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유럽 챔피언을 가리는 '형제 대결'이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다. 2015/2016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오른 레알 마드리드-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맞대결이 29일 오전(한국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산시로 스타디움에서 열린다.

두 팀은 같은 스페인 마드리드를 연고로 하는 지역 라이벌 팀이자, 바르셀로나까지 포함하여 현재 유럽클럽 랭킹 1위 프리메라리가를 삼분하는 당대 최강팀들이다.

두 팀이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맞붙은 것은 지난 2013/14시즌 이후 2년만이다. 같은 연고지 팀이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맞붙은 것은 올해까지 딱 두 번이었는데 상대가 모두 레알과 아틀레티코였다. 당시에는 레알이 아틀레티코를 4-1로 꺾으며 역대 최다인 통산 10번째 우승(라 데시마)을 차지한 바 있다.

아틀레티코, 2년 전 통한의 패배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디비전 지난 27일(현지시각),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프리메라리가 경기에서 AT 마드리드 선수들이 레알 마드리드와의 승부에서 이긴 후 기뻐하고 있다.

▲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디비전 지난 2월 27일(현지시각),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프리메라리가 경기에서 AT 마드리드 선수들이 레알 마드리드와의 승부에서 이긴 후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EPA


당시 맞대결은 레알에게는 기적, 아틀레티코에게는 통한으로 남아있다. 아틀레티코는 전반 선제골로 경기 종반까지 1-0으로 앞서가며 우승 트로피를 눈앞에 뒀으나, 후반 추가시간이 거의 끝나가던 93분 코너킥 세트피스에서 세르히오 라모스에게 뼈아픈 헤딩 동점골을 허용했다.

맥이 빠진 아틀레티코는 연장전에만 가레스 베일, 마르셀루, 호날두에게 연속골을 얻어맞고 무너졌다. 경기 막판에는 레알 수비수 라파엘 바란의 도발에 흥분한 디에고 시메오네 아틀레티코 감독이 경기장에 난입하여 선수와 멱살잡이를 벌였다가 퇴장당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UCL 최다우승팀인 레알은 이 우승으로 유일한 챔피언스리그 두 자릿수 우승 신기록까지 달성했다. 호날두는 대회 득점왕과 함께 맨유 시절에 이어 개인 통산 두 번째 챔피언스리그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이듬해 발롱도르까지 수상하는 영광을 누리는 데도 라데시마가 큰 비중을 차지했다.

불과 2년 만에 다시 정상 문턱에서 만나는 양 팀은 당시의 주축 멤버들이 대부분 건재하다. 레알의 사령탑이 카를로 안첼로티에서 구단의 전설인 지네딘 지단으로 바뀌었고, 이케르 카시야스와 디 마리아는 없지만 대신 BBC 트리오(호날두-베일-벤제마)와 라모스, 바란 등이 여전히 레알을 든든히 지키고 있다.

아틀레티코는 당시 주축이던 디에고 코스타와 티보 쿠르트와(이상 첼시)를 대신하여 앙투안 그리즈만과 코케, 얀 오블락 등이 팀을 이끌고 있다. 개인 활약과 별개로 우승 트로피를 부르는 '행운의 부적' 페르난도 토레스도 있다. 사령탑은 여전히 아르헨티나산 '마피아 보스' 시메오네가 건재하다.

축복 받은 금수저 레알 vs. 자수성가한 흙수저 아틀레티고

 레알 마드리드의 크리스니아누 호날두

레알 마드리드의 크리스니아누 호날두 ⓒ EPA/연합뉴스


두 팀이 걸어온 길은 다르다. 레알이 스페인 왕실과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성장한 귀족적 이미지가 강하다면, 아틀레티코는 노동자들의 지지를 대변하는 팀이다. 아틀레티코의 유니폼 상징색이 된 붉은색과 흰색 줄무늬는 1903년 창단 당시 노동자들이 주로 사용했던 매트리스 옷감의 색깔에서 비롯됐다. 

또한 레알이 챔피언스리그 역대 최다우승 기록을 보유했다면 아틀레티코는 1973/74시즌과 2013/14시즌 준우승만 두 차례 차지한 것을 빼면 챔피언스리그와 크게 인연이 없었다. 레알이 우승한다면 통산 11번째가 되고, 아틀레티코가 우승하면 역대 UCL에서 첫 우승컵을 들어올린 23번째 팀이 된다.

한마디로 연고지만 같을 뿐, 출신성분과 역사는 하늘과 땅 차이다. 지역감정이 강하기로 소문난 스페인에서 두 팀의 사이도 좋을 수가 없다. 지명도와 인기는 아무래도 레알이 훨씬 높지만, 아틀레티코 역시 나름의 팬층이 탄탄한데다 시메오네 감독 부임 이후 클럽의 위상이 급상승하며 명실상부한 유럽의 신흥 강호로 인정받고 있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레알이 축복받은 금수저라면, 아틀레티코는 자수성가한 흙수저에 가깝다.

자연히 두 팀의 축구스타일도 극과 극이다. 슈퍼스타들이 넘쳐나는 레알은 대회 득점왕을 노리는 호날두(UCL 16골)를 비롯한 BBC트리오의 화려한 공격축구가 트레이드 마크다. 반면 아틀레티코는 시메오네 감독 특유의 끈끈한 수비에 바탕을 둔 역습 축구에 능하다.  아틀레티코는 올 시즌 라 리가에서도 38경기에서 18실점만을 내주며 경기당 0.47 실점의 짠물 수비를 선보였다.

양팀은 모두 올 시즌 모두 극적인 과정을 거치며 챔피언스리그 결승까지 올라왔다. 레알은 시즌 초반 극도의 부진으로 라파엘 베니테스 감독이 경질당하기도 했으나 지네딘 지단 감독의 선임 이후 안정감을 찾으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챔피언스리그 토너먼트에서는 AS로마(이탈리아)-볼프스부르크(독일)-맨체스터 시티(잉글랜드)를 잇달아 걲었다. 특히 최대고비였던 8강에서는 볼프스부르크에서 1차전 원정을 0-2로 패했으나 홈에서 2차전에서 호날두의 헤트트릭을 앞세워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기도 했다. 지단 감독은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승리할 경우, 자신의 레알에서의 첫 트로피이자 선수와 감독으로 모두 빅이어를 들어올리는 기록을 세우게 된다.

아틀레티코는 16강에서 아인트호벤(네덜란드)를 물리쳤고, 8강과 4강에서는 각각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히는 바르셀로나(스페인)와 바이에른 뮌헨(독일)을 잇달아 물리치는 이변을 연출했다. 강팀을 상대로 점유율을 내주고도 공간을 장악하는 시메오네표 '늪축구'는, 모든 공격지향적인 팀들의 천적으로 꼽힌다.

정규시즌 팽팽했던 두 팀, 누가 웃을까

'마드리드 더비'가 처음 성사된 1928년부터 88년간 양 팀의 역대 전적은 107승 51무 54패로 레알이 크게 앞서 있다. 하지만 2012년 시메오네 감독이 아틀레티코에 부임한 이후로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최근 4년간 아틀레티코와 레알의 전적은 7승 5무 7패로 대등하다. 특히 최근 두 시즌으로 범위를 좁히면 5승 4무 1패로 오히려 아틀레티코의 압도적 우위. 올해도 정규시즌에서도 아틀레티코는 1승 1무로 레알에 한 번도 지지 않았다.

그러나 레알도 최소한 챔피언스리그에서는 아틀레티코에 전혀 밀리지 않았다. 레알은 2013/14시즌 챔스 결승에 이어 이듬해인 지난 14/15시즌 8강에서도 아틀레티코를 격침한바 있다. 당시 레알은 1차전 0-0 무승부에 이어 2차전에서 치차리토의 극적인 결승골로 1-0 승리를 거두며 또한번 아틀레티코를 울렸다. 참고로 레알이 최근 3년간 아틀레티코를 이긴 무대는 모두 챔피언스리그였다. 양팀의 UCL 상대전적은 4승 1무 1패의 레알의 우위다.

3년 연속 챔스 외나무다리에서 다시 만난 두 팀중 이번엔 누가 웃을까. 확실한 것은 어느 쪽이 승리하던 유럽의 제왕은 마드리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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