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안산국제거리극축제 개막작인 프랑스팀 '콤파니 그라트 시엘'의 <천사의 광장> 공연 모습. 순백의 옷을 입은 천사들이 밤하늘을 가로지르며 눈이 내리는 듯한 깃털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세월호 참사의 상처를 덮어준다.

2016안산국제거리극축제 개막작인 프랑스팀 '콤파니 그라트 시엘'의 <천사의 광장> 공연 모습. 순백의 옷을 입은 천사들이 밤하늘을 가로지르며 눈이 내리는 듯한 깃털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세월호 참사의 상처를 덮어준다. ⓒ 안산문화재단


원래 광장은 저항과 혁명의 공간이다. 그도 아니면 2002년 월드컵처럼 뜨거운 함성으로 기억되는 곳이다. 더욱이 오월의 광장 아닌가. 열려 있는 공간인 광장에서 몸짓과 목소리를 섞어가며 마음껏 기억의 함성을 내지른다면 어떨까.

거리예술 역시 장소가 지닌 기억 그리고 그 공간에 발 디딘 일상과 떼어놓고 바라볼 수 없다. 여기서 장소와 기억이란 곧 세월호의 삶과 이야기를 전한다. 2016 안산국제거리극축제(아래 거리극축제)가 세월호 참사에 대한 이야기를 담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올해로 10년째를 맞는 안산의 대표축제인 거리극축제는 세월호 참사 이후 변했다. 참사 1주기였던 지난해 세월호 추모극으로 채웠던 축제는 올해도 세월호에 관한 이야기를 멈추지 않는다.

윤종연 예술감독은 "참사 이후 거리극축제를 바라보는 시민들과 예술가들의 시각이 많이 변한 것을 느낀다"며 "축제가 단순히 보고 즐기고 노는 행사에 그치지 않고, 축제에 삶의 이야기들을 담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 많이 공감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 거리극축제는 '지금, 우리는 광장에 있다'를 슬로건으로 오는 5일부터 8일까지 안산문화광장에서 펼쳐진다. 국내 32개 작품, 해외 18개 작품 등 13개국의 50여 개 작품이 광장에서 시민들과 어우러진다.

개막작을 통해 세월호를 포함한 안산의 지난 30년에 관해 이야기한다. 순백의 깃털이 군중을 에워싸는 프랑스 공연팀 '콤파니 그라트 시엘'의 공중 퍼포먼스 '천사의 광장'(Place des Anges)은 그리움과 치유의 심상을 불러일으킨다.

순백의 옷을 입은 천사들이 밤하늘을 가로지르며 5월에 눈이 내리는 듯한 환상적인 깃털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가벼운 깃털이 광장과 관람객의 머리 위로 소복하게 쌓이면 멀리 떠나보낸 그리운 이들의 천진한 웃음이 들려온다. 5일 오후 9시 안산문화광장 D·E에서 공연한다.

지난해에 이어 계속되는 '안산순례길' 프로젝트는 50명이 5시간에 걸쳐 안산 곳곳을 걸으며 세월호의 흔적을 비롯해 안산이라는 도시가 경험한 것들을 되짚어본다.

지난해 선보였던 이 작품은 종교적 성지를 찾아 길을 걷는 순례자들의 행렬과 연결해 축제 관람객들과 함께 안산 지역을 걸어 호평을 받았다. 세월호 참사를 모태로 삼되, 비극을 넘어 도시 안산을 통해 한국의 근대화, 산업화를 비판했다.

안산 이야기 그리고 거리의 예술, 예술... 예술

 폐막작인 스페인팀 '그루푸 푸자'의 <카오스모스(K@OSMOS)> 공연 모습. 하늘 높이 솟은 둥근 구조물에 매달린 배우들이 파워풀한 라이브 밴드 연주를 배경으로 질서정연하면서도 애크러배틱한 몸짓을 선보인다.

폐막작인 스페인팀 '그루푸 푸자'의 <카오스모스(K@OSMOS)> 공연 모습. 하늘 높이 솟은 둥근 구조물에 매달린 배우들이 파워풀한 라이브 밴드 연주를 배경으로 질서정연하면서도 애크러배틱한 몸짓을 선보인다. ⓒ 안산문화재단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이 안산이라는 지역의 고유성을 담은 작품을 제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안산거리예술 크리에이터'는 올해부터 '창작지원 프로그램'으로 명칭을 바꿨다.

세월호 참사를 비롯해 매년 안산지역이 직면한 상황에 대한 대화를 시도한 <수!난시대> < We_Low / 위로 > <황야의 이리> <도시소리동굴 프로젝트, 안산> <무제의 열차> 등이 선보인다.

또한 한국 전통연희에서부터 서커스, 마임, 현대 광대까지 시민들과 신명 나게 소통할 수 있는 광대극을 선보이는 <광대의 도시> 프로그램의 경우 총 14팀을 선발하는 모집공모에 해외 62팀, 국내 21팀이 응모해 수준 높은 공연을 선보인다.

국내 참가작 중에서는 뮤지컬 <인 더 하이츠> 등에 참여한 안무가 김재덕이 이끄는 모던 테이블의 '맨 오브 스틸', 안무가 손지민이 주축인 1984+4의 <관성 모멘트(어떤 순간들)>, 이혜령이 연출하는 제너럴 쿤스트의 <나와 함께 낯선 이방인> 등이 눈길을 끈다.

또 스페인의 '피라 타레가 거리예술축제'와 축제 교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공동제작 방식으로 완성한 작품을 선보인다. 스페인 작가 카를라 로빌라가 한국의 청소년들과 안산의 이야기를 담은 거리예술작품 <바다너머>를 창작한다.

폐막작은 스페인 팀인 '그루푸 푸자(Grupo Puja)'의 <카오스모스(K@OSMOS)>다. 라이브밴드의 힘 있는 연주를 배경으로 관람객의 눈앞에서 우주로의 항해가 펼쳐지고, 하늘 높이 올라간 둥근 구조물에 매달린 배우들은 하나의 유기체와 같이 질서정연하면서도 아크로바틱한 몸짓으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8일 오후 9시 안산문화광장 E에서 공연한다.

대규모 시민댄스 등 시민이 만드는 거리극축제

 지난해 열린 2015안산국제거리극축제에서 시민들이 개막 시민댄스를 공연하고 있다.

지난해 열린 2015안산국제거리극축제에서 시민들이 개막 시민댄스를 공연하고 있다. ⓒ 안산문화재단


지난해에 이어 시민 참여프로그램은 더욱 확대됐다.

오는 7일에는 '거리극축제 시민버전'을 통해 시민이 직접 선보이는 대규모 거리예술 공연을 선보인다. 올해는 지난해 '그랜드 콘티넨털'에 참여했던 시민 중 재참여 의사를 밝힌 60여 명과 함께 더욱 다양한 시민들이 자유로운 움직임을 선보일 수 있도록 참여 규모를 확대했다.

대규모 시민 댄서의 참여로 완성된 '그랜드 콘티넨털' 댄스 프로젝트는 전문 무용수들이 아닌 춤을 사랑하고 동경하는 평범한 시민 무용수들에 의해 만들어졌다. 현대 무용의 동작과 라인댄스의 결합을 통해 만들어지는 세련된 움직임은 웅장하면서도 중독성 있는 장관을 만들어냈다.

이 프로젝트는 댄스, 스포츠, 전통연희, 다문화, 플래시몹 등 다양한 연령대와 장르를 가진 약 30여 개의 시민 아마추어 단체들이 7일 오후 5시부터 단 한 시간 동안 안산문화광장 전역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공연을 펼친다.

기획프로그램 '도시 발언대'는 열린 공간인데도 이용에 제약이 있었던 광장을 시민들에게 돌려주자는 취지로 운영된다. 시민들은 축제 기간 동안 광장 곳곳에 미리 설치된 마이크를 통해 원하는 발언과 행동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다.

또한, 지난해 축제 당시 대다수 시민이 종이상자를 이용해 다 함께 공동의 건축물을 만들어 호평을 받았던 체험형 설치미술 프로그램 '시민의 건축'은 2016년 플라스틱 칼라박스로 소재를 바꿔 광장 전역에서 만나볼 수 있다.

거리극축제는 세계적인 예술성을 인정받아 2015 세계축제협회(IFEA) 피너클어워드 금상, 2015 문화체육관광부 공연예술제 관광 자원화 사업 선정에 이어 2016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선정, 지역대표 공연예술제 및 2016경기도 10대 축제로 선정되는 등 국내 최고의 공연예술축제로 자리매김했다.

축제 프로그램 소개와 공연 시간, 장소 등 자세한 내용은 거리극축제 공식 누리집(☞바로 가기)을 참고하면 된다. 지난해에 70여만 명이 다녀갔다. 올해는 어린이날과 어버이날 연휴 기간에 축제의 장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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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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