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마프>는 tvN의 방향성을 보여준 작품이다.

<디마프>는 tvN의 방향성을 보여준 작품이다. ⓒ cj e&m


tvN 10주년 특별기획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아래 <디마프>)의 중심은 젊은 박완(고현정 분)의 로맨스가 아니다. 완의 첫사랑으로 나오는 조인성(서연하 역)은 특별출연 정도이고, 삼각관계 비슷한 기운을 형성하는 한동진(신성우 분)은 유부남이다. 이야기의 중심은 노인들에게 있다. 그것도 세련되고 앞서나가는 사고방식을 가진 노인들이 아닌 스스로 꼰대임을 자처한 이들이다. 젊은이들에게 세월을 무기로 꼬장꼬장하게 굴거나 모순투성이인 논리로 억지를 부린다. 현명하게 나이 든 것도 아니고, 그만큼 넉넉한 품을 갖지도 않았다. 그냥 나이가 먹었을 뿐, 그들도 젊은이들과 별다를 바 없는 불완전한 인간이다.

그런 노인들을 보는 게 재밌을까 싶지만 왠지 정이 간다. 김혜자, 나문희, 고두심, 윤여정, 김영옥, 박원숙, 신구, 주현 등 내로라하는 시니어 배우들이 대거 출연해 '시니어벤져스(시니어+어벤져스)'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만큼 파격적인 캐스팅을 선보인 <디마프>는 이들 하나하나에 사연을 제공하며 감정선을 따라가게 한다. 70대를 넘긴 노인들이 각자의 스토리를 가진다는 것. 그리고 그들이 드라마 메인으로 활약한다는 건 한국 드라마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설정이다. 그러나 <디마프>는 그 파격을 시도했다.

작품 안에서 살아 움직이는 노인들 

 <디마프>는 나이든 사람들을 포장하려 하지 않지만, 따듯한 시선을 놓치지도 않는다

<디마프>는 나이든 사람들을 포장하려 하지 않지만, 따듯한 시선을 놓치지도 않는다 ⓒ cj e&m


노희경은 '<디어 마이 프렌즈> 미리보기'에서 제작 비화를 밝히며 "이들(노인들)은 돈이 되지 않으니까,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으니까. 근데 문득, 진짜 그런가, 진짜 안보나?"라는 의문을 던졌다. 이어 "'한 번 해보자, 저질러 보자'가 첫 번째였고, 그걸 받아준 방송사가 있었다"며 자신이 쓴 이야기를 방송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감사함을 표현했다. 한류스타도, 아이돌도 없는 <디마프>를 10주년 특집으로 편성한 방송사에 대한 고마움이었다.

'국민 엄마'로 알려진 김혜자는 누구보다 작품을 고르는데 까다로운 배우로 알려져 있다. 단순히 엄마 역할에 머무르는 것이 아닌, 인물의 개성이 살아있고 좋은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작품에 출연한다고 스스로 밝히기도 했다. 윤여정도 "환갑을 넘으면서 내가 하고 싶은 것만 하겠다고 결심했다"며, "50년 연기했지만 내 연기가 식상하고 뻔할까 봐 두렵다"고 말할 정도로 연기에 대한 열정이 대단한 배우다. 이처럼 연기에 꼿꼿한 자존심을 각진 배우들이 단순히 '누구 엄마'란 역할을 뛰어넘어 <디마프> 출연을 결정한 건 놀라운 일은 아니다.

노인들은 그 작품 안에서 살아 움직인다. 자신들도 욕망과 꿈이 있다고 소리치고, 친구 자식들과 관계를 형성하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증명한다. 나이가 들었지만 처음 겪는 일에 당황하고 힘들어하고 설레기도 하는 보통 사람이다. 노희경 작가는 그들을 있는 그대로 그리고자 노력하면서도 따듯한 시선을 결코 놓치지 않는다. 노희경은 "어른들도 귀엽고 예쁘고 애틋할 것"이라며 <디마프>가 "부모님과 소주 한잔 하면서 볼 수 있는 드라마가 되길 바란다"는 이야기를 남겼다. 그의 바람처럼 어른들도 단순히 저물어가는 노인이 아닌, 하나의 생명체로 빛날 수 있다는 사실을 <디마프>는 상기시킨다.

노희경 드라마는 그 작품성에 비해 시청률만큼은 잘 나오지 않는 작가로 유명하다. 그럼에도 <디마프> 방영을 결정한 것은 색다른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는 방송사의 모험이었다. 첫 회에 5%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기록한 <디마프>는 오히려 회가 진행될수록 시청률이 떨어진다. 그래서 단순히 시청률에만 목을 매는 것이 아닌 의미가 있는 작품이라면 보여줄 가치가 있다고 결정한 방송사에 박수를 보낼 만하다. <응답하라> 시리즈, <미생>, <시그널> 등 지상파에서 방영되기 어려운 형식과 소재를 연이어 채택한 tvN의 방향성을 보여주기도 한다. tvN이 이런 방향성을 놓치지 않고 시청자들에게 다양한 드라마를 보여줄 수 있는 채널로 끝까지 남기를 바란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우동균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디마프 고현정 김혜자 나문희 윤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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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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