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개그콘서트> 홈페이지 자료 화면 캡처

이제 사람들은 일요일 저녁에 모두 모여 앉아 <개그콘서트>를 시청하지 않는다. ⓒ KBS


이쯤 되면, 공개 코미디의 위기다. 우선 많은 사람들이 찾지 않는다. 가장 많이 본다는 KBS 2TV <개그콘서트>조차 한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하는 게 현실이다. 한때는 일요일 저녁 '개콘'을 보는 것으로 주말을 마무리하고, '개콘'의 유행어를 주고받는 것으로 월요일을 시작했지만, 더는 우리는 '개콘'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굳이 찾아본다고 한들, 그 웃음에 공감하기도 힘들다. 상대적으로 가장 감각적이고 트렌디한 코미디를 구사한다는 평가를 받는 tvN <코미디 빅리그>의 경우, 최근 한부모 가정의 아이와 어린이 성추행 문제를 개그의 소재로 삼아 논란이 됐다. 장동민이 출연한 '충청도의 힘'이란 코너는 결국 폐지수순을 밟았다.

비단 이 코너만의 문제는 아니다. 여성의 외모를 가지고 품평회 하듯 웃음을 만들어 내거나 고령인,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캐릭터화하는 건 오늘날의 공개 코미디에서 너무도 익숙한 풍경이다. 이번 <코미디 빅리그> 논란에 앞서 <개그콘서트> 역시 그간 '일베 논란'과 '여성 비하 논란' 등 숱한 위기를 겪었다. 문제의 발단은 대부분 개그 소재에서 시작됐다.

물론 개그에 성역은 없다. '대통령 존영'부터 가장 밑바닥까지, 개그란 모든 것을 망라할 수 있어야 한다. 사회적 약자 또한 마찬가지다.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개그의 소재로 활용될 수 있어야 한다.

중요한 것은 그 의도와 내용이다. 한부모 가정의 아이를 개그 소재로 삼았다면, 적어도 우리 사회에서 왜 이혼율이 높아지고 있는지에 대한 성찰은 담아냈어야 한다. 여성의 외모로 웃음을 만들고자 할 때도 그 웃음의 뼈대는 세태풍자여야 한다. 소재는 소재일 뿐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남는 건 조롱, 비하, 혐오 조장, 희화화뿐이다. 

그들의 개그는 재밌지만 말초적인 웃음일뿐

 장동민

장동민의 개그는 재밌다. 하지만 ⓒ tvN


물론, 논란에 휩싸인 코너와 개그는 대부분 재미있다. 아이러니다. 다만, 그 재미가 어디서 만들어지는지는 한 번쯤 생각해볼 문제다. 감각적이고 말초적인 웃음은 대부분 즉흥적이다. 어떤 맥락 위에서 웃음이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순간순간 던지는 말 한마디와 행동 하나에 웃음 포인트가 담기기 마련이다.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의 흉내를 내는 것을 몸개그로 착각하거나 혹은 그들을 손가락질하는 비상식적인 코미디가 횡행하는 건 이와 무관하지 않다.

텍스트보다는 이미지를 선호하고, '스낵컬쳐'란 신조어가 생겨날 만큼 콘텐츠 소비시간이 짧고 빨라지다 보니, 자연스레 개그 역시 잠깐 잠깐의 웃음에 초점을 맞춰 기획되고 만들어지는 추세로 흘러가고 있다. 그래서일까. 마치 술자리에서나 농담으로 나눌법한 이야기가 버젓이 TV를 통해 개그라는 이름으로 방영되는 현실이다. 이걸 단지 현실반영, 혹은 공감 개그라고 감싸줄 수 있을까? 

개그의 본질을 논하자는 게 아니다. 시청자 입장에서 '같이 웃을 수 있는 웃음'에 대해서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바로 앞에 방청객을 앉혀 두고 개그를 선보여야 하는 까닭에 순간 순간 터지는 웃음이 중요하게 느껴질 수 있겠으나, 그런 웃음의 유효기간은 길지 않다. 게다가 누군가를 구분 짓고 차별화함으로써 만들어내는 웃음은 결국 '독'이 되어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

남녀노소 할 거 없이 모두가 편하게 웃을 수 있는 개그. 오래오래 회자될 수 있는 그런 코미디. 매주 경쟁하듯 코너를 올리고 평가받는 개그맨들 입장에서 보자면, 분명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별다른 고민 없이 유행어 몇 개 짜깁기해서 개그를 만들고, 몇 마디 말장난으로 코너를 끌고 가다 보면 결국 '싸구려'란 비판을 면하기 힘들다. 아무리 웃음이 각박해진 사회라 할지라도, 너무 쉬운 길만 찾아가지는 말자. 박수 소리에 이끌려 도달한 그곳이 벼랑 끝일지도 모르니 말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박창우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saintpcw.tistory.com)와 <미디어스> <문화저널>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개그콘서트 코디미빅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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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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