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쿤과 모랄레스(오른쪽), 두 선수 모두 2015~2016 V리그 트라이아웃을 신청했다.

코스쿤과 모랄레스(오른쪽), 두 선수 모두 2015~2016 V리그 트라이아웃을 신청했다. ⓒ 국제배구연맹(FIVB)


남자 프로배구 감독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사상 첫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공개 선발 드래프트)이 코앞에 다가왔기 때문이다. 올해 처음 실행하는 만큼, 그 결과에 따라 V리그 판도가 달라질 수 있다. 더군다나 구단이 원하는 세계 최정상급 선수를 자율적으로 영입했던 지난해와 달리 이제는 주어진 조건에서 선발해야 한다.

한국배구연맹(KOVO)은 지난 4월 5일 남자부 공개 선발시험에 참가할 외국인 선수 24명을 확정했다. 7개 구단 감독들이 신청자 162명을 상대로 매긴 점수를 합산해 고득점자순으로 1차 선발한 것이다.

이 선수들은 9일 입국한다. 그리고 11~13일까지 3일 동안 인천 송림체육관에서 연습경기를 치르면서 각자의 실력을 선보인다. 감독들이 최종적으로 뽑는 드래프트는 13일 오후에 실시한다.

남자부 트라이아웃은 참가자의 국적, 나이, 포지션에 제한을 두지 않았다. 연봉도 30만 달러(NET 기준)로 여자부의 2배다.

코스쿤, 가스파리니... 지난 시즌 '세계 정상급' 활약

초미의 관심사는 참가 선수들의 실력과 수준이다. 이 궁금증을 알아보기 위해 기자는 최근 7개 구단 감독 모두에 전화를 걸어 "눈에 띄거나 마음에 드는 선수가 있는지"를 물었다. 그리고 해당 선수의 지난 시즌 기록들을 살펴봤다.

물론 시몬, 그로저, 오레올 같은 세계 최정상급 선수는 없다. 그렇다고 수준이 크게 떨어진다고 말할 수도 없다. 몇몇은 지난해 세계 정상급의 경기력과 활약을 펼친 선수도 있었다. 코스쿤(Serhat Coskun)과 가스파리니(Mitja Gasparini)가 대표적이다.

코스쿤(30세·200cm·라이트)은 지난 시즌 터키리그에서 득점과 공격종합 부문에서 2관왕을 차지했다. 터키리그는 유럽 남자배구 리그 중 러시아, 이탈리아 리그에 이어 3위에 해당한다. 터키 국가대표 출신인 코스쿤은 2015~2016시즌 터키 1부리그 M.MİLLİ PİYANGO 팀에서 뛰었다. 지난 4월까지 시즌 전 경기를 소화했고, 대부분의 경기에서 팀내 또는 양팀 통틀어 최다 득점을 기록했다.

타점 높은 공격 지난 2013년 3월 17일 충남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남자 프로배구 2012-2013 플레이오프 1차전 현대캐피탈과 대한항공의 경기. 현대 가스파리니가 강 스파이크를 날리고 있다.

▲ 타점 높은 공격 지난 2013년 3월 17일 충남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남자 프로배구 2012-2013 플레이오프 1차전 현대캐피탈과 대한항공의 경기. 현대 가스파리니가 강 스파이크를 날리고 있다. ⓒ 연합뉴스


가스파리니(33세·200cm·라이트)는 2012~2013시즌 V리그에서 현대캐피탈의 외국인 선수로 활약한 바 있다. 이후 유럽 리그에 진출한 가스파리니는 지난해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슬로베니아 국가대표 주 공격수인 가스파리니는 2015 유럽선수권대회(10.9~18)에서 슬로베니아를 준우승으로 이끌며 대이변을 연출했다. 8강에서 폴란드, 4강에서 이탈리아를 꺾고 결승까지 진출했다. 결승에서 프랑스에 패해 준우승에 머물렀으나 유럽 최강 팀과 최고의 선수들과 맞대결에서 놀라운 실력을 보여주었다. 가스파리니는 유럽선수권대회 득점왕까지 기록했다.

소속 팀에서도 발군의 기량을 보여주었다. 소속 팀인 PARIS Volley는 현재 프랑스 1부리그 챔피언결정전에 올라 있다. 가스파리니는 프랑스 리그에서도 득점 2위, 서브 1위를 기록하며 최고의 라이트 공격수에 선정됐다.

코스쿤과 가스파리니는 V리그가 지난해처럼 자유계약을 한다 해도 영입 대상 리스트에 오를 수 있는 선수다. 일부 감독은 "저런 선수가 어떻게 트라이아웃에 신청했을까"라며 의아해하기도 했다.

모랄레스·세페다·모하메드·우드리스... '제2의 가빈·레오' 노린다

그러나 V리그에서 성공 여부는 실력과 명성만으로 보장되지는 않는다. 물론 신생팀 OK저축은행을 2년 연속 챔피언에 올려놓은 시몬을 비롯해, 그로저(삼성화재), 오레올(현대캐피탈) 등은 명성에 걸맞은 활약을 보여주었다.

반대의 경우도 많았다. 삼성화재를 7시즌 연속 챔피언으로 이끈 안젤코, 가빈, 레오와 대한항공을 2년 연속 챔피언결정전으로 이끈 마틴 등은 V리그 입성할 당시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은 선수가 아니었다.

이번 트라이아웃 참가자 중에도 일부 선수는 벌써 감독들의 호평을 받으며 기대를 모으고 있다. 모랄레스(Steven Morales), 세페다(Rolando Cepeda Abreu), 모하메드 알하차다디(Mohamed Al Hachdadi), 우드리스(Artur UDRYS), 코리(Cory Riecks) 등이 그들이다.

모랄레스(25세·200cm)는 감독들의 사전 평가에서 1위를 차지했다. 푸에르토리코 국가대표의 주전 라이트 겸 센터다. 타점이 높고 파워형 공격수라는 평가를 얻고 있다. 지난 시즌 푸에르토리코 리그 Caribes de San Sebastian 팀에서 뛰었다.

세페다(28세·198cm)는 왼손잡이로 쿠바 국가대표 주전 라이트이다. 지난 시즌 그리스 1부리그 PAOK THESSALONIKI 팀에서 활약했다. 2015~2016 유럽 챔피언스리그에도 출전했고, 팀의 주 공격수로 활약하며 득점 순위 15위에 올랐다.

모하메드(26세·203cm)는 모로코 국가대표 주전 라이트다. 모로코를 2015 아프리카선수권대회 3위로 이끌었고, 베스트 공격상까지 수상했다. 지난 시즌 핀란드 리그의 Hurrikaani LOIMAA 팀에서 뛰었다.

우드리스(27세·208cm)는 벨라루스 국가대표 센터로 활약했다. 지난 시즌 러시아 2부리그 Kristall Voronezh 팀에서 활약했다. 우리카드가 지난해 군다스를 영입하기 전에 국내에 불러들여 입단 테스트를 했던 선수이다.

코리(29세·203cm)는 미국 출신으로 지난 시즌 스페인 1부리그 CAI Teruel에서 뛰었다. 현재 소속 팀은 스페인리그 챔피언결정전을 치르고 있다. 이번 트라이아웃 참가자 중 레프트 선수 중에서는 가장 나아 보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3일 운명의 드래프트... '운장(運將)'은 누구?

하지만 감독들의 1차 평가는 주로 KOVO가 보내준 선수의 기본 프로필과 하이라이트 동영상을 기준으로 점수를 매겼다.

현재 감독들은 해당 선수가 지난 시즌에 어떤 리그에서 뛰었는지, 경기 출장 시간과 경기력은 어느 정도인지 등을 각종 기록을 통해 꼼꼼히 점검하고 있다. 그리고 11일부터 인천 송림체육관에서 실시하는 연습경기에서 선수들의 기량을 직접 눈으로 보고, 몸 상태와 인성까지 종합적으로 살펴볼 예정이다.

또한 탐나는 선수가 있더라도 팀 구성상 다른 포지션의 선수를 선택해야 할 수도 있다. 따라서 최종 드래프트에서는 1차 평가 순위와 상관없이 의외의 선수가 낙점될 수도 있다.

남자부 트라이아웃은 확률추첨 방식으로 진행된다. 지난 시즌 성적 역순으로 각 구단이 부여받은 구슬 수는 우리카드 35개, KB손해보험 30개, 한국전력 25개, 대한항공 20개, 삼성화재 15개, 현대캐피탈 10개, OK저축은행 5개다. 이 구슬들을 모두 한 통에 넣고, 추첨을 통해 각 구단의 지명 순서를 결정한다.

여자부 트라이아웃에서 보듯 지명 순서는 얼마든지 뒤바뀔 수 있다. 운이 필요한 순간이다. 송림체육관으로 향하는 구단 관계자와 배구팬들의 마음이 뜨거워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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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배구 V리그 트라이아웃 외국인선수 모랄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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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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