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특하고 독하게 영화 속의 메시지를 읽고 독자들에게 전달하려고 합니다. 청년의 통통 튀는 감성을 담아 표현하고 소통하겠습니다. [편집자말]
 25일 개봉한 <레이스>는 제시 오언스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노예 집안 출신의 흑인인 그는 달리기로 차별을 뛰어넘는다.

25일 개봉한 <레이스>는 제시 오언스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노예 집안 출신의 흑인인 그는 달리기로 차별을 뛰어넘는다. ⓒ 우성엔터테이먼트


1936년 올림픽 사상 최초의 단거리 4관왕이 탄생했다. 그의 이름은 '제시 오언스'. 그는 노예 집안 출신의 흑인 선수였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1830년대 내 조상들은 사람이 사람을 소유할 수 있다고 믿던 미국 땅에 노예로 팔려왔다. 나는 1936년 8월, 다른 민족이 모두 자신과 아이안족의 소유가 돼야 한다고 믿는 아돌프 히틀러와 싸워 이겼다."

25일 개봉한 영화 <레이스>는 '제시 오언스'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다. 1936년 베를린 올림픽이 배경인 이 영화는 단지 선수 한 명의 승리만이 아닌 당시의 시대적 상황을 잘 보여준다. 전기영화로서 흐름을 하고 있지만 인물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인종차별, 독일의 나치 문제 등을 틈틈이 배치하여 보여준다.

차별을 뛰어넘는 그의 능력

 제시는 래리를 만나 육상선수로의 길을 제대로 걷게 된다. 차별없이 능력만을 봤던 래리가 있었기에 제시는 성공할 수 있었다.

제시는 래리를 만나 육상선수로의 길을 제대로 걷게 된다. 차별없이 능력만을 봤던 래리가 있었기에 제시는 성공할 수 있었다. ⓒ 우성엔터테이먼트


제시 오언스(스테판 제임스)는 뛰어난 달리기 선수다. 그는 비록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지만 꾸준히 달렸고 그의 실력은 최고수준이다. 그는 주일학교를 졸업하고 오하이오 주의 대학을 다니게 된다. 그리고 그의 실력을 알아본 래리 스나이더(제이슨 서디키스)와 함께 육상선수로서의 길을 걷게 된다.

<레이스>는 마치 영웅담을 보여주는 영화 같이 느껴진다. 좋은 코치인 래리를 만난 제시에게는 장애물이 없다. 매번 1등을 거머쥐는 그의 모습은 실화라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놀랍다. 마치 트랙 위의 히어로를 보는듯하다.

그런 그에게도 어려운 것은 있다. 흑인이라는 그의 인종이다. 그는 흑인이기 때문에 경기장에서는 야유를 들으며, 샤워장에는 백인들과 함께 들어갈 수가 없다. 그에게는 흑인이라는 편견의 시선이 항상 함께한다. 그러나, 그의 능력은 차별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아무리 야유가 쏟아져도 그는 1등을 놓치지 않는다. 계속되는 1등과 신기록. 그것이 그의 존재를 증명해준다.

만약 그가 달리기를 잘하지 못했다면 어땠을까. 그는 아마 더한 차별을 겪어야 했을 것이다. 그의 대단한 능력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그의 기록을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았으니 말이다. 그에게는 차별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해줄 능력이 있었다.

하지만 많은 사람은 그렇지 못하다. 미국에는 흑인 대통령이 나왔고 많은 흑인이 훌륭한 능력을 보인다. 하지만 다른 흑인들의 상황은 어떤가. 아직도 우리는 미디어를 통해 백인 경찰관이 흑인을 과잉진압해 죽게 만들었다는 소식을 듣는다. 백인에 의해 흑인들이 교회에서 무참히 살해됐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대통령이 나오고, 사회적으로 진출도 하면서 겉모습은 나아졌지만 그 속에는 아직도 혐오와 차별이 있다는 뜻이다.

한국도 마찬가지이다. 최초의 여자 대통령인 박근혜 대통령이 나오고, 여성들의 사회진출도 많아졌지만 차별은 아직도 여전하다. "여자는 집에서 밥이나 해라"보다는 나아졌을지 몰라도 아직 '김여사', '맘충', '김치녀', '페미나치' 등 여성의 인권을 존중하지 않는 발언은 계속되고 있다. 별다른 이유 없는 혐오와 차별을 뛰어넘을 능력을 가지지 못한 대다수의 사람은 어떻게 이겨내야 할까.

차별과 혐오를 이기는 방법은 무엇일까

 그는 베를린 올림픽 참가를 두고 고민에 빠진다. 차별을 거부하고 부당함을 말하는 것과 차별에 맞서 이겨내는 것. 그는 차별에 맞서 싸우기로 결심한다.

그는 베를린 올림픽 참가를 두고 고민에 빠진다. 차별을 거부하고 부당함을 말하는 것과 차별에 맞서 이겨내는 것. 그는 차별에 맞서 싸우기로 결심한다. ⓒ 우성엔터테이먼트


차별과 혐오를 이기는 방법은 무엇일까. <레이스>는 나름의 답을 내놓는다. 당시 독일은 베를린 올림픽에서 게르만 민족의 우수성을 선전하기 위해 준비를 한다. 일각에서는 베를린 올림픽에 유대인과 흑인은 참가할 수 없다는 이야기가 떠돌기 시작한다. 미국에서는 차별이 존재하는 국가의 올림픽에 참가하는 것에 대한 논쟁이 펼쳐진다.

매우 위선적으로 느껴진다. 단지 흑인이라는 이유로 제시를 차별해왔던 그들이 나치의 부당함을 이야기하는 장면은 부조리하게 다가온다. 그들이 나치를 탓할 수 있는 이유는 나치가 조금 더 흉악하다는 사실 뿐이다. 정도의 차이일 뿐 미국이나 독일이나 근본은 다를 것이 없다.

제시 역시 베를린 올림픽의 참가 여부에 대한 고민에 빠진다. 흑인 대표는 제시에게 베를린에 가지 말 것을 요구한다. 그는 자신이 베를린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얻지 못하면 그것이 히틀러의 옳음을 증명하는 길이 될까 두려워한다. 차별을 거부하고 부당함을 말하는 것, 차별에 당당히 맞서 이겨내는 것. 그는 두 가지 기로에 선다.

명확한 답은 없다. 누군가에게는 차별을 거부하고 부당함을 말하는 것이 좋은 방법일 수 있다. 다른 이에게는 차별에 당당히 맞서 이겨내는 것이 좋은 방법일 수도 있다. 다만, 확실한 것은 어떤 방법이든 차별과 혐오에 싸우고 있다는 것이다. 차별과 혐오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차별과 혐오를 인식하는 일, 그 작은 걸음이 변화의 시작이다. 미국이 제시의 기록을 인정하게 된 것처럼, 오바마 대통령이 당선된 것처럼 차별과 혐오는 사라질 것이다. 대단한 사람들의 다음 순서는 바로 평범한 대다수의 사람이다.

"트랙 위에서는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롭다는 것을 알게 될 거에요. 출발 총성이 울린 후에는 아무도 나를 막지 못해요. 피부색도, 돈도, 두려움도, 혐오조차도. 거기에는 흑과 백이 없어요. 오로지 빠른 것과 느린 것만 있어요. 트랙 위에서는 누구나 자유에요"

제시의 말을 인용하고 싶다. 그는 트랙 위에서는 누구나 자유라고 말했다. 트랙만이 아니다. 이 땅의 모든 사람은 자유롭다. 그리고 평등하다.


제시오언스 레이스 혐오 차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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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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