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인디'는 언더그라운드에서 활동하는 인디 아티스트들을 소개하고, 그들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환기하여 인디·언더 문화를 널리 알리기 위한 연재 시리즈입니다. '인사이드인디'를 통해 많은 아티스트의 좋은 음악을 독자분들께서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이 기사가 인디·언더 문화가 활성화되는 데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 기자말

재즈힙합퍼 블루찬 블루찬은 2008년 '넥턴'으로 정쌍과 함께 팀을 이뤄 데뷔한이후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 재즈힙합퍼 블루찬 블루찬은 2008년 '넥턴'으로 정쌍과 함께 팀을 이뤄 데뷔한이후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 블루찬


2008년은 정쌍과 함께 넥턴이라는 그룹으로, 그리고 2011년 블루찬(Bluechan)으로 홀로서기 이후 꾸준히 자신의 역량을 펼쳐나가고 있는 래퍼 블루찬을 만나보았다. 블루찬과는 지난 5일 인천 작전동의 한 작업실에서 만날 수 있었다.

- 안녕하세요. 인사이드인디 구독자 분들에게 인사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재즈힙합과 멜로우힙합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는 랩 뮤지션 블루찬이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 블루찬이라는 이름으로 오랫동안 활동해왔습니다. 어떤 계기로 힙합을 접하게 되었나요?
"대략 열 살 쯤이었던 것 같아요. 우리나라 가요를 듣다가 마음에 드는 뮤지션의 노래들을 따라 부르고, 춤을 따라 추고 하면서 동경했었는데, 시간이 지나 알게 되니 전부 뉴잭스윙, 힙합, 알앤비와 같은 흑인음악이더라구요. 랩도 있었구요. 자연스럽게 힙합을 좋아하면서 지내게 됐습니다."

- 2008년부터 넥턴이라는 그룹으로 래퍼 정쌍과 활동했습니다. 현재는 각자 솔로로 활동 중인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개인적인 사정도 있었고, 하고 싶은 것들을 솔로로 해보자고 이야기를 나눴어요. 그 이후로 색깔이 나뉘어지면서 점차 솔로로 활동하는 것에 포커스가 더 맞춰지게 된 거죠. 지금도 가끔 만나면 언제라도 재밌는 곡이 생각나면 넥턴으로 싱글을 발매하자고 이야기 나누고 있습니다."

한 달 사이에 두 싱글이 연이어 나온 까닭

Bluechan 싱글1집 It's Nu Begin 재킷사진 Bluechan 싱글1집 It's Nu Begin 재킷사진

▲ Bluechan 싱글1집 It's Nu Begin 재킷사진 Bluechan 싱글1집 It's Nu Begin 재킷사진 ⓒ 블루찬


- 2011년에 첫 싱글 < It`s Nu Begin >를 발매하였습니다. 첫 홀로서기라 두려움이 많았을텐데 어떤 각오로 임하게 되었나요?
"그 당시에 한동안 활동을 멈추고 지냈었어요. 크고 작은 사건들이 많이 있었고, 좌절을 겪는 일도 여러차례 마주했었어요. 그렇게 지내면서 제 목소리나 발성을 바꾸려고 노력도 많이 했습니다. 이전 넥턴 앨범과 비교해보시면 느끼실 수 있을 거에요. 스타일이나 여러가지 부분에서 '나라는 사람을 한 번 시작해보자'라는 각오로 새롭게 임했었죠."

- < It`s Nu Begin >를 들어보면 블루찬의 강렬한 포부가 들어있는데 지금의 모습과 당시에 모습은 또 어떤 점이 달라졌을까요? 그리고 그 때의 마음가짐이 현재 위치에서는 어떠한 도움으로 작용했나요?
"그 때는 거의 다 잃어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는데요. 문득 떠오른 것이 '난 더 잃을 것도 없는데 뭐가 두려워?'라는 마음이었어요. 들어보시면, 좀 독을 품고있는 느낌들이 있어요. 그게 이유였던 거죠. 그리고 그 때의 마음가짐을 항상 되새기려고 노력합니다. 항상 신인처럼 사람들에게 나를 알리고 보여주자고, 어느 곳이건 나를 들려주러 다니자고, 그렇게 마음을 갖게 되었고 지금도 그런 마음이 활동에 많은 작용을 하는 것 같아요."

- 두 번째 싱글 < The name is 'BLUECHAN' >, 첫 싱글 < It`s Nu Begin >이 나온지 한 달도 안돼서 발매했는데요. 시간을 짧게 두고 발매하신 이유가 특별히 있나요?
"두 앨범 모두 9월에 발매됐었는데, 원래 계획은 < It's Nu Begin >를 1~2월쯤 발매할 계획이었어요. 헌데 그즈음에 제가 총괄을 맡고 진행하고 있던 행사와 관련해서 회사로부터 지급을 못 받는 일이 생겼었습니다. 그 당시에 중요한 금액이었죠. 그게 제 화를 불러일으킨 거에요. 회사를 상대로 혼자 소송을 하고 법원을 오가며 6개월간 전쟁을 벌였어요(웃음). 이미 도망간 사무실을 뒤따라 추적하기도 하고, 주소지를 찾으려고 잠복도 하고. 지금이야 웃으면서 말하지만 당시에는 거의 죽어있는 시간이었어요. 대인기피증, 우울증, 광장공포증, 이런 것들을 겪으면서 지냈으니까요.

그 당시에 생각했던 게, 사건이 지난 후에 준비하고 있던 두 앨범을 빨리 해결해야 내가 스타트를 할 수 있겠다 싶었어요. 그래서 한 달도 안되는 간격에 싱글을 두 개나 발매하게 된 거죠. 그 당시에도 다들 신기해 했었어요(웃음). 아, 참고로 소송은 결국 제가 이기고 금액도 회수했습니다. 소송을 하는 6개월간 진 빚이 더 많아서 마이너스가 되었다는 게 함정이지만요."

- 아직은 싱글 단위의 앨범들만 보입니다. 미니앨범 또는 EP앨범을 발매하실 계획은 없으신가요? 정규앨범의 계획도 있으시다면 언제쯤인지 궁금합니다.
"작년, 아니 그 이전부터 지금까지 계속 EP 혹은 정규 단위의 앨범에 대한 아이디어를 채워가고 있어요. 성격 자체가 워낙에 꼼꼼한 면이 있는 편이라 작업을 다 해놓고 엎어버리기도 하고, 스스로 많이 피곤하긴 한데 여러 곡을 모아놓은 듯한 앨범은 서두르지 않고 차근히 준비하는 중이에요. 아마 시간이 지나면 그에 관한 소식을 들으실 수 있을 거에요. 관심 갖고 지켜봐주세요!"

"기댈 수 있는 편안한 음악"

블루찬 블루찬의 음악은 최근에 미디어로 노출 된 힙합과는 다르게 편안하고 누구나 기댈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 블루찬 블루찬의 음악은 최근에 미디어로 노출 된 힙합과는 다르게 편안하고 누구나 기댈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 블루찬


- 블루찬의 음악은 '편하게 기댈 수 있는 음악' 이라고 칭하고 싶습니다. 주로 클럽보다는 바(Bar)나 어쿠스틱 라운지에서 라이브를 하면 더 좋을 거 같은데요. 실제로 이런 무대에 서보신 경험이 있나요?
"대답부터 드리자면 '많다'입니다. 제 음악들이 보통 이야기를 들려드리거나 음악을 통해 대화를 하는 느낌들인지라... 실내건 실외건 거리이건 작은 공간에서 도란도란 즐기고 계신 관객들에게 음악을 들려드리는 일이 많았고 앞으로도 많을 거에요. '잔다리페스타'에서 쇼케이스를 했을 때도 그렇고, 지금은 사라진, '오뙤르'라는 클럽이 있는데요, 어쿠스틱, 재즈 등을 많이 연주하는 라이브 클럽이었는데, 그런 분위기를 좋아하는 편이에요."

- 작년 한 해는 블루찬에게 좋은 한 해였다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지상 최대 페스티벌 '월드DJ 페스티벌'에 다녀오셨잖아요. 무대 위에서 바라본 현지 분위기는 어땠나요?
"그 곳은 다들 좋은 의미로 미쳐있는 자리에요(웃음). 앞뒤 눈치 볼 것 없이 즐기고 소리지르고 열광하고, 일상에서 벗어나 모든 걸 내려놓고 즐기고 있는 그 분위기는 말로 형용할 수 없어요. 다만 아쉬운 건 관객 여러분들이 어떤 공연에서도 그런 마음으로 즐겨주셨으면 하는 바램이에요. 특정한 자리에서만 그런 분위기가 나오는 것이 조금 아쉬워요."

- 주로 재즈 계열의 힙합을 하셨는데요. EDM과 같이 빠른 템포의 음악이 블루찬에게 어떻게 다가갔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주로 재지(Jazzy)하고 멜로우한 음악을 선호하지만 다른 장르를 싫어하거나 하는 마음은 전혀 없어요. 빠른 템포의 EDM도 즐겨 듣고 좋아하는 편이고, 반대로 클래식도 가끔씩 감상하는 편이고, 심지어 퓨전 국악도 좋아해서 공연장을 찾아가 감상하기도 해요. 딱히 어떠어떠하게 다가왔다는 느낌은 없는 것 같아요. 완전히 생소하거나 어색하지 않은 음악들이니까요."

- 어떤 계기로 월드DJ 페스티벌 무대에 오르게 되었나요?
"저와 동갑내기 친구인 DJ DKHT라는, EDM 씬에서는 유명한 아티스트가 있어요. 이 친구가 호출하면 언제든 호스트MC나 피쳐링으로 무대에 출동을 하는데, 월드DJ 페스티벌도 마찬가지였어요. 공연이 있기 얼마 전 연락이 와서 같이 하자는 제의를 받았고, 스케줄이 가능하기에 바로 OK를 했죠. 비단 이 친구 뿐만은 아니에요. 제가 의외로 EDM 아티스트나 DJ들과 가장 많이 어울리는 랩퍼가 아닐까 싶은데... 그래서 저를 원하고 부르면 어김없이 출동하는 편이에요(웃음)."

- 이렇게 큰 무대를 다니다보면 무대 위에서의 해프닝을 피할 수가 없을텐데요. 블루찬이 기억하는 가장 큰 무대 해프닝은 무엇이었나요?
"어릴 때부터 일찍이 큰 무대에 서 볼 기회들이 있었어요. 고등학생 시절에는 어느 행사에서 청소년 대표로 올림픽공원 메인광장에서 피날레로 공연을 한 적이 있었는데, 몇십 평이 넘는 무대 크기와 몇 천 명이 관객인 규모였어요. 그때 무대 위 소품으로 폐차가 놓여있었었는데요. 공연 전에 감독님께 그 차를 때려부숴도 된다는 허락을 받고 저를 비롯해서 같이 무대 위에 있던 친구들이 공연 도중 퍼포먼스로 차를 부숴버렸는데, 유리가 터지면서 손등이 찢어지고 피가 엄청 흘렀어요. 얼른 손목에 두르고있던 손수건으로 묶고서 무대를 마쳤던 기억이 제일 먼저 나네요(웃음).

또 전남 고흥 공연에서는 무대 조명이 작동을 안해서 무대 양쪽에서 차량으로 라이트를 비추고 공연을 하기도 했었어요. 그 때 유선 마이크를 사용했었는데 학생들이 마이크라인을 잡아당기는 바람에 무대 위에서 끌려가기도 했었어요(웃음)."

신개념 프로젝트 : 입장료 대신 퇴장료 내는 공연

셀피존 로고 블루찬과 그의 동료들이 함께 만드는 공연문화 '셀피존'

▲ 셀피존 로고 블루찬과 그의 동료들이 함께 만드는 공연문화 '셀피존' ⓒ 셀피존


- 최근에 '셀피존'이라는 비밀스러운 프로젝트가 진행 중 인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떤 프로젝트인가요?
"이달 31일에 첫 선을 보이는 프로젝트인데요, 간단히 말하자면 공연 브랜드입니다. 입장료가 없는 대신 퇴장료를 지불하는 형식의 공연이고 그 값은 정해져 있지 않아요. 공연을 관람하신 관객분들께서 즐기고 느끼신 만큼 그 가치를 지불해주시는 방식이죠. 그리고 그 금액들은 이후 더 좋은 공연을 위해 사용되는, 말하자면 관객분들이 이 공연의 투자자가 되어주시는 거에요. 판단을 관객분들의 몫으로 맡겨둔 셈이죠. 작게 시작하는 움직임이지만 이 문화의 흐름에 영향을 줄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 이 프로젝트를 위해서 참여해주시고 도움을 주신 분들은 누가 있나요?
"현재 저와 같이 D'light people(딜라이트피플) 크루에서 활동하고 있는 HALO, Annteest가 함께 하고 있고, 5일장 크루의 신얼, R.whale, YAMA, LETSGOHIRIT도 참여하고 있어요. 또 GOTA라는 어린 친구와 DJ TIRANOIZE, 그리고 공연 서포터즈 크루인 먹방 크루까지 많은 동료들이 함께해주고 있습니다. 제가 시작한 기획이지만 어느새 식구들이 많아졌어요. 그리고 이 프로젝트는 정해진 인원으로 움직이는 게 아니기 때문에 앞으로도 더 많은 동료들이 함께 할 예정입니다. 관심 있으신 분들은 언제든 저한테 연락주세요!"

- 셀피존은 매달 열리는 프로젝트인가요?
"아뇨. 아직 시스템도 자리잡지 못했고, 무리하게 추진하면서 무너뜨리고 싶진 않기에 기간을 두고 움직일 예정이에요. 서너 달에 한번쯤으로 일단은 계획을 두고 있습니다. 길게 바라보면서 이끌어가고 싶은 프로젝트거든요."

- 셀피존을 통해서 힙합신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싶나요?
"앞서 말했듯이 이 프로젝트를 통해서 동료나 선후배 뮤지션들에게 영향을 주고 싶어요. 비슷한 방식의 공연 컨셉을 가져가도 좋고, 음악이나 문화에 대한 가치에 관해 좀 더 생각을 가져봐도 좋고. 어떠한 형태로든 이런 움직임에서부터 영향이 일어났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습니다. 또 그렇게 되도록 노력할거구요."

- 앞으로의 활동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사실 한참동안 일부러 펜을 놓고 지냈어요. 공연활동만 이어가면서 여러가지 생각들을 정리하기도 해야 했고, 지금은 어느 정도 재정립을 시키고 움직이려는 단계입니다. 스스로 과도기를 한 차례 겪어가는 중 이라고 생각해요. 과감히 F5 키(새로고침)를 누른 셈이죠. 새로 손이 닿는대로 또 작업을 이어나갈 생각이에요. 싱글이나 피쳐링이나 뭐든지요. 이전 질문에서 말했던 정규앨범에 관한 작업도 마찬가지입니다."

- 블루찬에게 음악이란 무엇인가요?
"제 삶이죠. 집일 수도 있고, 친구일 수도 있고, 가족일 수도 있고. 아주 어릴적부터 함께 살아왔고, 여전히 살아가고 있는 곳이죠.

음악이라는건 여러가지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시간을 저장해주는 매개체가 되기도 하고, 활력을 주는 에너지가 되기도 하고. 소리라는 게 형체가 없는 예술이기 때문에 각자 더 다르게 느껴지는 점이 특별하다고 생각해요. 제가 어떤 음악을 들으면서 기억이 떠오르듯, 제 음악이 누군가에게 시간을 기록해주는 소중한 매개체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 마지막으로 팬 분들에게 신년인사 부탁드립니다.
"이제 2016년이라는 시간을 걷고 있습니다. 언제나 그랬듯이 시간이라는 건 중요한 의미이기도 하고, 때로는 흘러가는 과정이 되기도 해요. 모든 분들이 더 나은 내일을 위해 한걸음 더 도약하는 한 해가 되시길 진심으로 소망합니다. 미뤄두었던 용기가 있다면 지금 바로 내딛어보라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네요. 블루찬이라는 뮤지션이자 한 사람이 어떠한 모습으로 여러분들 곁에 함께 하고 있을지는 모르지만, 항상 더 나은 모습을 위해 노력하고 더 기억될 수 있는 음악으로 함께할 수 있도록 올 한 해 노력할테니까 무대에서건 온라인에서건 어떤 공간으로든 많은 관심 부탁드리겠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감사합니다!"

블루찬은 그의 음악과 많이 닮아있어 편안한 인터뷰를 할 수 있었다. 그는 자신의 음악적 가치관에 대해서는 발언 하나하나가 신중했고, 자신의 음악에 애정이 가득했다. 블루찬은 아직 언더힙합신에 갈증이 정말 많은 사람이었다. 이번 셀피존에 작은 관심들이 모여 뜻 깊은 기획 브랜드로 자리 잡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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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선임기자. 정신차리고 보니 기자 생활 20년이 훌쩍 넘었다. 언제쯤 세상이 좀 수월해질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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