젝스키스 무한도전 게릴라 콘서트

젝스키스가 <무한도전> '토토가' 편에 출연해 게릴라 콘서트를 열었다. 젝스키스 편은 전주보다 2.1%포인트 상승한 시청률을 기록하는 저력을 보여줬다. ⓒ 연합뉴스


<무한도전>(아래 <무도>)이 위기란 말이 나돌 때가 있었다. 물의를 일으킨 '그 녀석'들이 하차하고, '거성'은 '웃음 사망꾼'이 되고, 새로 들어온 막내가 저평가를 받고, 건강 때문에 '사대천왕' 중 한명이 휴식기를 갖는다는 등의 이유에서였다. 글쎄, 그 정도 가지고 <무도>에 정말 위기가 올까, 그런 의구심이 들었던 기억이 난다. 출연자 공백이 생기면 생긴 그대로 상황으로 살리고, 좀 덜 웃기거나 시청자의 눈총을 받는 사람이 있으면 그 나름의 캐릭터로 만들어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이 <무도> 방식이지 않던가.

탄탄하게 구축된 <무도> 지지층이 그리 쉽게 이탈하지 않으리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간  <무도>를 둘러싸고 이런저런 논란이 일어났음에도, '좀 모자라지만 열심히 하는' <무도> 출연자들 특유의 캐릭터 특성과 매주 주제가 달라지며 예측 불가능한 재미를 만드는 콘텐츠의 힘을 바탕으로 <무도>는 난관을 정면으로 돌파해왔다. 2012년, MBC 노조가 낙하산 사장 퇴진과 공정 보도를 요구하며 벌인 170일 간의 파업을 거치며 예능 PD들이 MBC를 떠났음에도 <무도>와 김태호 PD는 흔들림이 없었다. 그처럼 외압이 함부로 영향을 줄 수 없을 정도로 <무도>의 위상은 높아졌다.

동시간대 시청률 1위, 화제성지수 1위, 브랜드평판 1위, 달력 등의 관련 상품 완판, 가요제 음원 차트 석권과 같은 성적을 통해 살펴봐도 <무도>는 여전히 정상급 예능의 자리를 지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지난 회에 방영된 '토토가2-젝스키스'편은 전주보다 2.1%포인트 상승한 시청률을 기록하는 저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지난 9일 <무한도전> '퍼펙트 센스' 특집에는 여자친구가 게스트로 나왔다.

일정한 틀 없이 항상 주제를 달리하는 진행방식 또한 예측 불가능한 긴장 상태를 만들며, 매회 출연자들을 위기 상황 속으로 몰아넣는다고 할 수 있다. ⓒ MBC


"위기라는 단어는 <무한도전>에겐 워낙 오래된, '단골' 수식어입니다. 만약 현재 <무한도전>이 단어 의미 그대로 '위기'라면 제작진부터가 이를 먼저 감지하고 비상사태에 들어갔을 것입니다. 하지만 정작 내부에서는 그 '위기'가 있어야 '장사'가 더 잘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 김태호PD "형돈이와 명수형, 광희 홍철 & 위기론에 대해" (<일간스포츠>와의  인터뷰) 중

<무도>에 위기란 말이 붙는 것이 새삼스레 느껴지는 건, 사실 <무도>가 위기상황을 자초해 동력으로 삼아온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478회를 맞은 이 장수 예능이 처음에는 '50회 특집'을 제작할 정도로 한 회 한 회 이어가는 것이 절박한 시절이 있었음을 생각해보라. '유 반장'이 진행 중 수없이 "시청자 여러분"을 호명하고 '배꼽 사과'를 하던 그 때부터 사실 <무도>는 위기였고, 그 위기를 자산으로 삼아 국민 예능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무한 이기주의'를 불사하며 '3D예능'을 자처하는 대한민국 평균 이하의 악전고투가 곧 무형식의 형식을 지닌 <무도>를 만든 것이다.

일정한 틀 없이 항상 주제를 달리하는 진행방식 또한 예측 불가능한 긴장 상태를 만들며, 매회 출연자들을 위기 상황 속으로 몰아넣는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무도>에 위기가 닥친다면 어떤 외부적 요인에 의해 생긴 상황 급변보다는, 오히려 <무도>의 동력이 되었던 '자발적 위기 상황 조성'이 더 이상 아무런 긴장감이나 신선함을 만들어내지 못할 때에 찾아올 것이다.

"지금 <무한도전>이라는 텍스트가 문제적이라면, 위기라서가 아니라 오히려 자기 복제와 반복을 통해서도 별다른 위기 없이 현상 유지를 할 수 있어서다." - <무한도전>의 자기 복제는 어떻게 자신을 소진하나(<아이즈> 기사) 중

<무도>가 자기복제로 식상해지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물론 김태호 PD는 <무도>가 "성장보다는 유지와 보수의 단계(<무도> 400회 기자간담회)"라고 판단하고 있으며, 방송 제작의 절대적인 평가 기준이 될 시리즈 콘텐츠에 대한 시청률의 '응답' 또한 나쁘지 않다. 따라서 당분간은 <무도>에 위험 부담이 적은 기획이 이어질 것 같긴 하다.

 무한도전의 한 장면

출연자 공백이 생기면 생긴 그대로 상황으로 살리고, 좀 덜 웃기거나 시청자의 눈총을 받는 사람이 있으면 그 나름의 캐릭터로 만들어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이 <무도> 방식이지 않던가. ⓒ MBC


어느덧 <무도>는 지킬 것이 많아진 입장이 되었다. 시청자들도 알고, 출연자나 관계자들도 다 아는 사실이다. 음원을 발매했다 하면 차트를 석권하는 <무도 가요제>는 농담 섞인 협상의 패로 활용되기도 하고(다음 가요제 때 안 나올 거냐는 식), 급기야 갑질 논란까지 불거질 정도의 킬러 콘텐츠가 되었다. 출연자들의 지위는 달라졌는데 예전처럼 호통 개그나 바보 연기가 반복된다면 새삼스럽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더 이상 '유 반장 캐릭터'가 아니라 누구도 부인 못할 1인자 지위가 된 유재석이 출연자들에게 '고나리질'하는 대목에서는 어찌할 수 없는 피로감이 느껴질 때도 있다.

<무도>는 이제 도전자가 아니라 무수한 수상기록을 보유한 권위자에 가까워졌다. 입지가 달라진 지금 <무도>는 여전히 무엇에 '도전'해야 할 상황인 걸까? 도리어 10년 전 초창기의 <무도>와 같은 입장에 있는 도전자들에게 도전받고 신인을 육성할 입장에 있는 건 아닐까? <무도>에 시즌제와 같은 돌파구가 마련된다면 최선이겠으나 현실적 어려움이 있을 것이기에, <무도> 스스로가 자신의 달라진 위상을 돌아보고 역할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을 거라 생각한다. 이미 <무도>는 '배달의 무도' 같은 공익적 기획도 무난히 소화할 수 있을 정도의 위치에 있지 않나.

무한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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