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치러진 제88회 아카데미 시상식 최대 이변은 단연 <스포트라이트>다. 미국은 보수 기독교 사상이 그 어느 나라보다도 더욱 뿌리 깊이 박힌 나라. 가톨릭 보스턴 교구 사제들의 아동 성추행 사건을 탐사 보도한 언론인들의 이야기를 다룬 <스포트라이트>가 작품상과 각본상을 받았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이미 여러 기사를 통해 <스포트라이트>에 대한 내용이 소개되어, 언론의 역할과 교회의 부조리 등에 대해선 따로 논의할 필요가 없다. 필자가 관심을 두는 건 사제들의 아동성애를 정신병리 혹은 정신장애(mental disorder)로 언급한 극중 한 취재원에 관한 이야기다. 리처드 사이프(Richard Sipe)라는 이름의 취재원은 보스턴 글로브지 스포트라이트 팀 취재기자인 마이크 레젠데스(마크 버팔로 분)과 전화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오랜 연구 결과를 이야기한다.

영화에선 사이프가 볼티모어의 교회 치료센터에서 일한 것으로 나온다. 전직 사제이자 수녀와 결혼한 남자. 그는 수녀회에서 운영하는 세튼 정신과에서 일한 적이 있다고 자신을 소개한다. 사이프는 5년간 센터에서 일했고, 그 후 30년간 성추행한 사제와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연구한다.

"사제들의 아동 강간은 정신질환 혹은 현상"

 영화 <스포트라이트>는 보스톤 교구 가톨릭 사제들의 아동 성추행 사건을 탐사보도한 언론인들의 실화를 담았다.

영화 <스포트라이트>는 보스톤 교구 가톨릭 사제들의 아동 성추행 사건을 탐사보도한 언론인들의 실화를 담았다.ⓒ (주)팝엔터테인먼트


치료센터는 아동 성추행 등의 문제를 일으킨 사제들이 치료받는 곳이다. 사이프는 레젠데스에게 사제들의 아동성애 범죄에 대해 "인지 가능한 정신질환 현상(a recognizable psychiatric phenomenon)"이라고 말했다. '현상'이라는 것은 사제들의 아동 성추행 문제가 구조적이고, 병적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개인의 문제일 뿐 아니라 공동체의 책임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사이프는 "사제 중 50%만이 육체적 순결 서약을 지킨다"고 말한다. 그는 "많은 사제가 어른들과 성관계를 하는데, 이게 공공연한 비밀의 문화를 만든다"면서 "이 때문에 아동성애까지 관용하고 심지어 보호한다"고 폭로했다. 1985년 사제들의 성추행 문제를 지적하는 보고서가 가톨릭 내부에서 작성된다. 전국 가톨릭 주교들의 모임에서 발표될 예정이었던 이 고발은 보스턴의 추기경에 의해 묻히고 만다. 내부 고발이 쉽지 않았던 것이다.

6%. 사제 중 6%가 미성년과 성관계를 한다는 게 사이프의 주장이다. 스포트라이트 팀은 그의 연구결과에 근거해 보스턴에 등록된 약 1500명 사제의 6%인 약 90여 명의 사제가 미성년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있으리라 추측한다. 스포트라이트 취재진은 87명을 추적하고, 약 70명에 달하는 사제들의 범죄 증거를 확보한다. 영화는 말미 자막을 통해 이후 보스턴에서만 249명이 성추행으로 기소되었으며, 생존자(사제에 의해 성추행당한 어린이)가 1000명 이상인 것으로 밝혀졌다는 내용을 알린다. 보스턴 뿐 아니라 미국 전체, 그리고 호주, 독일, 영국, 노르웨이 등 전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는 내용까지.

사제들의 아동 성폭행, 신체적 학대를 넘은 영적 학대

 20160216 프란치스코 교황 멕시코 방문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2014년 미국을 방문해 성직자들의 아동 성추행에 대해 사과했다.ⓒ 연합뉴스/EPA


한 블로거(바이블로그)에 따르면 사제들에게서 동성애가 특별히 나타나는 이유는 ▲ 의존성 ▲ 이성에 대한 낮은 관심도 ▲ 육체적 활동보다 미학에 대한 높은 관심도 ▲ 이상화된 어머니상 등 때문이라고 한다. 이러한 성향이 많은 사람이 사제가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아동 성추행 범죄는 정신질환으로 간주해야 할 것인가.

프로이트는 정신질환, 특히 히스테리가 어릴 적 성적인 학대에서 기인했을 가능성을 분석했다. 어린 시절의 심리적 손상은 어른이 된 후에도 지속된다는 것이다. 가톨릭 사제들에게서 나타나는 아동성애 역시 각 사제가 겪은 어린 시절 트라우마에 기인했을 가능성이 크다. 스포트라이트 팀의 또 다른 취재기자 샤샤 파이퍼(레이첼 맥아담스 분)가 한 신부를 인터뷰하는 도중, 그 역시 어린 시절 강간당한 정황이 포착됐지만, 구체적으로 다뤄지진 않았다.

"사제들의 아동 강간은 정신질환 혹은 현상"이라고 한다면 과연 얼마만큼 법적 처벌이 가능할까. 현재 법적 테두리 안에선 정신질환을 처벌하는 강도가 높지 않다. 만약 <스포트라이트>가 정신질환의 여부와 법적 처벌에 대한 부분을 좀 더 들춰내 줬으면 하는 아쉬움을 떨칠 수 없다.

사제들의 아동 성폭행은 영화 대사를 빌리자면, 신체적 학대를 넘어 영적인 학대에 속한다. 왜냐하면, 그들의 믿음까지 앗아가기 때문이다. 다만 사제들의 정신적 질환에 대한 분석은 어떤 형식으로든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그들이 가해자이자 피해자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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