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후 뤼미에르 대극장 레드카펫 행사에서 영화 <아가씨> 팀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토 조진웅·김태리·박찬욱·김민희·하정우

14일 오후 뤼미에르 대극장 레드카펫 행사에서 영화 <아가씨> 팀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토 조진웅·김태리·박찬욱·김민희·하정우 ⓒ 이선필


한국영화의 수상 소식은 없었지만 의미 있는 국제 행사였다. 22일 밤 7시 30분 경(현지 시간) 프랑스 칸 팔레 드 페스티벌 뤼미에르 극장에서 열린 제69회 칸영화제 폐막식은 여러 나라 작품의 고른 수상으로 영화팬들의 마음을 풍요롭게 만들었다.

영예의 황금종려상은 영국 출신인 켄 로치 감독의 <아이, 다니엘 블레이크>(I, Daniel Blake)가 차지했다. 지난 2015년의 은퇴 선언을 번복하며 내보인 작품이라 남다른 의미가 있다. 1936년생인 켄 로치 감독은 그간 18번 칸영화제에 초청받았으며, <보라밭을 흔드는 바람>으로 2006년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차지했다. 그는 영화 <지미스 홀>로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를 찾기도 했다.

심사위원대상은 캐나다 출신 자비에 돌란 감독의 <단지 세상의 끝>의 것이 됐다. 1989년 생인 그는 '칸 키드'라고 불릴 정도로 이 영화제의 사랑을 받고 있다. 총 5번의 부름을 받았고, 이중  <마미>(2014)로 경쟁부문에 진출해 칸영화제 심사위원상을 받은 바 있다.

감독상은 프랑스의 명장 올리비에 아사야스가 연출한 <퍼스널 쇼퍼>와 루마니아 태생인 크리스티안 문주 감독의 <바칼로레아>가 공동 수상했다. 남녀주연상은 배우 샤하브 호세이니(아쉬가르 파르하디 감독의 <세일즈맨>, 이란)와 하클린 호세(브릴란테 멘도자 감독의 <미로사>, 필리핀)가 차지했다. <세일즈맨>은 각본상까지 거머쥐며 2관왕에 올랐다.

신인 감독상에 해당하는 황금카메라상은 감독주간 초청작인 <디바인스>의 하운다 벤야미나 감독(모로코)이 받았다. 또한 명예황금종려상은 영화 < 400번의 구타 >의 주연을 맡은 프랑스 배우 장 피에르 레오가 차지했다.

내실 좋았던 한국 영화

 19일 밤(현지시각) 팔레 드 페스티벌 내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영화 <곡성>이 상영됐다. 나홍진 감독, 배우 곽도원, 천우희, 쿠니무라 준 등이 관객의 환호를 받고 있다.

19일 밤(현지시각) 팔레 드 페스티벌 내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영화 <곡성>이 상영됐다. 나홍진 감독, 배우 곽도원, 천우희, 쿠니무라 준 등이 관객의 환호를 받고 있다. ⓒ 이선필


 영화 <곡성>의 배우 천우희(좌측)와 나홍진 감독.

영화 <곡성>의 배우 천우희(좌측)와 나홍진 감독. ⓒ FDC


우리나라 입장에선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가 4년 만에 경쟁 부문에 진출하면서 심사위원상 이상의 수상을 기대했기에 아쉬운 결과일 수 있다. 폐막식 직전 수상 대상자들에게 참여를 부탁하며 연락을 돌리는 칸영화제 관례가 있다는 사실에 비춰볼 때, <아가씨> 측은 주최 측의 연락을 받지 못한 걸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는 "감독님과 배우들이 칸 현지를 떠난 상황이었다"며 "박찬욱 감독님 쪽에서 폐막식에 참석하지 않는다는 말을 건네 들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수상과는 별개로 올해 한국영화는 칸에서 그 어떤 국가 못지 않게 풍성했다. <아가씨>를 비롯해 <곡성>과 <부산행> 등이 영화제 공식 부문인 비경쟁과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진출하면서 세계 관객들에게 주목받았다는 점은 의미가 크다. 수상 소식보다 고무적일 수 있다. 스릴러와 오컬트 장르에 충실하며 상업성이 짙게 느껴지는 해당 작품들이 국제영화제에 진출하면서 작품성도 어느 정도 인정받은 모양새가 됐기 때문이다.

시네파운데이션 진줄착인 박영주 감독의 < 1킬로그램 >과 감독 주간 선정작인 윤재호 감독의 <히치하이커>도 빼놓을 수 없다.< 1킬로그램 >도 시네파운데이션 부문에서 순위권에 들진 못했지만, 2011년 손태겸 감독의 <야간비행>이 해당 부문에서 3등을 수상한 이후 5년 만에 명맥을 이었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참고로 지난해 칸영화제엔 홍원찬 감독의 <오피스>가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한준희 감독의 <차이나타운>이 비평가 주간에, 신수원 감독의 <마돈나>가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진출하며 세계 관객들과 만난 바 있다.

칸영화제 진출작이 국내에서 흥행하는 일도 기대해볼만하다. 이미 <곡성>이 지난 11일 개봉해 400만 명 이상의 누적 관객 수를 기록하며 흥행 중이며, <아가씨>도 오는 6월 1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부산행>은 이보다 좀 늦은 7월 중 국내 극장에서 개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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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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