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방송된 SBS 파일럿 프로그램 <사장님이 보고있다>. 어마어마한 수의 아이돌이 출연했지만, 결국 프로그램을 정신 없게 만들기만 했다.

지난 6일 방송된 SBS 파일럿 프로그램 <사장님이 보고있다>. 어마어마한 수의 아이돌이 출연했지만, 결국 프로그램을 정신 없게 만들기만 했다. ⓒ SBS


2016 병신년 설 연휴 첫날이었던 지난 6일, SBS 설 특집 아이돌 생존 쇼 <사장님이 보고있다>가 전파를 탔다. 오후 8시 45분부터 11시까지 2시간 15분에 걸쳐 15개 소속사 사장단과 나인뮤지스, AOA, EXID, 방탄소년단, 비투비, 세븐틴, 틴탑, 몬스타엑스, 러블리즈, 여자친구, 트와이스, B.A.P, 라붐, 소나무, 업텐션 등 아이돌 그룹 19개 팀 125명이 출연했다.

<사장님이 보고있다>는 전 직원 단체 동남아 여행권을 놓고 5종목에 걸친 대결로 최강 아이돌 1팀을 선정하는 '노사화합 서바이벌'을 기치로 내걸었다.

SBS <인기가요>를 연출 중이기도 한 이양화 PD는 <사장님이 보고있다>의 기획의도에 대해 "'노사관계'라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주제로 전 세대가 즐길 수 있는 새로운 예능이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날 방송된 <사장님이 보고있다>는 기획의도가 무색하게 결국 제2의 <아이돌육상선수권대회>(아래 <아육대>), 아이돌 재롱잔치에 지나지 않았다.

이날 방송은 사장단이 선정한 5가지 주제인 체력, 개인기, 운, 두뇌, 팀워크를 가지고 각각의 코너를 마련하여 진행되었다.

 SBS 설 연휴 파일럿 프로그램 <사장님이 보고있다>는 당초 기획 의도와는 달리 제2의 <아육대>에 지나지 않았다. 그나마 별다른 '빅재미'도 선사하지 못했다.

SBS 설 연휴 파일럿 프로그램 <사장님이 보고있다>는 당초 기획 의도와는 달리 제2의 <아육대>에 지나지 않았다. 그나마 별다른 '빅재미'도 선사하지 못했다. ⓒ SBS


그런데 첫 번째 코너 씨름과 마지막 코너인 단체 닭싸움이 전체분량의 반 이상을 차지했다. 두뇌대결 코너의 경우 편집으로 1분 분량만 나갔다. 개인기를 펼쳐 보이는 코너는 사장단을 앞에 두고 아이돌들이 벌이는 재롱잔치였다. 비투비의 경우 레드벨벳의 의상과 분장을 한 모습으로 춤을 춰 해당 코너의 1등을 차지했다. 복불복으로 버튼을 눌러 물풍선을 피하는 아이돌들의 운을 시험하는 코너는 물벼락 세례에 지나지 않았다.

문제는 앞에 나와 대결을 펼치거나 개인기 등을 선보일 때 뒤에 앉아 대기하는 대다수 아이돌들의 '병풍화'였다. 본방송에서도 몇몇 아이돌 그룹에 포커스가 맞춰져 비칠 뿐, 나머지 아이돌들의 경우 방송 내내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1월에 사전 진행된 <사장님이 보고있다>의 촬영시간도 저녁부터 다음날 새벽 5시까지 10시간에 걸쳐 이루어진 거로 알려졌다. 10시간에 걸친 녹화, 2시간여의 편집이었지만 지난날 4시간 녹화 1시간 편집의 MBC <무한도전> 잭 블랙 특집의 빅재미를 따라오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미성년자가 상당수 포함된 아이돌들을 데리고 밤을 넘겨 새벽까지 이어지는 강행군 촬영을 한 결과물이 이 정도라니, 과연 잘한 일인지 의문이다.

이번 <사장님이 보고있다>는 팀을 알리는 데도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했고, 팀의 특정 멤버를 알리는 데도 효과적이지 못했다. 너무 많은 인원이 나오다 보니 전체적으로 정신이 없었고, 앞서 지적했듯이 체육 코너가 반 이상을 차지하다 보니 이것이 예능인지 체육대회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1970년대 MBC <명랑운동회>의 아이돌 판을 보는 것 같다. '노사관계'라는 키워드를 꺼냈으면 차라리 사장단과 아이돌 간의 진솔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코너를 마련하는 게 맞지 않았을까? 멤버들을 블라인드 뒤에서 사장단들에게 못한 이야기를 속 시원하게 하는 모습들을 보여주는 방식이었다면 오히려 색다르고 좋았을지 모른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전 세대가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도 아니었다. 아이돌을 좋아하는 10대들이면 몰라도 그 이상의 세대에서 공감을 얻기란 힘든 프로그램이었다.

한편 이날 프로그램에서 TS엔터테인먼트 소속 걸그룹 소나무가 최종종합 1위가 되어 소속사 전 직원에게 동남아 여행권이 주어졌다.

사장님이 보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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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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