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4년 브라질월드컵 당시 축구대표팀은 '황제훈련' 논란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박주영을 비롯한 일부 유럽파 선수들이 조기에 귀국하여 파주 NFC에서 대표팀 코칭스태프의 특별관리를 받으며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당시는 월드컵 최종명단이 아직 확정되기 전이었고, 심지어 해외파 선수들의 속한 유럽 축구 시즌도 아직 종료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많은 팬은 사실상 경쟁과 상관없이 이미 최종엔트리를 보장받은 유럽파 선수들의 특혜를 지적했고 여론은 급격히 악화했다.

더구나 당시 유럽파 선수들 상당수가 소속팀에서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하거나 아예 출전기회도 잡지 못하고 있었던 상황이다. 그런데도 정작 대표팀에서는 무임승차에 가까운 특별대우를 받는 것이 형평성에 어긋났기 때문이다. 이는 반대로 소속팀에서 꾸준한 경기력을 보여주고도 정작 외면받던 국내파 선수들에 대한 차별 논란으로도 이어졌다.

결과적으로 당시 대표팀은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지도 못했고, 몇몇 유럽파 선수들의 경기력 역시 특별대우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살아나지 못했다.

2014년 그리고 2016년

감독이 보고 있다 23일 파주NFC(대표팀트레이닝센터)에서 6월 스페인, 체코와의 평가전을 앞두고 유럽파 선수들을 대상으로 열린 특별 훈련에서 울리 슈틸리케 축구대표팀 감독이 선수들의 훈련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 감독이 보고 있다 23일 파주NFC(대표팀트레이닝센터)에서 6월 스페인, 체코와의 평가전을 앞두고 유럽파 선수들을 대상으로 열린 특별 훈련에서 울리 슈틸리케 축구대표팀 감독이 선수들의 훈련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 연합뉴스


당시 사건은 유럽파 선수들 본인은 물론이고 한국축구에도 큰 교훈을 남겼다. 이후로도 '유럽파 vs. 국내파'에 대한 특혜와 이중잣대 논란은 축구대표팀의 뜨거운 감자로 남았다.

2년이 흘러 파주 NFC에서는 또다시 일부 유럽파들 위주의 훈련이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분위기는 2년 전과는 하늘과 땅 차이다. 그때는 코치진 주도로 철저히 '선택받은 소수'를 위한 그들만의 훈련이었다면, 이번에는 해외파 선수들 스스로 대표팀을 위하여 자청한 자율 훈련이다.

기성용, 손흥민 등 해외파 선수들은 소속팀에서 장기 레이스를 마치고 갓 대표팀에 합류했다. 엄밀히 말하면 지금은 휴식 기간이다. 대표팀은 6월 A매치(1일 스페인, 5일 체코) 원정 2연전을 치른다. 규정대로라면 해외파 선수들은 국내 복귀 이후 2주 정도 휴식을 취하다가 정식 소집 기간에 맞춰서 3~4일 전에 팀에 합류해도 무방하다.

하지만 해외파들은 휴식 기간 동안 경기 감각과 체력이 떨어질 것을 우려하여 자발적으로 훈련을 자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어차피 대표팀 발탁이 확정된 선수들인 만큼 국내에서 따로 개인훈련을 하는 것보다 소수라도 함께 모여서 팀훈련을 진행하는 게 훨씬 효율적이다.

무엇보다 오랜만의 귀국으로 쉬고 싶기도 하고 즐기고 싶은 일도 많을 텐데도, 대표팀을 위해서 휴식까지 반납한 해외파 선수들의 헌신과 희생이 큰 의미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그만큼 해외파 선수들이 유럽 강호와 맞붙는 이번 A매치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상승세를 잇기 위해 필요한 것

이쪽으로? 울리 슈틸리케 축구대표팀 감독이 23일 파주NFC(대표팀트레이닝센터)에서 6월 열리는 스페인, 체코와의 평가전을 앞두고 대표팀 명단 발표를 마친 뒤 밖으로 나서고 있다.

▲ 이쪽으로? 울리 슈틸리케 축구대표팀 감독이 23일 파주NFC(대표팀트레이닝센터)에서 6월 열리는 스페인, 체코와의 평가전을 앞두고 대표팀 명단 발표를 마친 뒤 밖으로 나서고 있다. ⓒ 연합뉴스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지난 2014년 출범 이후 2년 동안 호주 아시안컵 준우승과 월드컵 2차 예선 무실점 전승 등 그야말로 거칠 것 없는 상승세를 이어왔다. 하지만 대부분 아시아권의 약체팀들과의 대결에서 쌓은 승수라는 한계가 있었다.

스페인-체코는 설명이 필요 없는 유럽 최정상급의 강호들이자 유로 2016 본선 진출국들이다. 슈틸리케호 출범 이후 처음 만나는 유럽팀이기도 하다. 슈틸리케 감독도 일찌감치 이번 6월 A매치에는 최정예 멤버를 꾸려서 정면 승부를 펼치겠다는 의지가 남달랐다.

유럽파는 어찌 됐든 한국축구의 간판이라고 할 수 있는 선수들이다. 하지만 박지성의 은퇴 이후 유럽파는 그동안 확실한 구심점이 될만한 선수가 없었고, 몇몇 선수들의 경솔한 처신으로 구설에 자주 휘말리며 논란의 중심에 오르기도 했다.

기성용은 2년 전만 해도 유럽파를 대표하는 악동 이미지를 가지고 있던 선수 중 한 명이었다. 그런 기성용이 가정을 꾸리며 가장이 되었고, 대표팀에서는 캡틴이 되었으며 선수로서도 어느덧 성숙한 베테랑의 반열에 접어들면서 솔선수범하는 자세를 보인다는 것은 매우 긍정적인 변화다.

올 시즌 다수의 유럽파 선수들이 소속팀 내 주전 경쟁에서 애를 먹으며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대표팀에서는 자신의 책임을 다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는 모습은 박수를 보낼만하다. 더는 실력에 비하여 헛된 자부심과 특혜만 앞세우는 유럽파가 아니라, 대표팀의 일원으로서 항상 헌신하고 노력하는 건강한 유럽파의 모습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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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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