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보다 청춘-아프리카 편>은 아쉽게도 용두사미가 되어 버렸다.

<꽃보다 청춘-아프리카 편>은 아쉽게도 용두사미가 되어 버렸다. ⓒ tvN


<꽃보다 청춘-아프리카 편>은 그동안 성공 가도를 달리며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것이 무색하게 4%대의 시청률로 막을 내렸다. 물론 케이블 방송에서 4%를 나쁜 시청률이라고 할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11%로 시작했던 <꽃보다 청춘>이다. 첫 방송의 반도 안 되는 시청률이기도 하고, 나영석 PD가 최근 선보인 예능 중 가장 저조한 시청률이었다. <응답하라 1988>로 주가가 한창 상승해 있던 출연진들을 섭외했지만, 남은 것은 칭찬보다는 논란이었다. 여러모로 아쉬운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나영석 PD의 예능은 여전히 유효하다. 출세작인 <1박 2일>에서부터 <꽃보다> 시리즈, <삼시세끼> 시리즈, 인터넷으로 방송 무대를 넓힌 <신서유기>까지…. 나영석의 예능은 케이블로 무대를 옮긴 후에도 지상파를 뛰어넘는 파급력과 화제성을 발휘했다. 그 여세를 몰아 나영석은 인터넷으로만 방영되는 <신서유기2>와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80일간의 세계일주>를 선보일 예정이다. 그 독보적인 이름값만큼이나 나영석 표 예능에 대한 기대감 역시 높아졌다. 4% 정도의 시청률로는 도저히 만족할 수 없다.

그러나 더욱 큰 문제는 나영석 표 예능의 패턴이 어느 정도 읽히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나영석만이 지닌 발군의 장점, 득이자 독?

 <80일간의 세계일주>로 돌아오는 나영석, 심판대에 서다

<80일간의 세계일주>로 돌아오는 나영석, 심판대에 서다 ⓒ tvN


나영석 표 예능의 기본은 '여행'이다. <1박 2일>에서 <꽃보다> 시리즈, <삼시세끼> 시리즈, <신서유기> 그리고 이번에 새로 기획한 <80일간의 세계일주>까지…. 기본적인 콘셉트는 출연진들이 어디론가 떠나서 펼쳐지는 스토리라고 할 수 있다. 출연진들도 중요하지만 어디로 떠나서 어떤 그림을 보여줄까가 역시 핵심이다. <1박 2일>이나 <신서유기>는 복불복, <꽃보다> 시리즈는 여행, <삼시세끼>는 요리와 식사 등으로 포인트는 각각 다르다고 할 수 있지만 본질에서 그 구성에서 큰 차이가 나지는 않는다.

어딘가 낯선 곳에서 미션을 받고 그 임무를 해결하는 고군분투를 그려내며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능력은 확실히 나영석이라는 인물을 스타 PD로 만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러나 여행의 기본 공식을 탈피하지 못하는 나영석의 스타일이 때때로 너무 판에 박힌 것처럼 보이는 것도 부정할 수 없다.

나영석 PD는 빠른 템포로 시청자들을 재촉하지는 않는다. 전체적으로 편안하고 여유로운 기분을 느끼게 하며 예능의 이야기를 진행시킨다. 그러나 너무 잔잔한 이야기는 지루한 법. 나영석 PD는 중간중간 출연자들이 곤란해할만한 상황을 만든다. 예를 들면 여행에 필요한 금액을 극도로 제한한다든지, 게임에 지면 음식을 먹을 수 없도록 한다든지 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색다른 게스트들을 뽑아 그들의 예능적인 장점을 끌어내는 것도 역시 나영석 PD 발군의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동일한 구성 속에서 비슷한 이야기가 펼쳐질 가능성 역시 무시할 수 없다. 이서진이나 차승원 같은 캐릭터를 발견할 수도 있지만, 이번 <꽃보다 청춘>에서처럼 별다른 캐릭터의 수확 없이 끝나는 경우도 생긴다. 사실 캐릭터가 아예 없었다기보다는 이미 반복되는 패턴 속에서 너무 익숙한 캐릭터가 재등장한 게 문제였다. 착하고 긍정적이고 밝은 기운을 뿜어내는 청춘들. 이전의 <꽃보다 청춘>에서 이미 보여준 그림이 아니던가.

더군다나 상대적으로 배경적인 세팅이 적을 수밖에 없는 아프리카라는 설정에서, 오히려 시청자들은 지루함을 느꼈을 수 있다. 그들이 겪는 여행길에 대한 흥미가 떨어진 것이다. 단순히 여행을 힘들게 만든다는 콘셉트만으로는 재미가 담보되지 않는다는 걸 밝힌 셈이다.

그는 또 어떤 예능을 보여줄까

이런 실패는 오히려 다행일 수 있다. 여행 예능에 바라는 시청자의 니즈가 미묘하게 변화했다는 것을 알리는 신호탄이 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여행 예능'으로 성공을 해왔고, 앞으로도 나영석 표 예능은 어느 정도 이상의 흥행을 담보할 것이다. 그러나 시청자들이 언제까지 그가 들려주는 여행 예능에 목이 마를지는 미지수다. 독보적인 자신만의 스타일을 갖춘 나영석임이 틀림없지만, 그 스타일이 점점 더 비슷해지면 자가 복제의 늪에 빠질 수도 있다.

특히나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80일간의 세계 일주>는 유명인의 캐릭터를 활용할 수 없으므로 더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이미 노홍철이 출연한 <잉여들의 히치하이킹>이라는 파일럿 프로그램이, 여행을 떠난 일반인들은 그다지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것을 증명했다. 나영석 PD가 지금껏 그래 왔듯 또 보란 듯이 성공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한계상황까지 반복되는 나영석 PD 특유의 구성이라면, 그의 커리어에 오히려 흠집이 날지도 모르는 일이다.

과연 나영석 PD는 이제까지처럼 앞으로의 예능 트렌드를 계속 이끌어 나갈 수 있을 것인가. 여전히 기대감이 높기 때문에, 그가 짊어져야 할 책임의 무게도 그만큼 무겁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우동균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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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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