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이 기사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편집자말]
<캐롤> 스틸 컷 영화 <캐롤>은 1950년대 음울한 뉴욕에서 서로 사랑에 빠지는 두 여성에 관한 이야기다.

▲ <캐롤> 스틸 컷 영화 <캐롤>은 1950년대 음울한 뉴욕에서 서로 사랑에 빠지는 두 여성에 관한 이야기다. ⓒ (주)더쿱


1950년대 보수적 시대상. 세상이 당신에게 묻습니다.

"당신은 누구입니까?"

그녀가 대답한다. 그로 인해 소중한 딸을 잃고, 도덕적 결함자로 낙인찍힐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저는 저 자신을 부정하지 않을 것입니다. 테레즈와의 관계는 진실이었습니다."

1950년, 보수적 시대에 등 돌리고 사랑을 택하다

<캐롤> 스틸 컷 스스로 공허함과 공백을 충만하게 만들어가기 힘든 상황에서 캐롤과 테레사는 만난다. 나이도, 사회적 배경과 신분도 다르지만 이들은 서로를 이해하고 사랑에 빠진다.

▲ <캐롤> 스틸 컷 스스로 공허함과 공백을 충만하게 만들어가기 힘든 상황에서 캐롤과 테레사는 만난다. 나이도, 사회적 배경과 신분도 다르지만 이들은 서로를 이해하고 사랑에 빠진다. ⓒ (주)더쿱


영화 <캐롤>은 1950년대 음울한 뉴욕에서 서로 사랑에 빠지는 두 여성에 관한 이야기다. 영화가 선택한 시대에서 알 수 있듯, 이들의 사랑은 순탄하지 않으며 많은 장애물을 넘어서야 한다. 하지만 영화는 단순히 사회적 외압을 극복하는 방식으로 둘 간의 관계를 증명하지 않는다. 스스로 존재를 부정하지 않고 서로의 간극을 줄여나가는 두 주인공의 진실만이 있을 뿐이다.

그런 그녀들에게 남편과 남자친구는 그녀들의 주체성을 훼손하는 존재들이다. 그들은 그녀들의 세세한 감정을 이해하려 하지 않고 자신 중심의 세상으로 그녀들을 밀어 넣으려 한다. 자신의 주장을 강요하며 타협이 되지 않을 때에는 그녀들을 비이성적인 존재들로 치부한다. 이러한 태도는 당시의 사회상에서도 드러난다. 자신과 다른 존재들을, 규범적인 사랑 범주에 속하지 않는다며 '도덕적 결함자'로 삿대질할 뿐이다.

스스로 공허함과 공백을 충만하게 만들어가기 힘든 상황에서 캐롤과 테레사는 만난다. 나이도, 사회적 배경과 신분도 다르지만, 이들은 서로를 이해한다. 그리고 서로를 자신의 세계관으로 끌어들이려 힘쓰지도 않는다. 서로의 아름다움을 인정해주며 꿈을 지지해 줄 뿐이다.

그리고 이 둘은 스스로를 부정해 세상에 편입되기보다는 감출 수 없는 진실을 택하기로 한다. 이로 인해 사회적 핸디캡이 자신을 괴롭힐 것이라는 걸 감수한다. 어쩌면 순환해 제자리로 돌아올 수밖에 없는 원형 트랙 위 기차처럼 이미 정해진 운명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사랑도, 삶도 순리대로 흐를 뿐

"Dearest. There are no accidents. Everything comes for circle. (테레즈, 우연이라는 건 없어. 모든 건 순리대로 흐를 뿐이야)"

<캐롤> 스틸 컷 통념과 편견 속 충동적이고 부도덕한 동성애는 영화 속에서 존재하지 않았다. 자신의 주체성을 만들어가고 서로를 이해해가려는 두 인간만이 있을 뿐이었다.

▲ <캐롤> 스틸 컷 통념과 편견 속 충동적이고 부도덕한 동성애는 영화 속에서 존재하지 않았다. 자신의 주체성을 만들어가고 서로를 이해해가려는 두 인간만이 있을 뿐이었다. ⓒ (주)더쿱


캐롤은 테레즈와 함께한 진실의 순간을 사고로 치부하지 않는다. 그녀는 그들의 만남이 찰나의 사고가 아니었으며, 모든 것이 그렇듯 언젠간 자신들 역시 다시 만나게 될 수 있을 거라 말한다. 이는 캐롤이 테레사에게 전하는 독백이자 희망이다.

순환성은 엔딩에서도 나타난다. 영화는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 테레사에게 질문을 던진다. 영화의 첫 장면이 마지막 장면에 반복된다. 그리고 익히 몇 번은 등장했어야 했지만 단 한 번도 등장하지 않았던 단어가 그들의 입에서 처음으로 나오게 된다.

통념과 편견 속 충동적이고 부도덕한 동성애는 영화 속에서 존재하지 않았다. 자신의 주체성을 만들어가고 서로를 이해해 가려는 두 인간만이 있을 뿐이었다.

1950년대 보수적 시대상. 영화는 테레사에게 묻는다. 당신은 어디로 갈 것입니까? 그녀가 발걸음을 옮긴다. 그 몇 걸음이 자신의 인생이 송두리째 뒤바뀔 수도 있는 상황에서. 그리고 이내 그녀의 눈에 밝게 웃는 캐롤의 미소가 담긴다. 사랑이다.

캐롤 토드 헤인즈 케이트 블란쳇 루니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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