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밴드 Mr.Children의 보컬 사쿠라이 가즈토시 Mr.Children의 보컬 사쿠라이 가즈토시는 1997년 불륜 소동에 휘말리며 파문을 일으켰다.

▲ 일본 밴드 Mr.Children의 보컬 사쿠라이 가즈토시 Mr.Children의 보컬 사쿠라이 가즈토시는 1997년 불륜 소동에 휘말리며 파문을 일으켰다. ⓒ TV도쿄


이웃나라 일본에는 미스터 칠드런(Mr.Children)이라는 밴드가 있다. 1989년 결성한 이 밴드는 얼마간의 무명시기를 거친 뒤 특유의 잔잔하면서 애절한 멜로디와 자아성찰적이고 시적인 가사로 남녀노소의 사랑을 받으며 일본의 국민밴드로 자리 잡았다. 그 중 밴드의 모든 곡을 작사·작곡하는 보컬 사쿠라이 가즈토시의 멜로디 창작력과 가사를 쓰는 능력은 일품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그가 쓰는 사랑에 관한 노래들은 싱글 대부분이 밀리언셀러를 기록했다. 일부 곡들은 발매 일주일 만에 200여 만 장의 판매고를 올리며 신기록을 세웠다.

1994년 사쿠라이는 자신이 쓴 러브송의 주인공, 데뷔 이전과 무명시기를 뒷바라지해준 그의 연인과 결혼했다. 그가 쓴 가슴 절절한 러브송들이 그녀를 위한 곡이었다는 게 알려지면서 당시 사쿠라이의 아내는 전 일본인들의 부러움을 샀다.

그 후 3년 뒤의 일이다. 사쿠라이와 어느 여자 아이돌 멤버와의 불륜현장이 발각됐다. 아내와 슬하에 딸까지 두고있던 사쿠라이는 불륜사실이 보도되자 노골적인 행동을 이어갔다. 아예 가족들을 남겨두고 집을 나가 내연녀와 동거할 거처를 알아보러 다녔다. 이 과정은 고스란히 파파라치에 의해 찍혔고 대중에게 알려졌다. 2000년 사쿠라이는 친권과 위자료, 양육비를 지급하는 조건으로 전처와 이혼했고, 한 달 뒤 내연녀와 정식으로 결혼했다.

팬들은 충격과 허탈감에 빠졌다. 전처를 향해 그렇게 아름다운 사랑 노래를 부르더니, 그토록 가슴 절절한 애틋함을 노래하더니, 결국은 그를 남겨두고 떠나 아이돌 그룹 멤버와 불륜에 재혼이라니. 일부 팬들은 미스터 칠드런의 노래를 더 이상 듣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지금까지는 일본 이야기다. 이제 한국 이야기를 해보겠다.

일본의 사쿠라이와 한국의 이수

컴백 엠씨더맥스, 2년 만에 완전체! 엠씨더맥스(제이윤, 전민혁, 이수)가 27일 오후 서울 한남동의 한 공연장에서 열린 정규 8집 < 파토스(pathos) > 기자간담회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2년 만에 완전체로 컴백하는 엠씨더맥스의 8집 < 파토스(pathos) >는 '비애감', '쓸쓸함', '그리움'을 담고 있다. 보컬 겸 기타리스트인 이수는 이번 앨범에서 데뷔 이래 최초로 프로듀서를 맡아 다양한 도전을 시도했다.

▲ 컴백 엠씨더맥스, 2년 만에 완전체! 엠씨더맥스(제이윤, 전민혁, 이수)가 27일 오후 서울 한남동의 한 공연장에서 열린 정규 8집 < 파토스(pathos) > 기자간담회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 이정민


밴드 엠씨더맥스(M.C The Max)가 28일 신곡 '어디에도'의 뮤직비디오와 음원을 공개하며 그들의 8번째 정규앨범 <파토스(Pathos)>를 발매했다. 음원공개와 동시에 이번 앨범의 타이틀곡 '어디에도'는 멜론 등을 비롯한 각종 음원사이트에서 단숨에 실시간 차트 1위를 차지했고, 이틀째인 29일에도 상위권에 머물며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알다시피, 엠씨더맥스의 보컬 이수는 과거 한 차례 거대한 파문을 일으켰던 인물이다. 2000년 엠씨더맥스의 전신이라 볼 수 있는 문차일드의 보컬로 데뷔한 이수는, 엠씨더맥스로 밴드를 재정비한 뒤 '잠시만 안녕', '사랑의 시' 등의 히트곡을 내놓았다. 곡 자체도 좋았지만, 이 곡들이 성공할 수 있는 데에는 보컬 이수의 능력이 강하게 작용했다. 비애에 찬 듯 읊조리는 저음과, 고음에서 내지르는 특유의 쇳소리를 힘있게 끌고가는 이수의 보컬 능력은 대중과 평단에게 인정받으며 그를 '명품 보컬'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하지만 2009년 이수는 무려 '미성년자 성매매 혐의'로 입건됐다. 포주에게 감금돼 성매매를 해야 했다고 밝힌 성매매 피해자(당시 만 16세)는 일부 매체에 출연해 이수가 성매매 당시 그녀에게 했던 발언들을 폭로했다. 팬들과 대중은 엄청난 충격에 휩싸였다. 누리꾼들은 "그 좋은 노래들 부르면서 미성년자를 떠올린 건가", "노래 주인공이 미성년자라 '잠시만 안녕' 했었나보다"라며 그를 비난했다. 당시 검찰 조사에서 이수는 "성매매를 한 것은 인정하지만, 미성년자였다는 사실은 몰랐다"라고 말했고, 이 주장이 받아들여져 성매매 초범 남성을 대상으로 하는 재범방지교육 이수 조건으로 기소유예 처분이 내려졌다.

2009년 파문 이후

엠씨더맥스의 이수 지난 2015년 MBC <나는 가수다>에 출연한 이수는 누리꾼들의 거센 항의를 받고 방송에서 퇴출됐다.

▲ 엠씨더맥스의 이수 지난 2015년 MBC <나는 가수다>에 출연한 이수는 누리꾼들의 거센 항의를 받고 방송에서 퇴출됐다. ⓒ MBC


법적 심판과 사회적 심판은 별개다. 기소유예에 그쳤다지만, 사회는 냉정했다. '명품 보컬'로 불리던 이수의 명예는 '미성년 성매매범'이라는 추잡한 이미지로 곤두박질쳤다. 이수는 밴드 엠씨더맥스의 일원으로 영화 OST 등을 통해 음악활동을 이어갔지만, 그에 대한 평가는 나날이 차가워져 갔다. 심지어 2014년 가수 린과의 결혼 발표 당시에도 누리꾼들은 "저런 인간과 결혼을 하는 린, 제정신이 아니다"라며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부었다.

2015년 1월, 이수는 화제 프로그램이었던 MBC <나는 가수다>(아래 <나가수>)를 통해 복귀를 시도했다. 이른바 '레전드 뮤지션'들만이 출연할 수 있는 <나가수>를 통해, 어찌보면 자신의 노래로 '정면돌파'를 시도한 것이다. 하지만 아직 이수에 대한 배신감과 분노로 가득한 누리꾼들은 '뻔뻔한 이수'에 공분했고, 그 분노는 <나가수>에까지 이어졌다. 당시 세 번째 시즌을 맞았던 <나가수>의 첫 방송이 방영되기도 전에, 게시판에는 "당장 이수의 출연을 중지시켜라", "다른 사람도 아니고, 성매매범을 출연시키다니, 정신 나갔나?"라는 글로 채워졌고, '<나가수> 안보기 운동'으로까지 이어지는 기세를 보였다. 결국 <나가수> 제작진은 이수에게 일방적 퇴출을 통보하고, 이미 첫 촬영한 이수의 무대는 통편집 돼 송출됐다.

나중에 알려진 사실이지만, 당시 이수는 함께 출연했던 가수 양파, 스윗소로우 등 쟁쟁한 뮤지션들을 제치고 전체 순위 2위를 차지했다. <나가수> 안방마님인 가수 박정현이 없었다면 이수가 1위를 차지했을 거라는 분석도 있었다.

사실 이수의 <나가수> 퇴출 당시에도 약간의 설왕설래가 있었다. 이수에 대한 거부 여론이 워낙에 강했던 탓에 대놓고 이수를 지지하는 의견은 찾아보기 힘들었지만, 일부 누리꾼들은 "다른 프로그램도 아니고, <나가수>라면... (받아줘도 괜찮지 않을까)"라는 의견을 개진하기도 했다. 이른바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 나와 깔깔대며 웃는 것도 아니고, 개인 토크쇼에 나와 눈물 흘리며 오해라며 사죄를 하는 것도 아닌, 그의 실제 직업인 '뮤지션'으로서의 기량을 보이는 음악 프로그램이라면, 그의 사생활과는 별도로 음악으로 그를 평가하고 즐기는 것 정도는 괜찮지 않느냐는 것이다.

통편집 되어 방송된지 며칠 후 <나가수> 측에서 인터넷에 공개한 무대 속 이수를 보면, 눈물을 흘리며 동정을 갈구하지 않았다. 관객들에게 큰 절을 하며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고 석고대죄를 하지도 않았다. 그냥 약간 긴장한 듯한 얼굴로 담담하게 엠씨더맥스의 히트곡 '잠시만 안녕'을 열창할 뿐이었다. 당시 이수가 2위에 오르도록 점수를 준 <나가수> 관객 중 미성년 성매매를 옹호하는 사람은 아마 단 한 명도 없었을 것이다.

다시 시간은 흘러 2016년 1월 29일 엠씨더맥스의 신곡이 음원차트에서 승승장구하고 있고, 이수의 컴백 자체에 대한 갑론을박이 다시 일고 있다. 일부는 "이제 그만 하자"라고 말하기 시작했지만, 일부는 여전히 "범죄자의 노래, 얼굴, 전부 다 꼴보기 싫다"라고 그의 활동에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죄인의 음악 활동

엠씨더맥스 컴백에 대한 누리꾼 반응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이번 엠씨더맥스의 컴백에 관해 비난을 하고 있다.

▲ 엠씨더맥스 컴백에 대한 누리꾼 반응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이번 엠씨더맥스의 컴백에 관해 비난을 하고 있다. ⓒ 온라인 커뮤니티


기사의 서두에 언급한 일본 밴드 미스터 칠드런 또한 프론트맨 사쿠라이의 불륜 소동 이후 비난을 감수해야만 했다. 하지만 미스터 칠드런은 그렇게 불륜남 이미지를 남기고 사라졌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노(No)'다. 미스터 칠드런은 한국 연예계 특유의, 죄를 지은 대중예술인들의 통과 의례인 '자숙기간'이라는 절차도 갖지 않았다. 여전히 깊이 있고 철학적인 가사로 무장한 곡들을 발매했고, 음반 판매량에도 큰 변화가 없었다. 미스터 칠드런은 2016년 현재까지도 일본 내 가장 위대한 뮤지션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사쿠라이는 불륜의 주인공이었던 현재 부인과 아들 셋을 낳았고, 때로는 그 아들들에 대한 곡을 쓰며, 돈도 잘 벌고, 행복하게 살고 있다.

일본이 사회적으로 불륜에 관대하기 때문일까? 이혼 후 재혼이라면 모를까, 결코 그렇지 않다. 물론 법적으로 불륜은 죄가 아니지만 미성년자 성매매는 큰 죄이므로 사쿠라이의 사례와 이수의 사례는 비교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말 할 수도 있다. 타당한 말이다. 그런데 알켈리의 경우도 있다. 노래 '아이 빌리브 아이 캔 플라이(I believe i can fly)'로 잘 알려진 미국의 알 켈리(R.Kelly) 역시 과거 아동 성추행 혐의로 재판에 회부되는 등 파문을 일으켰지만 무죄를 선고받은 뒤 창작활동을 이어갔다. 알 켈리는 무죄고 이수는 기소유예라 하더라도 죄가 확실하지 않냐고 말 할 수도 있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그렇게 법적으로 따지면 어쨌든 이수는 기소유예라도 법적 죄값을 치렀다. 반면 알 켈리의 재판은 잘못된 판결이었다고 판단하는 해외 음악팬들도 상당수다. 그런 거 저런 거 다 모르겠고, 어쨌든 그건 미국이고 여긴 문화적으로 다른 한국이라고 말 할 수도 있다. 그것도 역시 타당한 부분이 있다.

하고자 하는 말은 '음악'이다. 일본 뮤지션 사쿠라이 가즈토시의 작품에 값을 지불하는 일본 대중들은 불륜과 별개로 그의 작품에 감동을 받았기 때문이다. 엠씨더맥스의 멤버인 이수가 저질렀던 죄에 관대함을 적용해 '본인도 힘들었을테니 음원 한 곡 들어주자'라고 생각하는 대중이 많았기에 이번 신곡이 음원차트를 장악했을리는 없다. 그들의 노래가 좋아 음원을 사는 것이다.

법적 사회적 도덕적 문화적 죄를 지은 뮤지션은 음악을 해서는 안되는 것일까? 인간 이수를 욕하는 것은 자유다. 물론 뮤지션 이수를 욕하는 것도 대중의 자유다. 하지만 뮤지션이라는 직업을 가진 이수가 내놓는 작품은, 작품 그 자체로 평가해야 맞는 게 아닐까 싶다. 감옥 안에서도 음악을 할 수는 있어야 한다.

엠씨더맥스 정규 8집 <파토스(Pathos)> 엠씨더맥스가 28일 신보 <파토스(Pathos)>를 발매했다.

▲ 엠씨더맥스 정규 8집 <파토스(Pathos)> 엠씨더맥스가 28일 신보 <파토스(Pathos)>를 발매했다. ⓒ 뮤직앤뉴



엠씨더맥스 이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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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선임기자. 정신차리고 보니 기자 생활 20년이 훌쩍 넘었다. 언제쯤 세상이 좀 수월해질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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