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기사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담겨 있습니다.

 영화 <이웃집에 신이 산다>의 공식 포스터

영화 <이웃집에 신이 산다>의 공식 포스터 ⓒ (주)엣나인필름


2008년 광우병 쇠고기 문제로 전국이 들썩거렸다. 이명박 정부는 미국산 쇠고기가 인체에 유해함에도 수입을 강행했다. 이에 많은 시민들은 거리로 나와 촛불을 들었다. 처음 집회는 10대 청소년이 주도했다. 학교 식당에서 광우병에 걸린 쇠고기를 먹을 수 없다는 이유로 거리에 나온 것이다. 정부는 청소년의 목소리를 무시했고, 이에 반발한 촛불집회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인터넷 커뮤니티, 노동운동가, 여성 단체, 예술인, 유모차를 끌고 나온 여성, 동성애자 등 셀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촛불을 들었다.

촛불에서는 알록달록하게 다양한 빛이 났다. 집회에서 외치는 구호도 다양해졌다. 미국산 광우병 쇠고기 반대에서 시작된 구호는 "이명박 아웃"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집회에서 예비역 남성의 보호 따위 필요 없다."라는 여성들의 외침, "소수자 차별 금지" 등으로 확장되었다. 2008년 광우병 쇠고기 촛불 집회는 억압자에 대항하기 위해 거리로 모인 평범한 시민들의 반란이었다. 하지만 촛불 집회는 그해 가을, 이명박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강행하면서 소리소문없이 막을 내렸다. 어떤 문제도 해결하지 못한 채 억압자에게 촛불을 빼앗겨버렸다.

문자메시지로 나의 사망일을 받게 된다면

 <이웃집에 신이 산다>의 신. 그는 가부장적이고 폭력적인 행동을 보인다. 그가 만들고 조율하는 세상은 파괴적이다.

<이웃집에 신이 산다>에 등장하는 신 ⓒ (주)엣나인필름


영화 <이웃 집에 신이 산다>는 건조한 가부장적 가정의 단면을 보여주며 시작한다. 그런데 가부장의 폭력이 만연하는 그 가정이 하느님네 가정이란다. 가부장인 아버지는 딸(에아)과 부인을 폭력으로 억압한다. 아버지는 컴퓨터 한 대로 세상을 좌지우지하는 대단한 신이기에 모두 자신의 아래에 존재한다고 믿는 인물이다. 종교에서 말하는 거룩한 신적 존재가 아니라 이 세상을 주무르는 권력자의 모습과 흡사하다.

가부장적인 집안 분위기에 환멸을 느낀 딸 에아는 탈출을 결심한다. 탈출하기 전, 아버지의 컴퓨터로 모든 사람들에게 사망일이 적힌 문자메시지를 보낸다. 아버지가 설계한 세상을 무너뜨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에아는 사망일을 문자메시지로 보내면 세상에 균열이 생길 것이라고 생각했다. 사람들이 죽기 전까지는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 수 있을 거라는 기대 말이다. 하지만 자신과 주변 사람들의 죽음을 알게 된 사람들은 절망하거나 삶을 비난했다.

원래 하늘은 파란색이 아니고 알록달록한 색이다

 영화 <이웃집에 신이 산다>에서 신의 딸로 등장하는 에와. 아버지 신의 방을 엿보며 인류의 구원을 위한 탈출을 결심하고 있다.

영화 <이웃집에 신이 산다>에서 신의 딸로 등장하는 에아 ⓒ (주)엣나인필름


에아는 더 혼란스러워지기 전에 세상으로 나갔다. 에아는 사도 6명을 모아야 했다. 성경에서 예수는 그리스도 복음을 세상에 전파하기 위해서 12명의 제자를 선택한다. 예수 승천 후 12 사도는 예수의 거룩한 뜻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했다. 가난한 사람과 사회적 약자에게 나눔을 베풀고 종교적 지배세력의 악과 모순을 고발하는 등 가장 낮은 사람과 함께 평등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고, 그 기록이 성경에 남아 있다. 에아 또한 하느님 아버지의 폭압적 권력에 맞서기 위해 사도 6명을 모으는 일에 나섰다.

에아는 사도의 집을 직접 방문해 그들 내면의 목소리를 찾아줬다. 사랑을 믿지 않는 외팔 미녀 오렐리와 누구도 사랑한 적 없는 살인자 프랑수아가 사랑에 빠지게 했고, 모험가를 꿈꾸는 장 끌로드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워커홀릭에서 벗어나 모험을 떠날 수 있게 도왔다. 성도착자 마크에게는 목소리와 관련된 직업을 가지라고 말해주며 진정한 삶과 사랑을 깨닫게 했고, 부유하지만 외로운 귀부인 마르틴에게는 고릴라를 소개했다. 마지막으로 여자가 되기를 꿈꾸는 소년 월리의 성 정체성을 존중했다. 이처럼 에아는 사도들에게 남과 다른 부분이 장점이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었다.

에아는 결국 하느님 아버지를 넘어서 세상을 바꾸는 혁명에 성공한다. 시련을 겪는 사도들과 힘을 합쳐 하얀 구름만 떠다니는 파란 하늘이 아닌, 알록달록한 꽃이 피는 하늘로 바꿔놓는다.

알록달록한 하늘 아래 살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2008년 촛불 집회는 실패한 대항이었다고 말한다. 촛불집회를 통해 광우병 쇠고기의 수입을 막을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 후 정권이 바뀌었지만 세상은 더욱 어려워졌다. 정부는 국정 교과서를 제작하고, 재벌들의 요구 사항이었던 '노동개악'을 빠른 시일 내에 통과시키려고 한다. 청년들은 일자리 구하기가 더욱 힘들어졌고, 기성세대는 정리해고 앞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절망적인 한국 사회를 단면은 '헬조선'이라고 불린다. 

희망 없는 사회에서 우리의 삶은 끊임없이 권력자들의 이득에 따라 움직여야 하는가. 영화 <이웃 집에 신이 산다>는 절망적인 사회를 뒤집기 위해서는 사회에서 차별받는 사람들이 연대해야 한다고 말한다. 비록 2008년 광우병 쇠고기 촛불은 실패했지만, 그럼에도 촛불은 꺼지지 않고 있다. 2009년 용산참사, 2010년 4대강, 2011년 희망버스, 2013년 안녕들 하십니까, 2014년 세월호 진실규명, 2015년 민중총궐기까지 없이 사는 사람들이 세상을 바꾸기 위한 연대는 계속되고 있다. 힘들어하는 주변 사람들과 함께 가기 위한 방안을 모색한다면 우리도 영화처럼 알록달록한 빛을 가진 새로운 하늘 아래 살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다.


이웃 집에 신이 산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부산본부 사무국장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