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귀향>은 위안부 이야기이다.

영화 <귀향>은 위안부 이야기이다. ⓒ (주)와우픽쳐스


영화 <귀향>을 봤습니다. 사실 24일이 개봉일인지 모르고 봤던 영화입니다. 제 인생 중 개봉일에 본 유일한 영화입니다.

'위안부 이야기? 뻔한 이야기겠네'라는 생각으로 봤습니다. 하지만 <귀향>은 뻔하지 않았습니다.

뻔하지 않은 영화, <귀향>

영화를 보고 나서 이 영화가 어떻게 세상에 나오게 되었는지가 궁금했습니다.

이 영화를 만든 조정래 감독은 2002년 나눔의 집(생존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 후원시설)에서 봉사활동을 통해 위안부 할머니들과 관계를 맺은 후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고 상영까지 14년이 걸렸습니다. 그만큼 힘겨웠다는 뜻이겠지요.

소재가 위안부 할머니들이다 보니 투자자를 찾기가 쉽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결국, 국민을 대상으로 펀딩을 하게 되었고 총 7만5270명의 참여로 11억6000만 원 정도가 모금되었답니다. 이 돈은 순 제작비의 50%가 넘는 큰돈입니다. 시작은 조정래 감독이 했으나 마지막은 국민과 함께 했다는 뜻입니다.

 강일출 할머니가 그린 <태워지는 처녀들>

강일출 할머니가 그린 <태워지는 처녀들> ⓒ 제이오엔터테인먼트


조정래 감독이 어릴 때부터 위안부 할머니들의 일을 영화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 것 같진 않습니다. 봉사활동 중 강일출 할머니의 그림, '태워지는 처녀들'을 접하고 큰 충격을 받아 <귀향>의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영화를 다 본 후 저의 첫 감정은, 신기하게도 일본에 대한 분노가 아니었습니다. 애잔함, 안타까움, 슬픔이 더 컸습니다.

조정래 감독은 여러 언론을 통해 영화의 의도를 다음과 같이 밝혔습니다.

"타향에서 돌아가신 20만 명의 억울한 영령들을 넋으로나마 고향의 품으로 모셔와 따뜻한 밥 한술 올려드린다는 마음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단순히 일본을 비난하거나 섣불리 생존 '위안부'피해 할머니들을 위로하고자 하는 영화가 아닌, 다시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는 염원을 영화에 담았습니다."

영화를 보고 나서 감독의 제작 의도를 접하니 정말 그러했습니다. 이 영화는 사실, 고발의 영화는 아니었습니다. 적개심을 키우는 영화도 아니었습니다. 공감하고, 이해하게 하는 영화였습니다.

당시 일본군에 의해 20만 명의 여성들이 끌려갔고(이 수치도 정확하지 않습니다.) 살아 돌아온 분들이 238명입니다. 238명은 대한민국 정부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로 등록된 할머니의 수치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더 많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현재 40여 분만이 생존해 계십니다.

한 번 상영될 때마다 한 분의 영혼이 집으로...

 영화 <귀향>은 여러 후원자들의 힘이 모여서 만들어졌다.

영화 <귀향>은 여러 후원자들의 힘이 모여서 만들어졌다. ⓒ 제이오엔터테인먼트


조정래 감독은 영화 상영 뒤 "귀향이 한 번 상영되면 한 분의 영혼이 집으로 돌아온다고 믿고 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정말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귀향>이 한 번 상영될 때마다 한 분의 영혼이 집으로 돌아왔으면 좋겠습니다. 그 억울한 삶, 나라를 잃었기 때문에 당해야 했던 그때의 상황, 그 누구도 위로해 주지 못했다면 <귀향>을 통해서라도 위로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마음 아픈 영화임에는 분명하지만 좋은 영화입니다. 스토리도 탄탄했고 배우들의 열정과 연기도 훌륭했습니다.

<귀향>이 개봉 첫날, 누적 관객 수 16만 명을 돌파했다는 소식도 들립니다. 배우와 스태프의 재능기부와 7만000여 명의 국민이 함께 만든 영화 <귀향>. 값싼 동정심, 애국심 때문이 아니라 우리를 돌아보게 하는 영화입니다. 상영과정이 힘겨웠던 만큼 내리는 것도 힘겨웠으면 좋겠습니다.

'귀향'의 뜻은 귀신 귀, 돌아올 향, 넋이 돌아온다는 뜻입니다. 정말 할머니들의 넋이 고향 집으로 모두 돌아오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녀들은 집으로 돌아오고 싶었습니다. 단지 부모와 가족들이 있는 집으로 말입니다. 너무 긴 시간이 지났지만 <귀향>을 통해서 할머니들의 삶에 대해 내가 먼저 이해해야겠다는 생각이 큽니다.

영화 <귀향>을 추천합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용만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에도 함께 올립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대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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