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해줘' 사랑도 해줘! 12일 오전 서울 압구정CGV에서 열린 영화 <좋아해줘> 제작보고회에서 박현진 감독(가운데)와 배우 강하늘, 이솜, 김주혁, 최지우, 이미연, 유아인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좋아해줘>는 잘 나가는 작가(이미연 분)와 더 잘나가는 스타(유아인 분), 사랑잃은 노총각(김주혁 분)과 집 잃은 노처녀(최지우 분), 연애 초짜 작곡가(강하늘 분)와 밀당 고수 PD(이솜 분) 사이에서 벌어지는 로맨스를 담은 작품이다. 2월 18일 개봉.

▲ '좋아해줘' 사랑도 해줘! 지난 1월 12일 오전 서울 압구정CGV에서 열린 영화 <좋아해줘> 제작보고회에서 박현진 감독(가운데)와 배우 강하늘, 이솜, 김주혁, 최지우, 이미연, 유아인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 이정민


우선 이 영화, 배우 이미연이 <회사원>(2012)에 이어 3년 만에, 그리고 한류스타 1세대 최지우가 <여배우들> 이후 6년 만에 복귀한다는 점에서 화제였습니다. SNS 소통을 소재로 서로 다른 세 커플의 사랑이 맺어지는 방식을 꽤 흥미롭게 다뤘죠.

<좋아해줘>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이 영화는 로맨틱 코미디 장르를 표방합니다. 여기에 각 등장인물이 서로 다른 사건을 겪다가 어느 지점에서 스치듯 만나는 '모자이크 구성'이 특징인데요. 영화 <러브 액추얼리>를 떠올리면 감이 잡히실 겁니다.

3일 서울 왕십리 CGV에서 언론 시사회가 있었고, 꽤 반응이 좋았습니다. 박현진 감독 이하 배우들 역시 분위기를 인식한 듯 한껏 상기된 모습이었고, 복기할만한 어록들 또한 꽤 있었습니다.

흐름 주도하는 여성들

 영화 <좋아해줘>의 한 장면.

영화 <좋아해줘>의 한 장면. <좋아해줘>의 여주인공들은 각자의 '주체성'을 전면에 내세운다. ⓒ 리양필름


아무래도 내로라하는 여배우들이 나선 만큼 이를 먼저 언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극 중 스타 드라마 작가 조경아 역을 맡은 이미연, 혼기가 지난 스튜어디스 함주란 역의 최지우, 신입 드라마 PD 장나연 역의 이솜의 공통점은 당당함과 적극성입니다.

까칠하고 깐깐하기로 소문난 조경아 작가는 그 이름 자체만으로 관계자들을 벌벌 떨게 합니다. 특유의 작업 방식으로 적도 많지만, 한류스타 노진우(유아인 분)를 발굴해 스타로 발돋움하게 만들 만큼 촉이 좋은 인물이기도 하죠. 함주란 역시 승진이 시급하지만, 그것을 위해 쉽게 자존심을 포기하지 않는 성격입니다. 매번 상사와 작가에게 깨지면서도 할 말은 다하는 장나연도 마찬가집니다.

아마 이런 캐릭터기에 한동안 관객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배우들을 매혹시킬 수 있지 않았을까요. 이 영화의 원안 자체가 스타 드라마 작가 유영아의 작품입니다. 메가폰을 잡은 박현진 감독도 이를 언급했고요. 박 감독이 초고를 각색하며 가장 신경 쓴 부분이 바로 "여성 캐릭터들의 주체성"이었습니다. 이를 증명하듯 세 여성 캐릭터는 장차 자신의 짝이 될 예정인 세 남자보다 자신의 감정에 솔직합니다.

머리에 남는 한 마디의 대사

영화 속 이 대사 한 마디를 주목해볼 만합니다. 노진우와 방송 관계자들, 그리고 조경아 작가의 저녁 식사 장면입니다. 자리를 박차고 나가는 조 작가 뒤로 방송 관계자들이 "역시 기가 너무 세"라고 혀를 차는 모습에 노진우가 일갈합니다.

"남자가 할 말 다하면 당당하다고 그러고 여자가 할 말 다하면 기가 세다고들 하죠? 앞에서 얘기하세요! 촌스러운 사람들아!"

박현진 감독은 "의도한 대사였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는 "너무 직접적인 대사라는 의견도 있었는데 밀고 나갔다"며 "일상에서 우리가 내뱉는 말 중 (여성의 존엄을 떨어뜨리는) 그런 게 많다"고 했습니다. 참고로 노진우가 덧붙인 촌스럽다는 말은 유아인의 애드리브였다는 사실! "한국 사회에 뿌리박혀 있는 여자에 대한 인식에 일침을 가하고 싶었다"면서 그는 감독의 의도를 적극 지지했습니다.

조은비 예비후보 김무성 대표와 함께 '화이팅' 경기도 화성을에 출마 의사를 밝힌 조은비 새누리당 예비후보가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20대 총선 여성 예비후보자 대회에 참석해 김무성 대표와 김을동 최고위원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조은비 예비후보 김무성 대표와 함께 '화이팅' 경기도 화성을에 출마 의사를 밝힌 조은비 새누리당 예비후보가 지난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20대 총선 여성 예비후보자 대회에 참석해 김무성 대표와 김을동 최고위원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이날 자리에서 김을동 최고위원은 "우리나라 정서에 여자가 너무 똑똑하게 굴면 밉상을 산다"라고 말해 논란을 빚었다. ⓒ 유성호


공교롭게도 같은 날 또 다른 여성의 발언이 도마 위에 올랐죠. 바로 김을동 새누리당 최고위원의 발언인데요. 오는 4월 20일 열릴 총선에 출마할 여성 예비후보들을 대상으로 "우리나라 정서에 여자가 너무 똑똑하게 굴면 밉상을 산다"라며 "약간 모자란 듯 보여야 된다"고 했다죠. "누구의 질문에 똑 부러지게 얘기하면 거부 반응이 있다"는 말도 덧붙였고요.

다수의 지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정치인이기에 그 취지는 이해한다고 쳐도 여성이 여성에게 우리나라 정서를 운운하며 모자라게 보여야 한다고 말하는 게 과연 상황에 맞는 건지 의문입니다. 참, 이날 모임의 주제가 '여성, 개혁 앞으로!'였다는 사실 기억해둘 필요가 있겠습니다.

총선 전에 김을동 위원께서 새누리당 여성 당원 동지들과 함께 <좋아해줘>를 관람하는 건 어떨지 제안해봅니다.

반갑다 김주혁

 영화 <좋아해줘>의 한 장면.

영화 <좋아해줘>의 한 장면. 평소 힘을 빼는 연기가 특기인 배우 김주혁은, 이 작품에서도 특유의 매력을 십분 보여줬다. ⓒ 리양필름


여성 캐릭터들의 '활약'에 남성 캐릭터가 상대적으로 위축될 법도 한데, 이를 부드럽게 상쇄하는 게 바로 김주혁의 힘입니다. 김주혁이 누굽니까. <싱글즈> <어디선가 누구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난다, 홍반장> <아내가 결혼했다> <프라하의 연인> 등으로 생활 연기와 로맨틱 코미디 등에서 특·장점을 보여온 배우입니다. 최근까진 KBS 예능 <1박2일>에 출연하면서 대중에게 더욱 친숙해진 그죠.

본래 힘주지 않는 편안한 연기가 특징이었던 김주혁은 모처럼 <좋아해줘>에서 더욱 힘을 뺐습니다. 게다가 평소 잘 보이지 않았던 애드리브를 구사했는데, 그 특유의 진지하면서도 사람의 웃음을 자아내는 유머가 잘 살아났습니다. 함주란의 세입자로 함께 동거하게 되면서 여러 인물의 고민을 들어주고 조언을 아끼지 않는 편안한 매력의 중년 남자. 여성 입장에선 친구로 꼭 두고 싶어 할 만한 인물입니다.

멜로 연기에 도전장을 낸 유아인과 한창 영화계에서 부상 중인 강하늘의 모태 솔로 연기도 웃음 포인트가 됩니다. 실제로 SNS로 활발하게 소통하는 유아인이 이번 작품과 연결되는 지점이 많은데요. 그의 행동을 주시했던 팬이라면 영화가 제시하는 몇 가지 장면에서 박장대소할 수 있겠습니다.

전반적으로 각 등장인물과 이야기, 장르적 특징의 균형감이 좋습니다. 멜로나 로맨틱 코미디 장르의 기근 속에 올해 초 몇 편의 한국 멜로 영화가 개봉했었는데요. <좋아해줘>가 그중에 가장 현실을 잘 반영한 웰메이드 작품이라 감히 말할 만합니다.

 영화 <좋아해줘>의 포스터.

영화 <좋아해줘>의 포스터. 김 최고위원과 새누리당 여성 당원들께서 오는 18일 개봉하는 이 영화를 함께 봐주었으면 한다. ⓒ 리양필름



덧붙이는 글 영화 <좋아해줘> 관련 정보

감독 : 박현진
출연 : 이미연, 최지우, 김주혁, 유아인, 강하늘, 이솜
제작 : 리양필름
공동제작 : JK필름
제공/배급 : CJ엔터테인먼트
상영등급 : 12세 관람가
상영시간 : 120분
개봉 : 2016년 2월 18일
좋아해줘 이미연 최지우 김주혁 유아인
댓글5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