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디빅리그>충청도의 힘 코너

<코미디빅리그> '충청도의 힘' 코너에 나오는 개그맨 장동민ⓒ tvN


지난 3일 방송된 tvN <코미디 빅리그>의 새 코너인 '충청도의 힘'이 논란이다. 이혼 가정의 아동을 비하하고 조롱하는 내용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사회가 보호해야 할 대상을 조롱하면서 유머를 이끌어낸 것을 두고 온라인 공간을 중심으로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대한민국 탑 개그맨 장동민, 느긋한 충청도 어린이가 된 그를 소개합니다"는 <코미디 빅리그> 진행자의 소개 멘트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코너의 주축은 개그맨 장동민이다. 지난해 4월, 과거 팟캐스트 방송을 통한 여성혐오 발언으로 인해 고개를 숙여야 했던 그 장동민이다. 그랬던 그가 노골적으로 약자를 공격하는 개그를 하니, 시청자와 누리꾼들이 매섭게 반응하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대체 무슨 내용이길래

 <코미디빅리그>충청도의 힘 코너

<코미디빅리그> '충청도의 힘' 코너 중 한 부분.ⓒ tvN


'충청도의 힘'에선 각각 7세, 6세 아이 캐릭터를 맡은 개그맨 장동민과 조현민, 그리고 동민의 할머니로 등장하는 개그맨 황제성이 나온다. 이들은 코너 속에서 이혼가정 아동으로 설정된 개그맨 양배차에게 모욕적인 말들을 내뱉는다.

양배차가 "이것 봐라, 우리 아빠가 또봇 사줬다, 너네는 이런 거 없지"라고 자랑하자 장동민과 조현민은 이런 대화를 주고 받는다.

장동민 "야, 오늘 며칠이냐…. 25일이요, 25일이면 자축인묘…. 잉, 쟤네 아버지가 양육비 보냈나 보다."
조현민 "어허 듣겠다. 쟤 때문에 부모 갈라선 거 동네 사람들이 다 아는데…. 애 들어요."

양배차가 화난 기색을 보이니 장동민은 능청맞게 한 마디 던진다.

"에헤이, 부러워서 그랴. 너는 봐라. 얼마나 좋냐. 네 생일 때 선물을 '양짝'으로 받잖아. 이게 재테크여, 재테크."

이어지는 장면에서는 장동민의 할머니 역으로 황제성이 등장한다. 황제성 역시 양배차에게 폭언에 가까운 말들을 던진다.

"근데 너는 저기 엄마 집으로 가냐, 아빠 집으로 가냐. 아버지가 서울에서 다른 여자랑 두 집 살림 차렸다고 소문이 아주 다 돌고 있어."

양배차가 "할머니한테서는 이상한 냄새 나거든요"라고 조롱조로 맞받아친다. 하지만 황제성은 "지 애비 닮아서 여자냄새는 기가 막히게 맡네, 너 동생 생겼단다, 서울에서"라고 말해 양배차를 울면서 집으로 돌아가게 만든다.

웃기는 게 다가 아니다

이 코너의 핵심은 장동민의 캐릭터다. 여기서 장동민은 '노인들밖에 없는 동네에 살아서 애늙은이가 된' 7살 어린이 캐릭터로 나온다. 그는 어린이에게서 일어날 수 있는 에피소드 상황에서 어린이답지 않은 태도를 보이고, "재테크"나 "자축인묘"와 같은 말을 사용하면서 웃음을 유발한다. 문제는 굳이 '이혼가정 아동' 캐릭터를 만들어 그를 놀림감으로 삼는 상황을 통해서 장동민의 '애늙은이' 캐릭터를 발현시킨다는 점이다.

그 과정에서 '이혼 가정 아동' 캐릭터는 그저 놀릴 거리로 소모됐을 뿐 그것을 통해 어떠한 메시지도 전달해주지 못했다. 물론 캐릭터를 살리는 방법으로 보통 어린이들의 행동과 장동민 캐릭터를 대비시킬 수 있다. 하지만 그 보통 어린이들이 굳이 이혼 가정 아동이어야 했을까? 또한 그 방식이 한 쪽이 다른 한 쪽에게 놀림을 퍼붓는 방식으로 모욕적이어야 했을까?

이 코너에선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 차별받는 이들을 조롱거리로 삼지 말아야 한다는 일말의 윤리의식조차 보이지 않는다. 이혼 가정 아동을 놀리는 것을 개그라면서 보여주는 것의 악영향은 너무나 크다. 무엇보다 이혼 가정에서 자라났고 또 자라나고 있는 아이들에게는 큰 상처다. 또한 이 개그를 본 아이들이 어디선가 '모방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생각하면 참으로 끔찍하다. 웃기다고 무엇이든 다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아동 성추행 미화까지... 더 이상 그만

 <코미디빅리그>충청도의 힘 코너

<코미디빅리그> '충청도의 힘' 코너 중 동민 할머니(황제성 분)가 손으로 성기를 만지는 시늉을 하고 있다. 이토록 가볍게 다뤄도 되는 사안일지는 의문이다.ⓒ tvN


또 하나의 논란은 노인의 아동 성추행을 미화하는 장면이다. 할머니 역인 황제성의 기분을 풀어준다고 이유로 장동민이 벽 뒤에서 자신의 성기를 보여준다는 설정이 등장한다.

장동민 "할머니, 자."
황제성 "어이구. 우리 동민이 장손 고추 따먹어보자. 호롤롤로로, 어이구~ 우리 장손, 할매 살겄다. 이 할매가 이제야 숨통이 트이네."

심지어 코너 초반에 장동민은 "우리 나이 때는 목돈 만들려면 그 수밖에 더 있겠냐", "나 할머니 앞에서 고추 깔 거여"라는 대사를 읊기도 했다.

과거에는 노인들이나 동네 어른들이 귀엽다며 아이들의 성기를 만지는 일이 잦았을지 모른다. 그러나 현대적 관점에 봤을 때, 아이들에게 수치심을 줄 수 있는 이런 행위는 지양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최소한 TV 프로그램에서 가볍게 웃으면서 다룰 일은 아니다.

한국에서 가장 잘 나가는 개그맨 중 한 명과 그와 함께 하는 사람들의 개그 수준이 이 정도여선 곤란하다. 누군가를 조롱하고 비하하면서 주는 웃음은, 누군가의 눈물의 대가임을 알아야 한다. 즐거움을 주기 위해 만든 개그가 오히려 타인에게 상처를 주고, 차별을 부추기며, 잘못된 행동을 미화한다면, 이건 본말이 전도돼도 한참 전도된 것이다.

'충청도의힘' 코너에 출연한 개그맨들과 제작진들의 반성과 사과를 바란다. 말로만 하는 반성과 사과로는 곤란하다. 이번 일을 계기로 외모비하와 소수자 비하로 점철됐던 개그들이 달라지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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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마이뉴스 박정훈 기자입니다.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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