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본 투 비 블루>를 연출한 로베르 뷔드로 감독(좌)과 음악 감독을 맡은 데이빗 브래드.

영화 <본 투 비 블루>를 연출한 로베르 뷔드로 감독(좌)과 음악 감독을 맡은 데이빗 브래드. ⓒ 이선필


백인이 사랑한 재즈, 그리고 트럼펫. 쳇 베이커의 삶을 다룬 영화 <본 투 비 블루>가 제17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됐다. 단순히 명배우 에단 호크가 주연이라서? 이것만으로 많은 관객이 이 영화를 찾기엔 부족해 보인다.

영화는 '전설로 추앙받는 재즈 뮤지션이 한국 관객에게 얼마나 다가갈 수 있을까'라는 편견을 깰 정도로 영화는 보편적 주제를 품고 있었다. 쳇 베이커의 일생이 아닌 1960년대, 그러니까 인종 갈등으로 신음하던 미국 사회를 배경으로, 한 인물이 자신의 본령을 깨달아가는 과정이 잔잔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영화 상영 직후인 28일 오후 전주 시내 한 호텔에서 연출을 맡은 로베르 뷔드로(42) 감독과 데이빗 브래드 음악 감독을 만났다.

사랑과 음악 사이에서

영화의 핵심은 흑백의 조화이자 소명의식이다. 흑인의 전유물이던 재즈를 백인이 품는다는 사실을 반영하듯 실제 화면 역시 흑백과 컬러 장면이 교차된다. 또한 마약 중독에서 헤어 나올 수 있게 한 연인에 대한 애틋한 쳇 베이커의 감정의 뒤바뀜이 묘한 울림으로 다가온다. 전형적인 사랑이야기가 아닌 한 사람이 어떻게 자신의 존재 이유를 찾아가는가에 집중하면 보다 풍부하게 영화를 즐길 수 있을 법하다.

재즈 장르가 한국에서 친숙하지 않음을 인지한 듯 로베르 뷔드로와 데이빗 브래드는 설명에 적극적이었다. 실제 15년차 재즈 피아니스트인 데이빗 브래드는 공연 투어 중임에도 일정을 비워 한국을 찾았다. "한국이 처음"이라는 로베르 뷔드로 감독과 인터뷰 자리에서 인삼차를 주문할 정도로 한국에 친숙한 데이빗 브래드 감독(실제로 그는 공연을 위해 5번 내한했다)은 공통적으로 쳇 베이커라는 사람이 지닌 상징성을 짚었다.

- 영화 후반부가 인상적이다. 쳇 베이커의 곡을 제목으로 썼는데 영화에는 막상 등장하진 않는다. 특별한 의도가 있었는지.
"쳇 베이커의 삶에서 보편성을 얻고자 했다. 그의 사랑과 음악, 그리고 마약 복용은 결국 영화의 엔딩으로 달려가기 위한 것들이었다. 달콤한 전형적인 엔딩보다 쳇 베이커의 진짜 면모를 보이고 싶었다. 사실 이게 인생이지 않나. 진짜를 얻기 위해 우린 어떤 걸 포기하면서 살고 있다" (로베르 뷔드로)

- 그런 의미에서 제목 자체가 상징적이다. 고유 명사로 볼 수도 있지만 해석하자면 '삶을 더 깊게 이해하게 되는 경지에 이르다'랄까.
"쳇 베이커의 노래에서 따온 제목이기도 하지만 흥미로운 해석이다. 그의 음악은 블루스잖나. 노래 제목 자체가 그의 삶과 연관돼 있다. 일종의 멜랑콜리함이다. 아이러니인 게 쳇 베이커는 달달한 사랑 노래나 발라드를 많이 했는데 그 저변엔 우울함이 깔려 있다. 사랑과 우울함이 동시에 존재하기에 더욱 신비로운 매력이 있다." (로베르 뷔드로)

1960년, 백인, 그리고 재즈

 영화 <본 투 비 블루>의 한 장면.

영화 <본 투 비 블루>의 한 장면. ⓒ 그린나래미디어


- 이번엔 음악 감독에게 묻겠다. 쳇 베이커 음악을 그대로 쓰지 않고 편곡했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두 가지다. 영화 작업하면서 목표로 삼은 건 쳇 베이커의 이야기를 잘 표현하고자 하는 거였다. (마약 중독으로 인해) 다시는 연주를 못한다는 얘길 듣다가 잃었던 자신감을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야 했다. 콘서트 실황과는 완전 다르지. 그래서 트럼펫 연주가 완벽하지 않아야 할 부분을 세심하게 하도록 에단 호크에게 부탁했다. 또 1950년대 버드랜드(쳇 베이커가 데뷔한 클럽)를 잘 보이고 싶었다. 웨스트코스트 출신의 뜨내기인데 얼마나 긴장되겠나. 일반 관객이 알아채실지 모르겠지만 그 느낌을 담고 싶었다." (데이빗 브래드)

- 그래서 시대적 배경도 중요했다. 쳇 베이커에겐 재기의 때였지만 당시는 또 인종 갈등이 심했던 1960년대 미국이다.
"맞다. 그 시기가 끌렸다. 쳇 베이커가 헤로인 중독자라 사람들의 동정을 받기 힘든데 그 난관을 이기고 다시 돌아오는 과정을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을 거 같았다. 미국에선 인종 갈등이 이슈가 됐지만 쳇 베이커는 백인이면서 흑인 뮤지션을 우상으로 삼았고, 그의 애인도 흑인이었다. 분명 특별한 이야기다. 어떤 사람들은 시대에 적극적으로 반응하는 반면 쳇 베이커는 자기 스타일에 맞게 진솔하게 살아왔다. 동시대에 활동한 마일즈 데이비스나 밥 딜런은 끊임없이 시대에 자기를 적용하며 변화를 꾀했던 거고." (로베르 뷔드로)

- 애초부터 에단 호크를 염두에 둔 건가. 캐스팅 당시 그의 반응이 궁금하다.
"그는 언제나 내겐 첫 번째였다. 15년 전에 리차드 링클레이터 감독(영화 <보이후드> 등으로 에단 호크와 호흡했다)과 쳇 베이커 관련 영화를 찍으려 했더라. 그 영화는 무산됐었다. 그러다가 내가 제안했는데 아주 즉각적으로 반응이 왔다. 어찌보면 에단 호크는 쳇 베이커가 되기 위해 15년을 기다린 셈이다. 그래서 그런지 촬영하면서 아이디어도 많이 냈다." (로베르 뷔드로)

- 1년 간 트럼펫을 연습했다고 들었다. 영화 속에서 그가 실제로 연주하진 않고 노래만 하던데 에단 호크가 직접 연주하고 싶어하지 않았나.
"배역을 준비하면서 에단 호크가 트럼펫과 성악 레슨 둘 다 받았다. 본래 트럼펫은 굉장히 어려운 악기다. 10년을 한다고 해도 천재 뮤지션의 느낌을 내긴 어려울 거다. 애초에 촬영 전에 트럼펫 선생이 실제 연주는 무리라고 못 박기도 했다. 우린 짧은 시간 안에 에단 호크가 트럼펫과 굉장히 많은 시간을 보냈음을 강조하려 했다. 그 느낌은 잘 살아났다."  (데이빗 브래드)

재즈의 존재 이유

- 본래 재즈를 좋아했나. 여러 장르가 저마다 기원이 있고, 존재 이유가 있다. 재즈의 존재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재즈를 15년 간 해온 경력으로서 말하자면 재즈는 절대적인 표현의 자유를 상징한다. 또 다양한 문화적 교류의 아름다운 결과물이라 생각한다. 아프리카계 흑인들이 미국에 처음 왔을 때 얼마나 끔찍한 일을 당했나. 그런 상황에서 이들이 낸 결과물은 아름다운 재즈였다!" (데이빗 브래드)

"내 첫 단편이 흑백과 컬러가 함께 나오는 재즈 영화 <드림 레코딩>이었다. 둘 사이에서 교차하는 뭔가 미묘한 느낌이 있다. <본 투 비 블루>를 보면 느낄 수 있는데 서로 다른 두 가지 재즈가 나온다. 흑인들이 연주하는 이스트 코스트 스타일과 쳇 베이커의 웨스트 코스트 스타일이다. 하나는 굉장히 지적이고 다가가기 어렵다면 쳇 베이커의 그것은 서정적이면서도 단순하다. 이런 다양함을 품고 있는 게 또 재즈다."  (로베르 뷔드로)

 영화 <본 투 비 블루>의 한 장면.

영화 <본 투 비 블루>의 한 장면. ⓒ 그린나래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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