 행복할 수 있을까 질문을 던지곤 했다"며 "인권과 가장 거리가 멀어 보이는 떡볶이를 그래서 소재로 잡았다"고 운을 뗐다. 일종의 은유였다. 떡볶이는 사소해 보이는 대상이지만 누군가에겐 행복을 주는 대상이다.

성적을 빌미로 개인을 철저히 통제하려는 학교 및 사회에 대해 최익환 감독은 "조금만 참았다 먹어도 되는데 왜 그렇게까지 집착했냐고 묻는다면 학생의 입장에선 그 자체가 (반항에) 발동을 거는 계기일 수 있다"며 "용감한 사람을 그리고 싶었고, 이들을 응원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영화에 참여한 정예녹은 "떡볶이를 향한 열정과 투쟁이 인상 깊었다"고 참여 소감을 전했고, 투쟁의 중심이 된 박지수는 "친구들과 함께 영화를 찍을 수 있었고, 떡볶이를 많이 먹을 수 있어서 좋았다"며 또래다운 발랄함을 보였다.

고독사에 절망하는 우리 사회

 영화 <시선 사이> 중 '소주와 아이스크림'의 한 장면. 배우 박주희(좌)와 윤영민의 모습이다.

영화 <시선 사이> 중 '소주와 아이스크림'의 한 장면. 배우 박주희(좌)와 윤영민의 모습이다. ⓒ 국가인권위원회


김동완과 오광록이 주축이 된 '과대망상자(들)'은 말 그대로 온갖 현상에 각종 배후설을 제기하는 어른들의 이야기다. 연출을 맡은 신연식 감독은 "총론에 대한 문제 제기가 부족한 사회에 살고 있기에 우리의 기본 욕망이 억제되고 있지 않은가라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고 말했다.

평소 신연식 감독과 친분이 있다는 김동완은 "무거운 주제를 동화처럼 만드는 작업에 참여해서 재밌었다"며 "신연식 감독님 구상하는 또 다른 영화가 있는데 영혼이라도 팔아서 소화하고 싶다"라고 연기 열정을 드러냈다. 이에 신 감독은 "내가 군 복무할 때부터 김동완씨를 지켜봤다"며 "다른 신화 멤버들은 갈등 없이 춤을 추던데 김동완씨는 (가수 활동에 대한) 갈등이 엿보였다"며 반 농담으로 화답했다.

이광국 감독의 '소주와 아이스크림'은 보다 진지했다. 홀로 죽어간 한 중년 여성을 우연히 만난 세아(박주희 분)의 시선으로 이야기가 진행됐다.

이 감독은 "나중에 혼자 쓸쓸하게 죽이면 어떡하나 상상하던 차에 고독사 문제를 다룬 작품을 만들게 됐다"며 "요즘 가족 해체가 많이 일어나고 가족이 있음에도 홀로 돌아가시는 분이 많다는 생각"이라고 문제의식을 전했다.

이어 이광국 감독은 "인권이라는 단어가 주는 무게감이 있는데 인권이 거창한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며 "사람에 대한 기본적 관심과 예의 같다, 고독사 문제를 통해 우리의 가장 가까이에 있는 가족에 관해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연출의 변을 밝혔다.

영화 <시선 사이>는 오는 6월 9일 개봉한다.

 옴니버스 영화 <시선 사이> 중 '우리에겐 떡볶이를 먹을 권리가 있다'의 한 장면.

옴니버스 영화 <시선 사이> 중 '우리에겐 떡볶이를 먹을 권리가 있다'의 한 장면. ⓒ 국가인권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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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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