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엑스맨:아포칼립스`의 한 장면

영화 `엑스맨:아포칼립스`의 한 장면 ⓒ 20세기폭스코리아


지난 2000년 첫 선을 보인 <엑스맨> 시리즈는 소위 슈퍼 히어로 영화 역사에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작품 중 하나다. 1990년대 <배트맨> <슈퍼맨> 시리즈의 퇴조 이후 할리우드가 외면했던 코믹스 원작 영화붐을 주도했고, 이후 <스파이더맨> <다크 나이트> 시리즈 등의 등장에 일정 부분 영향을 끼쳤기 때문이다. 혹자는 <엑스맨>의 성공이 없었다면 마블이 직접 영화 제작에 뛰어드는 일은 없었을 거라 지적하기도 한다.

"돌연변이(뮤턴트)"라는 사회에서 적대시되는 존재를 이야기의 축으로 삼고 인간들에 의한 차별, 멸시 등 민감한 사안을 적절히 녹여내면서 <엑스맨>은 단순한 오락물을 넘어 사회성 짙은 작품들로 대중 뿐만 아니라 평단의 높은 지지를 받아왔다. 이런 연유로 <엑스맨:아포칼립스>(이하 <아포칼립스>)는 개봉 이전부터 큰 관심을 모았지만, 막상 25일 국내에서 선보인 결과물에선 다소 아쉬움을 남긴다.

<엑스맨:퍼스트 클래스>(2011년), <엑스맨: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2014년)라는 역대급의 전작들을 둔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 기본기를 놓친 제작에서 여러 약점들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끝판왕' 아포칼립스 등장시켰지만

 영화 `엑스맨:아포칼립스`의 한 장면

영화 `엑스맨:아포칼립스`의 한 장면 ⓒ 20세기폭스코리아


프리퀄 3부작의 마지막을 장식한다는 의미로 새로운 캐릭터들을 대거 등장시켰지만, 이들을 설명하기 위한 과정에 영화의 상당 분량을 할애한 탓에 정작 이전 작품들에서 접할 수 있었던 극중 인물들의 정신적 고뇌와 대결 구도, 그리고 화려한 액션 등을 담아낼 시간이 줄어들었다. 이는 그간 <엑스맨>이 보여줬던 고유의 미덕을 스스로 놓치고 결과를 초래했다.

영화는 원작 코믹스 상에서도 소위 "끝판왕"으로 불리는 아포칼립스(오스카 아이삭 분)를 절대악으로 등장시켰다. 하지만 정작 왜 그가 세상을 파괴하려는지에 대한 의도를 명확히 관객들에게 설명하지 못한다. 마치 중무장한 철갑옷 속에 캐릭터가 갖혀버린 인상. 전작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에서의 워싱턴 사태 이후 은둔했던 매그니토(마이클 패스밴더 분)의 감정 변화 과정도 역시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 `엑스맨;아포칼립스`의 한 장면

영화 `엑스맨;아포칼립스`의 한 장면 ⓒ 20세기폭스코리아


비록 여타 블록버스터 영화가 아닌 '엑스맨'이라는 이름이 주는 왕관의 무게감은 너무 컸고 전작의 존재감을 뛰어넘기엔 힘이 벅찬 <아포칼립스>지만, 기대치를 조금 낮춘다면 2시간 20분짜리 오락물로서는 충분히 재미를 느낄 만한 작품이다. 특히 지구 중력장이 무너지면서 파괴되는 1983년 지구 곳곳의 모습부터 다양한 능력을 지닌 엑스맨들의 극 후반부 대결은 관객들로 하여금 긴장의 끈을 놓치지 않게끔 만드는 나름의 강점으로 손꼽을 만하다.

여기에 최강 초능력을 지닌 '어린' 진 그레이(소피 터너 분)의 등장은 향후 새 시리즈에서의 활약상을 기대하게 한다. 더불어 전작에 이어 나름의 유머 감각으로 인상적인 모습을 보였던 퀵실버(에반 피터스 분)는 그 시절 인기 팝송 "Sweet Dreams(Are Made Of This)"를 배경삼아 이번에도 제 몫을 톡톡히 해낸다.

그리고 당초 출연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던 울버린(휴 잭맨 분)의 깜짝 등장과 엔딩 크레딧 뒤에 숨겨진 쿠키 영상은 내년 개봉 예정인 엑스맨 스핀오프 시리즈 <울버린> 최종 3편(제목 미정)에 대한 예고편 역할로 봐도 무방할 듯.

★★★

아포칼립스 등장 주요 캐릭터 간단 정리

- 여전한 '중2병' 매그니토
- "탈모 탈모 고민하지마!!" 찰스
- 언제나 섹시한 미스틱
-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퀵실버
- "숨겨진 너의 능력을 보여줘!" 진 그레이
- 수천년 동안 잠을 너무 많이 잔 아포칼립스
- '엑스맨 민폐남' 스트라이커 대령

덧붙이는 글 본인의 블로그 http:/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엑스맨:아포칼립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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