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개막하는 부산국제단편영화제와 23일 개막하는 강정국제평화영화제

22일 개막하는 부산국제단편영화제와 23일 개막하는 강정국제평화영화제 ⓒ 부산단편영화제, 강정평화영화제


부산국제영화제 사태가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제33회 부산국제단편영화제(이하 부산단편영화제)가 오늘(22일) 부산 영화의전당에서 개막한다. 제주에서는 정치적 영화를 상영한다는 이유로 서귀포예술의전당 대관을 거부당한 제1회 강정국제평화영화제(이하 강정영화제)가 내일(23일) 시작된다.

하루 차이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열리는 두 영화제는 최근 부산국제영화제 사태 속에서 상반된 분위기로 치러져 눈길을 끈다. 부산국제영화제의 영향으로 인해 안팎으로 논란을 겪은 점도 비슷하다.

봄에 열리는 부산단편영화제는 최근 몇 년 사이 가파른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프로그램이 안정되면서 관객층도 늘어나고 있는 상황. 하지만 최근 부산국제영화제 사태에 대해 집행위원장인 양영철 경성대 교수가 부산시 입장을 옹호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해군기지 반대 투쟁이 치열했던 제주 서귀포 강정마을에서 개최되는 강정영화제는 예산을 지원하는 부산시가 부산국제영화제의 독립성을 침해하는 사태를 지켜보면서 자치단체에 후원 요청을 안하기로 했다. 대신 자발적 후원으로 첫 행사를 개최한다. 하지만 서귀포 예술의전당이 대관을 거부하는 사태가 벌어지면서 표현의 자유 제약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행사로 치러지게 됐다.

[부산국제단편영화제] 홍콩 우산혁명으로 막 올리지만

 33회 부산국제단편영화제 개막작 잉량 감독의 <9월 28일, 맑음>

33회 부산국제단편영화제 개막작 잉량 감독의 <9월 28일, 맑음> ⓒ 부산국제단편영화제


22일~26일까지 5일간 열리는 부산단편영화제는 최근 몇 년 사이 관객증가세가 눈에 띈다. 1980년 한국단편영화제로 시작해 2010년 현재의 이름으로 바뀐 이후 성장세가 도드라진다. 올해는 40개국 140편의 영화가 상영된다.

특정 국가의 작품을 집중적으로 소개하는 주빈국 프로그램은 부산단편영화제서만 볼 수 있는 특색 있는 프로그램으로 반응이 좋다. 그간 중국, 프랑스, 스페인, 스웨덴 등을 선정해 해당 국가의 작품을 집중적으로 선보였는데, 올해는 오스트리아가 선정됐다.

부산단편영화제의 성장에는 홍영주 수석 프로그래머가 자리하고 있다. 전주영화제 사무국장을 지내기도 했던 홍 프로그래머는 주빈국 프로그램을 안정시키며 영화제의 가치를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올해 개막작에 담긴 의미도 주목된다. 주빈국인 오스트리아 영화 <슬픈 사막-어떤 로봇이 이야기>와 중국 잉량 감독의 <9월 28일, 맑음>이다. 특히 <9월 28일, 맑음>은 홍콩 민주화투쟁인 우산 혁명을 다룬 단편 영화다. 작품을 연출한 잉량 감독은 2012년 전주국제영화제의 지원으로 중국의 사회문제를 비판하는 영화를 만든 이후 중국으로부터 정치적 압박을 받고 있는 인물이다. 현재는 이를 피해 홍콩에서 작업하고 있다. 최근 부산국제영화제 사태로 인해 표현의 자유 제약에 대한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현실에서 상징성이 있는 영화다.

집행위원장을 맡은 양영철 경성대 교수가 부산국제영화제 사태와 관련해 부산시를 옹호하는 입장을 밝히면서 영화계의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는 것은 부담이다. 양 교수는 지난 3월 지역 언론에 기고한 글에서 영화계가 한목소리로 부산국제영화제를 지지하는 것에 대해 "정말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고 비판했다. 양 교수는 또한 부산국제영화제의 자문위원 대거 위촉에 대해서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서 "영화제를 둘러싼 모든 문제점이 오로지 정치적 독립성에 가려지는 현실이 안타깝다"는 입장을 밝혔다.

영화계에서는 양 교수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기도 했다. 영화인들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간섭과 정치적 압박이 명백한 사안에 대해 영화제 집행위원장이 권력의 입장을 대변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양 교수는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에 의해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으로 임명됐다.

[강정국제평화영화제] "이가 없으면 잇몸"... 대관 불허 등 괴롭힘 당해도

 서귀포 예술의전당 대관이 불허된 가운데 상영장소로 강정국제평화영화제 활용되는 강정마을 평화회관

서귀포 예술의전당 대관이 불허된 가운데 상영장소로 강정국제평화영화제 활용되는 강정마을 평화회관 ⓒ 강정국제평화영화제


수년 동안 해군기지에 맞서 싸우던 제주 서귀포의 작은 마을 강정에서 국제영화제를 시도하는 것은 평화에 대한 열망 때문이었다. 평화로운 삶을 원하던 주민들의 소망은 국가권력에 의해 무참히 짓밟혔지만, 그 의지만큼은 지속해 나가겠다는 것이 강정영화제의 출발점이다. 집행위원장을 맡은 양윤모 영화평론가는 제주 해군기지반대투쟁 과정에서 몇 차례 구속돼 징역살이를 감당했을 만큼 심한 탄압을 받았다.

하지만 영화제를 통해 평화를 바라겠다는 마음마저도 방해받고 있다. 강정영화제 상영관으로 활용하고자 했던 서귀포 예술의전당이 대관을 거부한 것. 덕분에 이제 막 새로 시작하는 이 작은 영화제는 표현의 자유가 제약당하는 한국사회의 상징으로 급부상했다(관련기사 : 또 하나의 사전검열? 서귀포시, 강정영화제 대관 불허). 현재 해군은 34억에 달하는 구상권 청구 소송으로 여전히 강정마을 주민들을 괴롭히고 있는 상태다.

강정영화제의 의지는 꺾이지 않았다. 이가 없으면 잇몸이라는 각오로 상영장소를 옮겨서 개최된다. 23일 개막식은 서귀포성당에서 열리고, 26일까지 4일간의 상영은 강정마을 내 평화센터, 마을회관, 의례회관 등을 활용한다.

10개국 34편이 상영되는 프로그램은 극영화와 애니메이션 8편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다큐멘터리 중심으로 구성됐다. 대부분 국내외 영화제들에서 주목받은 수작들이다. 벼랑 끝으로 내몰린 사람들의 이야기와 전쟁으로 피해 입은 여성들, 평화, 4.3항쟁과 세월호 등이 선보이는 영화의 주제들이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상영작 <우리 승리하리라>는 강정과 아주 유사한 싸움을 하고 있는 일본 오키나와 미군기지반대 투쟁을 그린 작품이고, <다섯 대의 부서진 카메라>는 이스라엘 점령촌에 고통당하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아픔을 그린 작품이다. 제주영화를 대표하는 오멸 감독의 <지슬-끝나지 않은 세월2>도 상영된다. 개막작은 세월호 문제를 추적하는 <업사이드 다운>이 선정됐다.

한편 강정영화제 측은 서귀포 예술의전당의 대관 불허에 대해 행정소송으로 맞서겠다고 19일 밝혔다. 법률이나 조례가 아닌 내부규정에 따라 대관을 불허한 것은 국민 기본권 제한으로 위법이라는 것이다.

부산국제단편영화제 강정국제평화영화제 표현의 자유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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