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체설이 나온 일본의 '국민그룹' 스맙(SMAP) 멤버들

해체설이 나온 일본의 '국민그룹' 스맙(SMAP) 멤버들 ⓒ 자니스주니어


20일 일본 <야후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한 뉴스 제목에서 한국 사람들에게 낯익은 단어가 올라왔습니다. 'JYJ법'이 바로 그것입니다. 이 기사는 일본에서 '국민 아이돌'로 불리는 SMAP의 해체 소동과 관련해 일본 연예계의 변화를 촉구하는 한 평론가의 글이었습니다. 일본 아이돌의 해체 소동과 지난 달 한국의 국회에서 통과된 통칭 'JYJ법'이 무슨 관련이 있을까요? 속사정은 이렇습니다.

일주일간 일본을 들끓게 한 국민 아이돌의 해체 소동

 SMAP 해체소동 관련하여 "TV에 나와 공개처형 당하는 것을 막기 위해 JYJ법이 일본에 도입되어야 한다"는 야후 칼럼

SMAP 해체소동 관련하여 "TV에 나와 공개처형 당하는 것을 막기 위해 JYJ법이 일본에 도입되어야 한다"는 야후 칼럼 ⓒ Yahoo Japan


SMAP는 남성 5인조로 구성된 일본 아이돌 그룹인데요, 일본식으로 '스마프'라고 읽습니다. 멤버 중 한 사람인 쿠사나기 츠요시(草なぎ剛)는 '초난강'이라는 이름으로 한국에서 데뷔하기도 했습니다. 초난강이 한국 활동 당시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만나 "스마프를 아느냐"고 질문했을 때, "만화영화 아닙니까?"라고 대답한 노무현의 답변이 화제가 되기도 했었죠. 그 SMAP가 최근 해체한다는 소식이 퍼지며 일주일 내내 일본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습니다.

SMAP는 88년도에 데뷔한 이래 좀처럼 빛을 보지 못한 시기도 있었지만, 마침내는 수도꼭지처럼 TV를 틀면 나오는 전국구 아이돌로 성장했죠. SMAP이 진행하는 버라이어티 쇼 <스마스마(SMAPxSMAP)>는 1996년 첫 방송을 시작한 이래 평균 20%에 가까운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고, 국내 스타들은 물론 머라이어 캐리, 스티비 원더 등 최고의 팝스타들도 출연해 이들과 무대를 꾸밀 정도로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프로그램입니다. 이 같은 국민 아이돌 SMAP이 데뷔 이래 한 번도 논란이 없던 해체 논란에 휘말렸으니 일본 여론이 들썩인 건 당연지사였습니다.

하지만 소동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지난 13일 해체설이 처음 보도된 이후 근 일주일간 헤드라인을 장식하던 그들의 방황은 18일 <스마스마>에 생방송으로 출연해 고개를 숙이는 멤버들의 모습이 보도됨으로써 막을 내리게 됩니다.

사태의 배경 : 소속사 내 파벌 싸움

 일본 대형 예능 사무소 '쟈니즈' 일가. 좌측부터 '쟈니 키타가와'(사장), '메리 키타가와'(부사장), '쥬리 키타가와'(부사장)

일본 대형 예능 사무소 '쟈니즈' 일가. 좌측부터 '쟈니 키타가와'(사장), '메리 키타가와'(부사장), '쥬리 키타가와'(부사장)


쟈니즈는 일본 최대의 연예인 사무소입니다. 한국의 SM에 비견할만 하죠. 반대로 일본 현지에서는 SM엔터테인먼트를 한국의 쟈니즈로 소개하곤 합니다.

쟈니 키타가와(ジャニー喜多川)가 설립한 쟈니즈는 아라시(嵐), 킨키 키즈(Kinki Kids), 뉴스(NEWS) 등 일본 내 유명 아이돌을 다수 배출했으며, 쟈니는 현재도 회사의 대표이사직을 맡고 있습니다. 그의 누나인 메리 키타가와(メリー喜多川)는 부사장을 맡고 있죠. 그리고 쟈니의 조카, 즉 메리 키타가와 부사장의 딸인 후지시마 쥬리 케이코(藤島ジュリー景子)는 쟈니즈 부사장 직함을 달고 실권을 휘두르고 있다고 합니다.

 이이지마 미치(SMAP 수석 매니저)

이이지마 미치(SMAP 수석 매니저)

SMAP를 데뷔 시절부터 키워온 장본인은 이이지마 미치(飯島三智) 수석 매니저인데요. 그녀는 현지 매체에서 '이이지마 여사'로 불리고 있습니다. 그녀의 생일에 SMAP 멤버 전원이 돈을 모아 매년 꼬박꼬박 선물을 챙겨줄 정도로 SMAP와 가장 가까운 인물입니다. 한마디로 SMAP의 어머니와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죠.

SMAP의 이번 해체 소동의 배경으로 이이지마 매니저와 쥬리 쟈니즈 부사장 사이에 발생한 불화가 지적되고 있습니다. 일설에 따르면, 쥬리 부사장은 같은 쟈니즈 소속 아이돌인 아라시(嵐)를 편애해왔으며, 'SMAP은 아라시에 비해 기량이 부족하다'고 비하를 일삼기도 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부사장과 수석 매니저 두 사람을 중심으로 사내에서 벌어진 파워게임이 소속 연예인들에게까지 영향을 끼쳐 이번 소동에 불쏘시개로 작용한 것이죠.

이 파워게임은 구체적으로 두 사람 중 누가 쟈니즈를 계승할 것인가의 성격이 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이 싸움은 쥬리 부사장의 친모인 메리 키타가와 부사장이 개입하며 일단락됩니다.

지난해 1월에 보도된 <주간문춘>과의 인터뷰에서 메리 키타가와 부사장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이지마(수석 매니저)는 내가 관리를 잘못했다. 때문에 다들 착각하고 있는 거 같다. 내 딸이 왜 이이지마와 파벌 싸움 따위를 해야 하나. 이이지마가 내 딸(쥬리 부사장)과 싸운다면 난 이이지마에게 '나가라'고 말하면 그만이다. 왜냐면 걔는 내 딸이 아니니까. 이이지마는 파벌싸움 따윌 하려거든 나가서 별도로 회사를 만들면 된다. 파벌싸움이 생긴다면 난 무조건적으로 딸을 지지한다."

그리고 쟈니즈의 계승자가 누구냐는 질문에 딱 잘라 말했습니다.

"당연히 쥬리 부사장(본인의 딸)이다."

석연치 않은 SMAP의 사과문

고개숙인 SMAP SMAP 멤버들은 18일 긴급 편성된 생방송을 통해 SMAP 해체 논란에 관한 사과와 함께 활동을 이어갈 것을 밝혔다.

▲ 고개숙인 SMAP SMAP 멤버들은 18일 긴급 편성된 생방송을 통해 SMAP 해체 논란에 관한 사과와 함께 활동을 이어갈 것을 밝혔다. ⓒ 후지TV


이 인터뷰 이후 SMAP 해체 소동이 발생하기 전까지 소속사 내에서 어떤 공기가 흘렀는지는 상상하기 어렵지 않습니다. 또한 세간에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SMAP 멤버들과 토사구팽 당한 셈이 된 이이지마 매니저 사이에 어떤 계획이 진행되었는지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아마도 SMAP가 쟈니즈를 탈퇴해 이이지마 매니저가 독립해서 세우게 될 새로운 회사로 옮긴다는 내용이었겠죠.

하지만 이 계획은 실현되지 못했습니다. 일본 연예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쟈니즈가 이들의 행보를 가로막았기 때문입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본의 아이돌 그룹은 소속사를 배반하게 되면 살아남기 어렵습니다. 한국의 JYJ는 SM을 떠난 뒤 지금까지도 공중파 방송에 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결국 일본의 SMAP는 독립의 꿈을 포기하게 됩니다. 여기에는 마지막까지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던 한 멤버 기무라 타쿠야의 태도도 한 몫 했다고 알려지고 있습니다.

지난 18일 <스마스마>에 출연한 멤버 5인은 기무라 타쿠야를 시작으로 한 사람씩 돌아가며 일련의 사태에 대해 정중한 사과의 말을 남겼습니다. 그중에서도 초난강, 쿠사나기 츠요시의 말은 의미심장합니다.

"여러분이 해주신 말씀을 듣고 깨달은 점이 많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이번에 쟈니즈에 사과할 기회를 기무라군이 만들어줘서, 우리들은 지금 이 자리에 있습니다. 다섯 사람이 다시 모이게 되어 다행입니다."

이 말 속에서 합리적으로 추측할 수 있는 것은 두 가지입니다. SMAP의 쟈니즈 탈퇴가 좌절된 것은 기무라 타쿠야의 반란표와 쟈니즈의 강압이 작용한 결과라는 것입니다. 사태의 배경에 있는 이이지마 매니저는 쟈니즈를 퇴사하게 됩니다. (참고 원문보기 : 존속하는 SMAP, 민주화되지 않는 쟈니즈 - SMAP 해산소동의 찝찝한 결말)

"일본에도 JYJ법이 필요하다"

방송과 언론은 이 결말에 대해 '해피엔딩'으로 평가하는 분위기이지만, 대중의 시선은 다른 것 같습니다. 일본 연예계에 드리워져 있던 후진성이 이번 사태로 가시화되었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입니다. 메리 부사장이 멤버들에게 휘두른 상식을 벗어난 권력과 일본 연예계의 봉건성이 시대착오적인 모습으로 비친 것입니다. SMAP의 팬들 역시 이번에 멤버들이 공중파에 나와 사과한 일을 '공개처형'에 비유하며 소속사를 비난하고 나섰습니다.

잠시 한국으로 돌아와보겠습니다. 한국의 아이돌 그룹 JYJ가 소속사와 분쟁을 겪고 탈퇴한 후 공중파에 출연하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자, 최근 국회에서는 이른바 'JYJ법'이 통과됐습니다. 소속사가 특정 연예인의 방송 출연을 방해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입니다.

일본의 대중문화평론가 마쓰타니 소이치로(松谷創一郎)는 20일 야후뉴스에 기고한 글에서 바로 이 법을 언급합니다. 한국의 사례를 거론하며 일본에도 특정 소속사가 연예인들의 활동에 월권행위를 일삼는 것을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습니다. (원문보기 : TV 공개처형을 막기위한 JYJ법 - SMAP소동으로부터 생각하는 연예계의 장래)

물론 한국에서도 JYJ법이 아직 큰 힘을 발휘하고 있지는 못합니다. 지난 14일에 있었던 '서울 가요 대상'에서 JYJ의 멤버 준수는 46%가 넘는 득표로 인기상이 결정되었음에도 시상식에 초대받지 못했습니다. 평론가 마쓰타니도 분명 이런 사실을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중요한 것은 연예인들의 권리행사에 근거가 될 '방패'가 한국에서는 마련되었다는 것입니다. 구체적인 법안이 있으면, 그 만큼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정당성이 부여된다는 것이죠.

일본은 선진국으로 알려져 있지만 안을 자세히 살펴보면 구태를 벗어나지 못한 부분이 많이 있다고 회자되곤 합니다. 일본의 네티즌들은 자기 나라를 '중세잽랜드(中世ジャップランド)' 라고 자조하곤 합니다. 한국에서 유행하고 있는 '헬조선'이라는 말과 같은 맥락이죠. 서구 선진국과 비교해 아시아적인 후진성을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고 하는 것입니다.

진보는, 힘 있는 자가 너무 많이 가진 것을 나눠 갖고, 힘없는 자들이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사회와 정부가 뒷받침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 왔습니다. 쟈니즈를 비롯한 일본 연예계도 변화의 물결을 거스르고만 있을 순 없을 것입니다. 이웃 나라의 변화의 물결에 미약하게나마 우리의 JYJ법이 일조를 한다면, 그리 나쁜 일은 아닐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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