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그룹 트와이스의 대만 출신 멤버 쯔위

걸그룹 트와이스의 대만 출신 멤버 쯔위 ⓒ JYP 엔터테인먼트


아이돌 걸그룹 '트와이스'의 대만 출신 멤버 쯔위가 방송에서 대만 국기인 '청천백일기'를 흔들었다가 중국 본토의 비난에 휩싸였다. 사태가 일파만파로 커지자 급기야 쯔위는 고개를 숙이며 공식으로 사과했고, '중국 활동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같은 소속사의 남성 그룹 2PM도 쯔위 사태로 인해 중국 행사 참석이 취소됐다.

[사건의 경위] 쯔위가 대만독립운동가?... 중국에서 비난 일파만파

사건의 경위는 이렇다. 1999년생으로 올해 16세 소녀 쯔위는 박진영이 이끄는 JYP에서 지난해 트와이스로 데뷔했다. 소속사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데뷔 직후 각종 방송과 광고에 출연했고, 아시아 국가들을 넘나들며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러다가 지난해 11월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 출연해 쯔위가 대만 국기를 흔든 것이 문제가 됐다. 한국, 일본, 대만 등 다양한 출신의 트와이스 각 멤버가 자기 나라 국기를 흔들었고, 대만 출신인 쯔위는 대만 국기를 들었다. 이 장면이 중국에서 확산되며 뒤늦게 논란이 벌어졌다.

쯔위가 대만 국기를 흔드는 사진은 중국 언론과 소셜미디어를 통해 삽시간에 퍼졌다. 대만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 중국에서 쯔위는 '대만 독립 지지자'로 찍혀 온갖 욕설과 비난을 듣는 중이다. 일부 중국 누리꾼은 "쯔위는 중국에서 돈 벌고 대만 독립을 원한다", "다시는 중국에 오지 마라", "쯔위는 반역자" 등 격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트와이스의 쯔위가 방송에서 대만 국기를 흔드는 장면

트와이스의 쯔위가 방송에서 대만 국기를 흔드는 장면 ⓒ MBC


대만 독립을 반대하는 대만 출신 가수 겸 작곡가인 '친중 인사' 황안은 쯔위를 '대독 분자(대만 독립을 지지하는 사람을 비난해 낮춰 부르는 말)'라고 공개 비난하며 비난 여론에 기름을 붓기도 했다.

사태는 점입가경으로 흘러갔다. 중국에서는 트와이스뿐만 아니라 JYP 소속 가수들의 보이콧 운동이 벌어졌고, JYP 주가도 크게 흔들렸다. 쯔위를 모델로 내세운 기업들은 광고를 내리기도 했다. 거대한 중국 시장을 무시할 수 없기에 짜낸 고육지책이다.

[거대한 중국 시장의 힘] 연신 고개 숙인 JYP와 쯔위

JYP의 박진영은 15일 성명을 통해 "상처받은 중국 팬분들께 진심으로 사과 드린다"라고 발표했다. 박진영은 "이번 사건을 통해 다른 나라와 함께 일하는 데 있어 그 나라의 주권, 문화, 역사 및 국민들의 감정을 깊이 이해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라고 공식 사과했다. 이어 "더욱더 노력하여 한·중 우호 관계 및 양국 간의 문화교류에 기여하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박진영은 "쯔위가 13살이란 어린 나이에 집을 떠나 한국에 왔는데, 쯔위의 부모님을 대신하여 잘 가르치지 못한 저와 회사의 잘못도 크다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JYP 측은 쯔위의 모든 중국 활동을 중단하기로 했다.

JYP 측에서는 중국판 트위터 웨이보를 통해서도 "쯔위는 '하나의 중국'이라는 원칙을 이해하고 존중한다"라며 "쯔위는 고향인 대만과 서로 끊을 수 없는 관계이지만, 대만 출신이라고 해서 모두 대만 독립 지지자는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쯔위도 직접 사과했다. JYP가 유튜브에 공개한 동영상에서 쯔위는 "해협 양안(중국 대륙과 대만을 뜻함)은 하나이며, 제가 중국인이라는 사실을 언제나 자랑스럽게 여긴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중국인으로 해외 활동을 하며 나의 발언과 행동의 실수로 인해 회사, 양안 네티즌들께 상처를 드려 매우 죄송스럽다"라며 "사과 드리는 마음으로 중국 활동을 중단하고 제 잘못을 돌아보도록 하겠다"라고 고개를 숙였다.

이번 사태에서 얻어야 할 교훈 

 JYP가 유튜브에 공개한 쯔위의 공식 사과 동영상 갈무리.

JYP가 유튜브에 공개한 쯔위의 공식 사과 동영상 갈무리. ⓒ JYP 엔터테인먼트


중국 사람들의 입장에서 볼 때 대만 국기를 흔드는 가수가 중국 본토에서 활동한다는 것을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도 있다. 1949년 민주주의 국민당과 사회주의 공산당의 국공내전으로 갈라진 중국과 대만의 관계는 정치적으로 아주 예민한 문제다.

중국은 국제사회에서 대만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으며, 중국의 압력 때문에 대만은 올림픽 같은 국제스포츠대회에서 국기를 사용할 수도 없다. 중국에서 대만 국기를 흔들거나 독립을 지지하면 법에 따라 처벌받기도 한다.

최근 대만 총통 선거에서 독립을 추구하는 민진당의 여성 정치인 차이잉원이 압도적인 지지를 얻으며 당선이 유력하다. 가뜩이나 대만을 바라보는 중국의 심기가 매우 불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친중 정책을 펴다가 야당인 민진당에게 크게 밀리며 정권을 내줄 위기에 처한 집권 국민당은 총통 선거를 하루 앞두고 지지율 반등을 위해 공식 페이스북에 "쯔위를 지지한다"라며 정치적으로 이용하기도 했다.

중국의 거친 반응에 연신 고개를 숙인 JYP와 쯔위를 바라보며 '대륙의 관용'을 아쉬워하는 여론도 있다. 자신이 태어난 나라의 국기를 흔든 것이 죄도 아닌데, 아직 어린 16세 소녀를 어른들의 정치·외교적 문제의 희생양으로 삼았다는 비판도 있다.

하지만 이것도 어디까지나 한국이나 대만에서 보는 입장일 수 있다. 분명한 건 JYP가 중국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고 싶다면 당연히 민감한 양안 관계를 고려해야 한다는 점이다. 다른 소속사와 연예인, 그리고 기업도 마찬가지다. 중국은 한류가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다. 중국 시장을 공략하고 중국인의 마음을 얻고 싶다면, 철저히 고객의 입장을 반영할 수 밖에 없다. 만약 한국에서 일본 연예인이 욱일승천기를 들고나온다면 당연히 온갖 비난에 시달렸을 수 있다.

2012년 영국 런던올림픽 때 대만 국기가 시내에 걸리자 주영 중국대사관이 엄중하게 항의하고 영국 정부가 곧바로 조치에 나서기도 했다. 쯔위와 같은 사례가 나오지 않기 위해서는 소속사들의 더욱 면밀한 관리와 주의가 필요하다. 앞으로 또 어떤 논란이 나올지 알 수 없다.

쯔위 트와이스 대만 국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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