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이 기사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일부 포함되어 있습니다. [편집자말]
 <엑스맨 : 아포칼립스>는 프리퀄의 3번째 작품으로 <엑스맨 : 데이즈 오브 퓨처패스트>로 인해 바뀐 과거로 인해 나타난 최강의 적 아포칼립스와 돌연변이들의 싸움을 그렸다.

<엑스맨 : 아포칼립스>는 프리퀄의 3번째 작품으로 <엑스맨 : 데이즈 오브 퓨처패스트>로 인해 바뀐 과거로 인해 나타난 최강의 적 아포칼립스와 돌연변이들의 싸움을 그렸다. ⓒ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어느 날 갑자기 특수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생겨나면 어떻게 될까. 하늘을 날아다니거나, 불을 자유롭게 다루거나, 죽지 않거나. 브라이언 싱어는 <엑스맨 : 아포칼립스>를 통해 답을 내놓는다.

25일 브라이언 싱어 감독의 <엑스맨 : 아포칼립스>가 개봉했다. <엑스맨>부터 <엑스맨2>, <엑스맨 : 최후의 전쟁>으로 이어진 돌연변이들의 이야기를 다룬 엑스맨 시리즈는 프리퀄 시리즈를 통해 이어오고 있다. 이번 <엑스맨 : 아포칼립스>는 프리퀄 3번째 작품으로 <엑스맨 : 데이즈 오브 퓨처패스트>로 인해서 바뀐 과거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엑스맨 : 아포칼립스>는 프리퀄 시리즈의 마지막답게 짜임새가 훌륭하다. 인물들의 사연을 보여주고 그들의 행동의 명분을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그리고 그것을 하나로 모아 '돌연변이'라는 카테고리로 묶어낸다.

또한 기존 엑스맨 시리즈를 보지 않았더라도 내용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없을 정도의 흐름으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 오히려 기존의 시리즈를 보고 싶도록 자극한다. 이미 진행됐던 시리즈의 과거의 이야기를 다룬 점은 관객들을 엑스맨 시리즈에 빠져들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돕는다.

게다가 <엑스맨 : 최후의 전쟁>에서 목숨을 잃은 진 그레이가 살아서 다시 등장하고, 엑스맨의 멤버인 스톰이 오히려 적으로 등장한다. 많은 인물의 삶이 다르게 등장하면서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힘을 가진 자의 독선과 오만

 힘을 가진 그는 독선적이고 오만하다. 그는 스스로를 아포칼립스라 명하고 악으로 가득찬 세상을 지배하겠다 이야기 한다. 약자들에 대한 혐오가 그를 움직인다.

힘을 가진 그는 독선적이고 오만하다. 그는 스스로를 아포칼립스라 명하고 악으로 가득찬 세상을 지배하겠다 이야기 한다. 약자들에 대한 혐오가 그를 움직인다. ⓒ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영화는 메시지를 던지며 시작한다. 날개를 가진 자는 태양까지 날아가고 싶어하며, 최강의 힘을 가진 자는 세상을 지배하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는 메시지.

<엑스맨 : 아포칼립스>는 수천 년을 살아온 한 돌연변이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이 돌연변이는 '라'나 '신' 등의 이름으로 불리며 오랜 시간을 살아왔다. 먼 옛날, 그를 거짓 신이라고 부르는 자들에 의해 그는 긴 잠에 빠져야 했다. 우연한 계기로 깨어난 그는 자신을 아포칼립스라고 명한다.

그는 수많은 능력을 가진 돌연변이이다. 수천 년간 세상을 지배해왔던 그에게 지금의 세계는 옳지 않다. 힘을 가지고 태어난 돌연변이들은 억압받으며 살고 있으며, 그를 배신했던 나약한 인간들은 무기를 만들어 세상을 지배하고 있다. 나약한 자들이 그를 배신하고 만들어낸 국가이지만 아직도 세계에는 폭력이 가득하다.

아포칼립스는 신이 선택된 예언자에게 주었다는 '비밀의 폭로'를 기록한 것이다. 세상에는 악이 넘치고 이에 신은 마지막 심판을 내린다. 세상의 멸망을 뜻한다. 이름처럼 아포칼립스는 세상을 멸망시키고 자신이 지배하겠다고 이야기 한다.

그의 능력은 실로 놀랍다. 마땅히 신이라고 불릴만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게다가 그는 자신의 추종자들에게 강요하지 않는다. 추종자들에게 원하는 것을 주고 그들이 스스로 함께하게 한다. 진정 힘을 가진 자이다. 하지만 그는 동시에 타인을 믿지 않는다. 추종자들 역시 그의 필요로 함께 하고 있을 뿐. 그는 오로지 자신의 힘을 믿는다. 그는 독선적이며 오만하다. 한낱 인간들이 만들어낸 세상은 악으로 가득 차 있다는 그의 생각. 그것이 그의 명분이다.

그를 보고 있자니 많은 독재자가 떠오른다. 먼 옛날, 로마는 독재자의 탄생을 막기 위해 공화정을 운영했다. 공화정이 무너지고 독재자가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로마는 멸망의 길을 걸었다. 멀리 갈 필요도 없다. 한국도 많은 독재자에 시달렸다. 이승만 대통령은 마치 자신에게는 사람을 심판할 권리가 있다는 듯 반공을 내세우며 많은 사람을 죽게 했다. 제주도의 4.3항쟁도, 보도연맹학살 사건도 그의 독선으로 일어났다. 박정희 대통령은 자신의 능력으로 경제를 발전시키겠다고 외쳤다. 몇몇 기업들은 빠르게 성장했고 농촌은 오히려 죽어갔다. 그의 경제개발은 재벌이라는 또 다른 힘을 가진 자들을 탄생시켰다.

어찌 잊을 수 있을까. 전두환 대통령은 광주에서 수많은 목숨을 빼앗았다. 많은 간첩이 탄생되고 죽어갔다. 지금도 이름도 찾지 못한 사람들의 무덤이 광주에는 존재하고 있다. 결국, 힘을 가진 자의 독선과 오만이 만들어낸 일이다.

과도한 힘을 가진 자는 자신의 역할이 세상을 지배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아포칼립스도, 세상에 나왔던 많은 독재자들도, 자신을 세상의 지배자라 이야기했다. 가진 것은 축복받은 일이지만 그들의 독선과 오만은 결국 재앙을 낳는다.

재앙의 탄생은 혐오로부터

 에릭은 인간들에게 '매그니토'라는 정체가 밝혀진다. 그리고 그의 아내와 딸은 인간들의 손에 의해 목숨을 잃는다. 인간들의 혐오는 그를 분노로 물들인다.

에릭은 인간들에게 '매그니토'라는 정체가 밝혀진다. 그리고 그의 아내와 딸은 인간들의 손에 의해 목숨을 잃는다. 인간들의 혐오는 그를 분노로 물들인다. ⓒ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아포칼립스의 엄청난 능력은 인간들에게 재앙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놀랍게도 대부분의 재앙은 인간들에 손으로 시작된다. 아포칼립스의 곁에는 4명의 추종자인 포 호스맨이 존재한다. 그들은 저마다의 사연을 가지고 있다. 새장에 갇힌 새처럼 갇혀 인간들의 유흥을 위해 싸우고 죽여야 했던 엔젤, 먹을 것도 제대로 구하기 어려워 도둑질로 살아왔던 스톰. 그리고 '매그니토'라는 이유로 아내와 딸을 잃어야 했던 에릭(마이클 패스벤더).

그들은 인간과 다른 능력을 가졌다는 이유로 억압받거나 숨어 살아야 했다. 인간은 이해할 수 없는 것을 두려워하기에 그들의 다름은 인간들에게 공포로 다가온다. 물론 목걸이 하나로도 인간의 목숨을 쉽게 빼앗는 능력이나 생각을 엿보고 조종할 수 있는 능력들은 충분히 두려울만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인간들에게 돌연변이의 다름을 억압하고 혐오할 권리가 생기지는 않는다.

다름에 대한 인간의 공포는 무수한 차별과 혐오를 만들어낸다. 겉으로 드러나는 차별과 혐오, 예의라는 가식으로 포장되어 전달되는 은밀한 차별과 혐오. 그 방법은 다르더라도 이것은 충분히 돌연변이에 전달된다. 단지 '돌연변이'라는 이유로 많은 이들이 차별받고 혐오의 대상이 되어간다. 결국 이들이 아포칼립스와 함께하게 된 것에는 인간들의 역할이 크다. 그들을 인간으로 보지 않고 유흥거리로, 통제할 무기로 여기는 인간들에 의해 재앙의 씨앗은 탄생한다.

그렇기에 <엑스맨 : 아포칼립스>에는 절대의 선도, 절대의 악도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들의 세상을 멸망시키려는 아포칼립스도, 그들을 억압했던 인간들 그 누구도, 절대적인 선이 될 수도 악이 될 수도 없다. 이는 영화 전반에 잘 녹아있다. 그동안 적으로서 대립을 해왔던 미스틱(제니퍼 로렌스)이 이제는 엑스맨의 핵심 멤버로, 엑스맨의 핵심 멤버였던 스톰은 포 호스맨으로 등장하기 때문이다. 선과 악의 차이는 종이 한 장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그들은 작은 차이로 선과 악의 경계를 넘나든다.

결국, 모든 재앙은 혐오로 시작됐다. 터무니없이 강했던 아포칼립스는 약자들을 혐오했다. 그에게 약자들의 생명은 일말의 가치도 없다. 약자들이 만들어낸 세상은 악이라는 그의 혐오. 그것이 첫 번째 재앙을 만든다. 두 번째 재앙은 인간들로부터 시작된다. 인간들은 능력을 가지고 있는 돌연변이들을 혐오한다. 단지 싫어하는 것만이 아니라, 그들을 차별하고 통제하고 가두려고 한다. 쌓이고 쌓인 돌연변이들의 분노는 결국 터질 수밖에 없다.

단지 영화 속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우리는 흑인이라는 이유로 죽어야 했던 많은 사람들을 알고 있다. 조선인이라는 이유로 학살당했던 많은 우리의 조상들을 기억하고 있다. 얼마 전 여성이라는 이유로 죽은 사람을 보기도 했다.

<엑스맨 : 아포칼립스>는 물음을 던진다.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타인에 대해 혐오를 해오지는 않았나. 독선과 오만, 그리고 혐오는 거대한 재앙을 만들어 낼 것이다, 그것을 경계하라 - 이것이 <엑스맨 : 아포칼립스>가 우리에게 보내는 경고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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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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