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예능 <무한도전>(이하 <무도>)이 전에 없던 외모 비하 논란에 시달리고 있다. 4년 만에 다시 기획된 '못생긴 친구를 소개합니다'(이하 못친소)가 그것인데, 지난 6일 못친소 특집2가 방송되며 "외모를 주제로 깔깔대며 웃는 게 불편했다", "축제라는 취지로 기획됐지만, 오히려 타인의 외모를 비하하는 게 아닌가" 라는 글이 <무도> 게시판에 속속 올라오고 있다.

'못친소'의 후보 선정 과정부터 논란이다. 유명인 두 명의 사진을 큰 화면에 띄워놓고 "누가 더 못생겼나"라는 질문이 던져지고, 못생긴 얼굴을 가진 인물들에 대한 노골적인 평가가 쏟아진다.

'못생겼다'는 말을 듣고 기분이 좋을 사람은 없다. 못생겼다는 말이 '잘생겼다'는 말과 대척점이 있기 때문인데, 일반적으로 전자가 모욕이라면 후자는 칭찬이다. 그런 부정적인 말을 방송에서 사람들에게 대놓고 하는 분위기는 문제의 소지가 있어 보이는 게 사실이다.

실제로 한국 방송의 분위기도 그렇다. 못생긴 캐릭터는 잘생긴 캐릭터를 돋보이게 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한다거나 무시해도 좋은 존재쯤으로 여기는 경우가 왕왕 있다. <무도>의 '못친소'가 외모 비하라고 하는 여론 역시 그런 맥락에서 나왔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역설적으로 <무도>는 외모 비하의 노선과 반대를 취한 것을 알 수 있다.

못생긴 이들이 주인공이 되는 그곳, '못친소 축제'


'못친소' 초대장을 받은 사람들은 기분 상하거나 화가 난 표정을 짓지 않는다. 때때로 "나는 못생기지 않았다"며 항변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흔쾌히 축제에 모습을 드러낸다. 소위 '잘생겼다'고 칭해지는 이들을 실물 크기의 판넬로 만들어 놓고 그 사이에서 레드카펫을 밟으며 그들의 외모를 더 돋보이게(?) 하고, 그들의 외모가 못생기면 못생길수록, 다른 출연진들의 환호성은 커진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모든 과정은 그들이 온전히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는 장면이 된다. 사실 못생긴 캐릭터는 주연보다는 조연으로 활용된다. 드라마에서도 못생긴 캐릭터는 웃음을 창출하거나 악역, 혹은 주인공의 친구 역할을 도맡는 경우가 다수다. 매끈하고 잘생긴 캐릭터들이 주목을 받는 사이 못생긴 캐릭터들은 묵묵히 그들을 떠받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못친소'는 다르다. 그들의 외모를 놀리지만, 그 놀림은 비하 자체로 끝나지 않고 그들을 확실하게 어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신기하게도 못생기면 못생길수록, 매력을 어필할 수 있는 기회는 늘어난다.

'못친소' 시즌1의 조정치가 그랬듯, 가수 김태진이나 시인 하상욱 같은 눈에 익지 않은 캐릭터들도 주목받을 수 있는 곳이 바로 '못친소'다. 그들은 잘생기지 않았기 때문에 그곳에 등장할 수 있었고, 시청자들에게 한 번 숙이고 들어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호감을 쉽게 획득할 수 있다. 못생김을 매력이라는 단어와 동의어로 만든 <무도>의 힘이다.

숨은 예능 고수들, '못친소' 통해 스포트라이트


마라톤 영웅인 이봉주가 예능에서 이렇게 주목을 받은 적이 있었던가. 배우 우현 역시 조연 캐릭터로만 분했을 뿐, 한 번도 이처럼 센세이션한 반응을 얻진 못했다. 김희원의 원래 성격이 수줍고 여리다는 사실 또한 '못친소'가 아니면 이처럼 널리 알려질 수 없었다. <무도>의 기획력 때문이다.

못생겼다는 의미가 단순히 모욕이 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매력을 발견하게 하고 그 매력으로 하여금 다시 한 번 조명을 받을 기회를 제공한다면, 그것이야말로 못생김의 새로운 정의다. 못생겼다는 놀림을 받으면 받을수록 상처가 되는 것이 아니라 그들에게 도움이 된다면 그것이 정녕 외모 비하라고 말할 수 있을까.

지난 2012년 '못친소' 1회의 1위는 노홍철에게 돌아갔다. 노홍철은 예전 <무도> 멤버 중 가장 잘생긴 멤버를 뽑는 '미남특집'에서도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그런 그가 '못친소' 1위가 되었다는 것은 '못친소'의 정체성을 보여준다.

얼굴이 못난 자가 못난 것이 아니라는 사실. 그들은 충분히 잘생긴 어느 누구보다 매력적일 수 있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