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3일, 오늘은 2016 국회의원 선거 날이다. 우리의 대표자를 잘 뽑는 일이 참으로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공정한 선거, 좋은 결과의 선거여야겠다. 꼭 투표권을 행사하시길 바란다. 그것은 우리의 중요한 인권 표명의 방법이니까.

지금까지 공방전이 돼 온 일명 '서울시향 사태'의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서울시향은 변함없이 1월 9일과 크리스토프 에센바흐 지휘로 브루크너 교향곡 9번을, 1월 16일과 17일에는 최수열 서울시향 부지휘자 지휘로 말러 고향곡 6번을 호연했다.  3월 30일의 아르스노바 체임버콘서트에 이어 4월 5일 저녁8시 LG아트센터에서 '진은숙의 아르스노바 II : 관현악콘서트' 또한 훌륭하게 공연했다.

치밀하면서도 조직적인

 서울시향 위촉곡인 이반 페델레 <사전  II> 연주 후 무대인사하는 작곡가 이반 페델레와 지휘자 크와메 라이언.

서울시향 위촉곡인 이반 페델레 <사전 II> 연주 후 무대인사하는 작곡가 이반 페델레와 지휘자 크와메 라이언.ⓒ 서울시립교향악단


이날 프로그램은 서울시향의 위촉 곡으로 이반 페델레의 오케스트라를 위한 <사전 II>, 앙리 뒤티외의 첼로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아득한 전 세계...>,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의 오페라 <므첸크스의 맥베스 부인> 모음곡이었다.

이반 페델레(b.1953)는 2009년 서울시향이 그의 작품 < Scena >를 소개한 바 있다. 서울시향과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의 공동 위촉으로 작곡된 이반 페델레의 오케스트라를 위한 <사전 II>(2015/16), 아시아 초연)는 오케스트라 모든 악기 군이 동시에 동일한 방식의 음악어휘(Lexicon)로 모여 거대한 스펙트럼의 음향덩어리를 만들어내는 점이 무척 신기했다.

3악장의 이 곡은 처음에 샘플러의 전자음향과 함께 시작해 단음 트레몰로에서 2도 트릴, 빠른 아르페지오로 점차 퍼져나가 온 몸이 살아있는 거대한 생명체처럼 꿈틀거리면서 전체적으로 하나의 형상을 만들어 나간다. 1970-80년대 파리 배음렬 주의가 저면에 깔려있으면서 단 1초도 멈춤 없이 빠르고 기교적으로 복잡다단하게 움직여나가면서 음의 추진력을 형성해간다.

그러한 곡 진행의 방향성이 청자의 귀를 단 한 순간도 놓치지 않고 바로 다음 순간의 움직임을 기대하게 하며 때로는 예상과는 다른 방향으로의 묘미를 안겨주기도 한다. 신디사이저로 연주되는 샘플러는 현악기 음색과 비슷하게 오케스트라에 연결되고, 때로는 타악기들과 함께 금속성 소리로 중요한 지점에 연주되어 임팩트 있게 음악변화의 타이밍을 잡아준다.

다음으로 앙리 뒤티외(1916-2013) 첼로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아득한 전 세계...> (1967-1970)를 '아르스노바 I : 체임버콘서트'에 이어 이상 앤더스가 협연했다. 4도 주제가 반복, 변주되면서 변용의 방법이 음악구조 뿐 아니라 내면적 줄거리까지도 지배하면서 지나온 사건이 제목처럼 아득하게 '기억'되는 경험을 하게 되는데, 첼로독주와 오케스트라의 주고받음이 무척 재미있는 작품이었다.

1악장은 첼로저음 C-F#-Bb의 4도 주제가 느리게 상행하여 점차로 리듬을 빠르게 움직인다. 완전4도 증4도, 완전5도의 음정, 파트간 연속되는 상행과 하행의 이어짐이 무척 자유분방하면서도 치밀하게 조직적이다.

각 악장이 앞 악장의 요소를 사용하고, 마지막 5악장은 특히 앞 악장들의 요소를 모두 사용한다. 악장 간 Attaca로 연결, 첼로독주의 4도 주제 상행음계와 하행 후 빠른 아르페지오 변주, 오케스트라 전체가 4도권 옥타브 병행으로 상행하더니 각각 4도 상행과 하행의 격렬한 포르티시모로 음폭을 넓히며 강렬하게 펼쳐지기도 한다.

열정으로 가득한 호연

첼로의 이상 앤더스는 지난주 아르스노바I-체임버 공연 때보다 더욱 열정으로 임하며 호연을 보여주었다. 이에 비해 관객들의 박수소리와 호응도가 낮은 것은 무척이나 아쉬운 점이었다. 관객들은 만족한 연주에 대해 허리를 곧추세우며 꽤 열심히 진지하게 박수를 치고 있었지만, 무대 위 연주자들에게 그 박수의 음량은 에너지의 전달력이 부족했다. 기립박수나 환호성처럼 자유롭고 기꺼운 박수문화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이상 앤더스와 지휘의 크와메 라이언은 우레와 같은 박수소리가 아니어서 약간 기운 빠져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상 앤더스는 관객에 대한 매너로 바흐의 첼로 무반주 조곡을 앵콜 곡으로 연주해 보였다. 정다운 친구가 오늘 하루 있었던 일과를 친구에게 얘기하는 듯한 편안한 트릴과 4도 화음이 저조했던 박수의 어색함을 누그러뜨려 주었다.

후반부 프로그램은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1906-1975)의 오페라 <므첸크스의 맥베스 부인>모음곡(1932)-제임스 콘론 편곡(1991)이 한국 초연되었다. 작곡당시 200회 이상 공연되며 엄청난 성공을 거뒀지만, 스탈린의 관람 이후 공연이 제지당하고 쇼스타코비치도 활동에 막대한 지장을 받았는데, 여주인공 카타리나의 자살이유를 사회상에 돌렸다는 이유였다.

쇼스타코비치는 니콜라이 레스코프의 1865년 동명소설을 기반으로, 주인공 카테리나를 마녀라고 칭하지 않고, 당시 사회상에 의한 비극적 여주인공으로 재해석했다.

카테리나가 하인 세르게이와 바람을 피우고, 시아버지와 남편을 죽이게 되고, 결국은 자살하게 된다는 내용을 극단적 음역과 색채가 뚜렷한 음색의 대비, 비극적 내용과 장면을 그대로 드러내주는 음률과 역동적인 리듬, 강렬한 다이내믹, 합창과 아리아로 표현했다.

굉장히 쇼킹하고 표현성이 짙은 한 시간 반짜리 오페라를 8곡의 40분짜리 오케스트라 모음곡으로 압축하니 그 청감은 훨씬 더욱 그로테스크하다. 서울시향은 전반부의 21세기와 20세기 중반 작품에서도 훌륭하게 연주했지만, 후반부 쇼스타코비치의 작품에서는 더욱더 열정을 가지고 연주에 임하는 모습이었다.

서울시향 사태를 감안한 선곡인가

 앙리 뒤티외 <아득한 전 세계...>를 첼리스트 이상 앤더스가 치밀하고도 섬세한 선율로 잘 연주했다.

앙리 뒤티외 <아득한 전 세계...>를 첼리스트 이상 앤더스가 치밀하고도 섬세한 선율로 잘 연주했다.ⓒ 서울시립교향악단


한편, 이날 쇼스타코비치의 맥베스 부인 모음곡의 각 제목이 1곡 '이즈마일로프의 법정', 2곡 '위험한 긴장', 3곡 '카테리나와 세르게이(I)', 7곡 '경찰의 도착', 8곡 '추방'인 것이 눈에 띄었다. 서울시향의 지난 2년간의 사건이 눈앞에 오버랩되는 것은 무슨 이유에서일까. 

전반부에는 21세기 위촉 작품, 20세기 중반작품, 후반부에는 20세기 초반작품으로 골고루 20세기와 21세기의 현대음악을 한 공연에 선보이는 '아르스노바 II:관현악 콘서트'에서 이번에는 정치적 이유로 활동에 저해를 받은 쇼스타코비치의 오페라가 올라간 것이 의미심장하다.

이것은 서울시향 사태에 대한 진은숙 감독의 심경과 의도가 다분히 드러나는 선곡으로 보인다. 격렬한 트레몰로와 금관의 차디찬 팡파르, 쉴 새 없이 움직이는 빠른 상성부와 대위적으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저음부, 모순적인 사회상을 표현하는 겹쳐진 음들과 미끄러지는 글리산도, 심연으로 파고드는 저음들, 조롱하는 듯이 딱딱거리며 중첩되는 타악기까지.

관객 수가 예전보다는 적었던 때문인지, 전반부에서처럼 멋진 연주에 비해 관객들의 박수소리는 여전히 부족하게 느껴졌다. 두세 차례의 커튼콜이 일반적인데, 이날은 박수도 끈기가 부족했고, 단원들은 첫 번째 커튼콜 후에 서로를 부둥켜안으며 격려하고 공연은 끝났다. "(힘든 상황 중에) 그래도 우리 수고 많았지?" 하는 그런 느낌으로 와 닿았다.

현대음악 관계자들로 채워진 공연 후 로비의 모습에서는 그래도 관객이 적게 오지는 않았다고 느껴졌지만, 왜 멋진 현대음악의 향연에 박수소리는 평소보다 그토록 점잖고 심지어는 숙연하게 느껴졌을까. 우리의 박수문화도 더욱 표현력이 풍부해져야겠지만, 그간 서울시향이 겪었을 일들과 앞으로의 향방에 대한 생각이 연주회장에도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해마다 4월 공연되는 '진은숙의 아르스 노바'는 20세기와 21세기 현재의 유럽 기반의 현대음악을 국내에 소개하고, 제목 그대로 '새로운 예술'에의 의지로 지난 10년간 국내 창작음악과 클래식문화를 크게 뒤바꾸어 놓았다.

파스칼 뒤사팽, 이반 페델레 등 동시대 유럽 작곡가에게 세계 유수의 오케스트라와 서울시향이 공동위촉 하고, 박정규, 신동훈, 박선영, 서지훈 등 젊은 작곡가를 발굴해 파리의 앙상블 앵테르 콩탕포랭 등의 위촉 작곡가로 키워낸 것이 바로 '아르스 노바'이다.

그리고, 서울시향이 2011년부터 5년간 세계적 레이블인 도이치 그라모폰과 전속계약을 맺어 매해 2장씩 음반을 낸 것은 정명훈 전 서울시향 예술감독 부임이후 지난 10년간 서울시향의 괄목할만한 성장을 보여주는 특별한 사례이다.

지난 2년간 국내 예술계는 오페라, 연극계 등에서도 대표자, 혹은 검열 등 여러 문제들이 발생했다. 서울시향 사태까지 공통점은, 하나같이 예술을 예술의 눈으로 보지 않았다는 것에 큰 문제가 있다.

최근 이슈화된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의 예와는 경우가 다르더라도, 이 용어에 '둥지 내몰림'이라는 의미가 추가된 측면을 고려한다면, 열심히 예술의 토양을 일구고 나서 뜻하지 않게 떠나야만 하는 예술가의 위치가 착잡하기만 하다.

2016년 서울시향의 공연은 여전히 힘차게 계속된다. 7월 차이콥스키 교향곡 4번을 얀 파스칼 토틀리에, 8월 브람스 교향곡 2번에 엘리아후 인발, 12월 브람스 교향곡 1번에 알렉상드르 블로슈, 12월 베토벤 합창 교향곡에는 지난 1월의 호연으로 더욱 기대되는 크리스토프 에센바흐의 지휘가 예정되어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플레이뉴스에 함께 송고됩니다. 오마이뉴스는 본인이 작성한 기사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