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셉 과르디올라(바이에른 뮌헨) 감독이 올해도 챔피언스리그 준결승의 벽을 넘지 못했다. 과르디올라가 이끄는 뮌헨은 2015/16시즌 챔피언스리그 준결승에서 디에고 시메오네 감독이 이끄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벽에 막혀 탈락했다.

1차전 원정에서 0-1로 패했던 뮌헨은 홈에서 2-1로 이겼으나 원정 다득점 규정에서 밀려 패배의 쓴 맛을 봐야했다. 올 시즌을 끝으로 뮌헨과의 작별을 눈앞에 둔 과르디올라 감독은 끝내 유종의 미를 거두는 데는 실패했다.

과르디올라 감독의 행보는 올 시즌 내내 유럽축구계의 뜨거운 주목을 받았다. 그는 올 시즌을 끝으로 3년 계약이 만료되는 뮌헨을 떠나 잉글랜드 맨체스터 시티의 차기 감독으로 내정됐다. 시즌 중에 과르디올라 감독의 거취가 발표되며 세간의 반응은 엇갈렸다. 올 시즌 뮌헨과 맨시티의 행보에 연쇄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흥미로운 관심사였다.

2013년부터 뮌헨의 지휘봉을 잡은 과르디올라 감독은 지난 2년간 팀을 분데스리가 정상으로 이끌었고 올해도 우승이 유력한 상황이다. 독일의 FA컵인 DFB 포칼컵에서도 결승에 올라 도르트문트와의 대결(22일)만을 남겨두고 있다.

절대 강자 뮌헨을 이끈 과르디올라

 3일(현지시간) 독일 뮌헨의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FC 바이에른 뮌헨과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2015-2016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 경기 종료 후 뮌헨의 호셉 과르디올라 감독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뮌헨은 2-1로 아틀레티코에 승리했으나, 지난달 27일 1차전 경기에서 0-1로 패해 원정 다득점 원칙에 따라 아틀레티코에 결승행 티켓을 내줬다.

3일(현지시간) 독일 뮌헨의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FC 바이에른 뮌헨과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2015-2016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 경기 종료 후 뮌헨의 호셉 과르디올라 감독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뮌헨은 2-1로 아틀레티코에 승리했으나, 지난달 27일 1차전 경기에서 0-1로 패해 원정 다득점 원칙에 따라 아틀레티코에 결승행 티켓을 내줬다. ⓒ 연합뉴스


얼핏보면 화려한 업적같지만 그 대상이 뮌헨이고 과르디올라라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뮌헨은 현재 자타공인 분데스리가의 절대강자다. 과르디올라 감독이 부임하기 바로 직전인 2012/13시즌 유프 하인케스 전임 감독 체제에서 트레블(3관왕)까지 달성했다.

과르디올라 부임 이후에도 탄탄한 자금력과 명성을 앞세워 경쟁 구단의 스타 선수들까지 싹쓸이하는 등 일방적인 행보로 타 구단들의 원성을 살 정도다. 강팀과 약팀간 격차는 존재해도 라이벌 빅클럽들이 각축전을 벌이는 스페인 라 라가나, 돌풍의 팀 레스터시티가 우승까지 차지한 프리미어리그(EPL)와는 분위기가 다르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바르셀로나의 황금시대를 이끌며 세계 최고의 명장으로 급부상했다. 물론 리오넬 메시같은 걸출한 슈퍼스타와 함께한 덕도 봤지만, '티키타카'로 대표되는 환상적인 점유율 축구를 전술적으로 완성시키며 바르셀로나를 역대 최고의 팀을 발돋움시킨 그의 능력 역시 극찬을 받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과르디올라 감독이 젊은 나이에 이미 세계 최고명문인 바르셀로나를 맡으며 꽃을 피울 수 있었던 것은 그가 바르셀로나 출신의 프랜차이즈 스타였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 때문에 과르디올라 감독은 바르셀로나에서 전성기를 구가할 때도 우승전력을 갖춘 팀을 물려받아 쉽게 성과를 냈다는 복장(福將) 혹은 '금수저'라는 비아냥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바르셀로나를 떠난 후 잠시 휴식기를 거쳐 2013년부터 뮌헨의 지휘봉을 잡으며 현장에 복귀했을 때도 많은 이들은 과르디올라의 선택에 의문을 표시했다. 과르디올라의 명성과 주가를 감안할 때 일단 '빅클럽'을 맡는 것은 당연했지만, 뮌헨은 굳이 과르디올라가 아니더라도 이미 최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팀이었다. 바르셀로나에 이어 또 다시 성적을 내기 쉬운 팀을 선택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었고, 결국 '잘해야 본전'이라는 부담은 3년 내내 과르디올라의 발목을 잡는 족쇄가 됐다.

과르디올라 부임 직전 시즌인 2012/13시즌 트레블 당시 뮌헨은 리그에서 승점 91점을 기록했으며 2위 도르트문트와는 무려 승점 25점 차였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부임 첫해 13/14시즌에는 승점 90점으로 전 시즌과 비슷한 성적을 냈고 2위 도르트문트와의 차이는 19점이었다.

하지만 14/15시즌부터 79점으로 승점이 뚝 떨어졌고 2위 볼프스부르크와의 차이는 10점으로 좁혀졌다, 이번 15/16시즌에는 2경기를 남겨둔 가운데 82점을 올렸지만 2위팀 도르트문트와의 차이는 고작 5점 차로 바짝 좁혀졌다. 과르디올라 감독 부임 이후 해가 갈수록 전력보강이 더해졌음에도 경기력에서 경쟁팀과의 격차는 오히려 점점 줄어들고 있다. 12/13시즌 득점 98골-실점 18골로 극강을 자랑했던 공수 밸런스 역시 13/14시즌 94골-23실점, 14/15시즌 80골-18실점, 15/16시즌 75골, 15실점으로 조금씩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또 다시 실패한 챔피언스리그 우승 도전

독일 뮌헨 현지 언론이나 지역 팬들에게서 과르디올라 감독에 대한 평가는 생각보다 높지 않다. 과르디올라 감독이 부임하면서 티키타카로 대표되는 그의 축구철학에 맞춰 선수구성과 팀 스타일에 많은 변화를 줬지만 오히려 하인케스 시절보다도 퇴보했다고 보는 시각도 많다. 마리오 만주키치-바스티안 슈바이슈타이거 등과의 갈등과 이적에서 보듯 선수들을 아우르는 포용력도 부족하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뮌헨에서 과르디올라 감독의 성공 여부는 처음부터 '챔피언스리그 우승'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라이벌'로 꼽히는 주제 무리뉴(포르투, 인터밀란)와 '후임자' 카를로 안첼로티(밀란, 레알 마드리드)가 각기 다른 팀을 이끌고 유럽 정복에 성공하며 세계적인 명장으로 올라선 것과 비교할 때 과르디올라가 다른 팀에서도 티키타카와 점유율이라는 자신만의 전술적 색채를 유지하면서 우승을 차지할 수 있을지는 초미의 관심사였다.

결과적으로 과르디올라 감독은 3년 연속 준결승에서 고배를 마시며 자신의 능력을 바라보는 의문부호를 불식시키는 데 실패했다. 하필이면 3년간 뮌헨을 막아선 것이, 모두 과르디올라의 고향인 스페인 팀들이라는 것도 묘하다.

2014년 레알 마드리드(1.2차전 합계 0-5), 2015년 바르셀로나(3-5), 2016년 아틀레티코(2-2, 원정 다득점)로 이어지는 스페인 라 리가 3강은 사실 아무리 뮌헨이라고 해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팀들이었던 것은 분명하다. 문제는 과르디올라 감독이 라 리가 팀들을 잘 아는 것보다, 상대팀들이 과르디올라 스타일에 적응한 면이 더 컸다는 점이다.

주제 무리뉴, 위르겐 클롭, 디에고 시메오네 등 과르디올라와 여러 번 격돌해 본 경험이 있고 수비 조직력 구축에 능한 명장들은 과르디올라의 필살기인 점유율 축구를 이겨낼 해법을 매해 발전시키고 있다. 공(점유율)은 내주더라도 '공간'을 허용하지 않는 전방위 압박축구는 이제 티키타카을 공략하는 가장 효율적인 전략으로 자리매김했다. 올해 EPL 우승을 차지한 라니에리의 레스터시티나, 시메오네의 아틀레티코는 점유율과 패스성공률을 포기하고도 얼마든지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예다.

특히 시메오네 감독이 이끄는 아틀레티코와의 올해 준결승은 팀의 색깔과 리더십 등 모든 면에서 대조적인 팀간의 맞대결로 특별한 의미가 있었다. 뮌헨이 명실상부한 현재 세계 최고의 명문이자 과르디올라표 점유율 축구라는 명품으로 무장한 세련된 부잣집 도련님이라면, 시메오네의 아틀레티코는 탄탄한 조직력과 압박축구로 무장한 파이터들이었다.

남미 출신의 시메오네 감독은 상대적으로 유럽 빅클럽들에 비하여 떨어지는 전력을 가지고도 8강에서 티키타카의 원조인 바르셀로나를 격침한데 이어, 준결승에서는 과르디올라의 뮌헨마저 잡았다. 골리앗에 대한 다윗의 반전이자, 압박이 점유율을, 수비가 공격을, 공간이 패스를 극복해낸 전술의 승리였다. 과르디올라의 바르셀로나 시절 정점에 달했던 점유율 축구의 전성시대가, 진화한 압박축구의 반격으로 현대축구의 흐름이 또다시 바뀌고 있음을 증명한 사건이었다.

과르디올라의 친정팀인 바르셀로나도 그가 떠난 이후 잠시 부침을 겪기는 했지만, 루이스 엔리케 감독 부임 이후 지난 14/15시즌 트레블을 달성하는 등, 과르디올라 없이도 충분히 강하다는 것을 증명해 보였다. 심지어 지금의 바르셀로나는 과르디올라 시절처럼 티키타카와 점유율에 집착하는 팀이 아니다. 과르디올라의 철학이 더이상 현대축구 전술의 흐름을 앞서고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프리미어리그에서 새로운 도전 나서는 과르디올라

과르디올라는 다음 시즌 맨체스터 시티 부임이 확정되며 EPL에서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이미 시즌이 종료되기도 전에 과르디올라의 부임 소식이 알려지면서 여론의 반응은 이번에도 성적을 내기 쉬운 부자 구단을 선택한 것을 탐탁치않게 여기 분위기가 많았다.

공교롭게도 그간 챔피언스리그에서 약한 모습을 보이던 맨시티도 올 시즌에는 준결승까지 올라 창단 최고의 성적을 냈다. 맨시티 이상의 전력과 리그 내 위상을 지닌 뮌헨에서 챔스 정복에 실패한 만큼 과르디올라 감독이 맨시티에서 더 나은 성적(우승)을 올리지 못한다면 그의 주가는 시간이 지날수록 떨어질 수밖에 없다.

어떤 면에서 맨시티는 과르디올라 감독의 지도자 인생에서 가장 험난한 도전이 될 수 있다. 1~2개팀이 독보적으로 군림하던 스페인이나 독일과 비교하여 EPL은 뚜렷한 절대강자가 없다. 맨시티 역시 부자 구단이기는 하지만 유럽에서의 명성이 아직은 바르셀로나나 뮌헨에 비할 바는 아니다.

스페인과 독일에서 라이벌 구도를 형성했던 클럽이나 무리뉴같은 라이벌과의 재회 여부도 주목되는 상황이다. 뮌헨에서 사실상 '절반의 실패'로 마감한 과르디올라의 도전은 EPL에서는 또 어떤 결과를 만들어 낼까.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축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