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사돈의 팔촌> 포스터

영화 <사돈의 팔촌> 포스터 ⓒ 서울독립영화제


영화는 종종 금기시된 사랑을 건드린다. 부모님이 반대하는 사랑, 동성 간의 사랑, (알고 보니) 이복형제간의 사랑, 결혼한 이들 간의 사랑, 또는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 이들 간의 사랑, 친구 엄마 또는 아빠와의 사랑, 죽은 이와의 사랑까지. 이 밖에도 수많은 금기시된 사랑들. 억지로라도 만들어낼 수 있을 정도이니, 사랑은 참 하기 힘든 것 같다.

영화 <사돈의 팔촌>은 금기시된, 아니 금지된 사랑을 다룬다. 친척이지만 남이나 다름없는 관계를 뜻하는 '사돈의 팔촌'은, 주인공들이 원하는 그들 간의 관계이다. 그들은 사돈의 팔촌이 아니라 사촌 사이이기 때문이다. 사촌 간의 사랑 - 많은 금지된 사랑이 조금씩 이해되고 받아들여지고 있는 지금에도 받아들이기 힘든 사랑이다.

사촌 간의 사랑

 영화 <사돈의 팔촌>이 가져다주는 특유의 감성이 좋다. 사진은 영화 <사돈의 팔촌>의 한 장면.

영화 <사돈의 팔촌>이 가져다주는 특유의 감성이 좋다. 사진은 영화 <사돈의 팔촌>의 한 장면. ⓒ 서울독립영화제


<사돈의 팔촌>은 에로틱한 제목을 뒤로하고 다분히 서정적이고 감정이 풍부한 청춘 멜로드라마를 보여준다. 농밀하고 숨겨둔 욕망을 자극할 수 있기에 에로영화에나 쓰일 만한 소재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그래서 이 영화가 주는 감성이 더 좋다.

영화는 사촌 간의 사랑이 특별하다고 말하지 않는 것 같다. 현실은 그들로 하여금 특별하다고 하지만, 그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마음 가는 대로 몸이 가는 대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게 사랑의 방식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 무엇보다 복잡한 게 인생이고 사랑이지만, 간단하다면 간단한 게 인생이고 사랑이라고 말하는 것 같다. "복잡하지만 간단하잖아. 사랑하고, 사랑받고. 끝."

독립영화라고 하면 대개 짙은 사회성을 띈 영화가 많다. 이 시대와 사회가 가진 온갖 추함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고자 하는 것이다. 그것이 자본에서 독립한 영화가 갖는 유일한 존재가치처럼 됐다. 그런데 예외적인 작품으로 <족구왕>이 있다. 많이 회자된 그 영화 역시 풋풋한 감성의 청춘 멜로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영화도 그와 결을 같이한다고 볼 수 있다.

만약 영화가 그들의 금지된 사랑을 애틋하고 특별하고 농밀하게 그려냈다면, 자칫 "역겹다"고 느낄 수도 있었으리라. 대부분의 사람에게 좋은 의미로 다가갈 수 없는 종류의 사랑이니 말이다. 영화가 청춘 멜로의 스타일로 그들의 금지된 사랑을 풀어낸 건 가히 신의 한 수라 할 만하다. 전혀라고 말할 순 없겠지만, 상당 부분 '금지된 사랑'이라는 인식을 희석시켰다. 보편적인 사랑을 본 것 같다. 가슴 아프고, 설레고, 초조하고, 기분 좋고, 즐겁고, 비로소 인생을 사는 것 같은 - 여느 사랑과 다를 바 없다.

보편적인 사랑조차 포기해야 하는 청춘을 위해

이 영화가 주는 감성의 대부분은 특유의 색채와 카메라 움직임이 큰 몫을 차지했다. 봄이 생각나게 하는 이 색채는, 영화 <어바웃 타임>이나 <캐롤>을 연상시킨다. 화려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소소하지도 않은, 파스텔 계열의 색이 흩뿌려진 듯했다. 주인공의 시선을 좇으며 그의 모습을 포착해낸 카메라 워킹은 주인공이 갖는 복잡한 사랑의 감정을 잘 드러낼 수 있게 했다.

<사돈의 팔촌>은 마치 청춘들을 위로하고자 하는 것 같다. 사회의 치부와 아픔을 드러내기 전에 먼저 사회를 이끌어야 할 청춘들이 사랑을 포함해 많은 것들을 포기해야 하는 이 시대에 직면해 있다는 사실을 직시한 게 아닐까. 이렇게 외치고 있는 것 같다.

사랑하라, 이 시대의 청춘이여!

 영화 <사돈의 팔촌>은 사촌 간에 보편적인 사랑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으로 '금지된 사랑'을 풀어나간다.

영화 <사돈의 팔촌>은 사촌 간에 보편적인 사랑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으로 '금지된 사랑'을 풀어나간다. ⓒ 서울독립영화제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형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singenv.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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冊으로 策하다. 책으로 일을 꾸미거나 꾀하다. 책으로 세상을 바꿔 보겠습니다. 책에 관련된 어떤 거라도 환영해요^^ 영화는 더 환영하구요. singenv@naver.com

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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