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투 비 블루>는 재즈 뮤지션 쳇 베이커의 삶을 다룬 영화다. '본 투 비 블루'(Born to be blue)란 영화의 제목과 그의 삶이 오버랩되며 하나의 울림을 준다.

<본 투 비 블루>는 재즈 뮤지션 쳇 베이커의 삶을 다룬 영화다. '본 투 비 블루'(Born to be blue)란 영화의 제목과 그의 삶이 오버랩되며 하나의 울림을 준다. ⓒ 그린나래미디어(주)


유명 재즈 뮤지션들의 삶은 대개 불행했다. 재즈 보컬의 대명사 빌리 홀리데이(Billie Holiday, 1915~1959)는 십대 시절부터 생활고를 겪으며 창녀로 살았고, 가수가 된 뒤에는 두 번의 결혼에 잇따라 실패하고 평생 마약 중독자로 살았다. 비밥(bebop)의 창시자로 불리는 색소폰 연주자 찰리 파커(Charlie Parker, 1920~1955)는 약물과 병마에 빠져 서른넷의 나이에 사망했고, 천재 베이스 연주자 자코 파스토리우스(Jaco Pastorius, 1951~1987) 또한 약물에 기대어 살다 노숙자로 전락한 뒤 폭행 시비로 숨졌다.

영화 <본 투 비 블루>의 주인공인 트럼펫 연주자 쳇 베이커(에단 호크 분)도 예외는 아니다. 그는 처자식을 버리고 약쟁이로 전락하며 빚더미에 오른 인물로, 몇 번이나 감옥을 드나든 뒤 자신의 삶을 다룬 영화에 출연하며 재기를 노린다. 그러던 어느날 쳇은 불량배들에게 폭행을 당하고, 이로 인해 앞니가 모두 빠지면서 트럼펫 연주 활동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는다.

 여배우 제인(카르멘 에조고 분)은 쳇의 연인이자 조력자가 된다.

여배우 제인(카르멘 에조고 분)은 쳇의 연인이자 조력자가 된다. ⓒ 그린나래미디어(주)


<본 투 비 블루>가 다루는 건 실존인물인 쳇 베이커의 삶 중 극히 일부분, 그러니까 약물과 섹스에 빠져 폐인처럼 살던 그가 모처럼 마음을 다잡는 1960년대 어느 시점이다. 영화는 당시 쳇 베이커의 발자취를 따르면서도 중간중간의 빈틈을 픽션으로 메우는데, 이러한 방식이 서사에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그렇게 탄생한 캐릭터 제인(카르멘 에조고 분)은 쳇의 연인이자 뮤즈로서, 매니저 딕(칼럼 키스 레니)은 쳇을 떠났지만 결국 다시 그와 의기투합하는 조력자로서 존재하며 영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다신 트럼펫을 불 수 없을 것만 같았던 쳇이 기어코 피나는 노력 끝에 다시 무대에 오르는 과정은 감동적이다. 보호관찰 담당관은 "20년 동안 당신처럼 열심인 뮤지션은 처음 봤다"며 그의 긍정적 변화를 인정한다. 어렵사리 만든 쇼케이스 자리를 찾은 동료 연주자들은 "예전에 비해 정교하진 않지만 어딘가 깊은 감성이 느껴지는 연주"라며 그에게 찬사를 보낸다. 손가락 사이에 담배를 끼운 채 들려주는 그의 우수에 찬 트럼펫 음색, 읊조리는 듯 차분히 부르는 노래는 영화가 끝나도록 내내 귓가에 남는다.

이런저런 희망과 기대를 비웃기라도 하듯, 영화는 말미에 이르러 쳇의 재기를 조명함과 더불어 기어이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운다. 그렇게 쳇이 꿈의 무대인 뉴욕 재즈 클럽 버드랜드에서 스스로를 시험대에 올리는 마지막 장면은 의미심장하다.

모두가 알고 있듯이, 그는 다시 바보처럼 사랑을 내팽개치고, 자신을 혼자인 채로 버려두고야 말 것이다. 마치 악마에게 영혼이라도 판 것처럼, 음악을 제외한 자신의 모든 부분을 망가뜨릴 것이 분명하다. 어쩌면 '본 투 비 블루'(Born to be blue)란 영화의 제목처럼, 그는 그냥 그렇게 태어난 건지도 모른다. 오는 6월 9일 개봉한다.

 쳇 베이커는 처자식을 버리고 약쟁이로 전락하며 빚더미에 오른 인물로, 몇 번이나 감옥을 드나든 뒤 자신의 삶을 다룬 영화에 출연하며 재기를 노린다.

쳇 베이커는 처자식을 버리고 약쟁이로 전락하며 빚더미에 오른 인물로, 몇 번이나 감옥을 드나든 뒤 자신의 삶을 다룬 영화에 출연하며 재기를 노린다. ⓒ 그린나래미디어(주)



에단호크 본투비블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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