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김씨 표류기>의 한 장면.

영화 <김씨 표류기>의 한 장면. ⓒ 시네마서비스


한강 다리에서 떨어져 내려 자살하려는 한 남자 김씨가 있다. 뛰어 내린다. 그런데 죽지 않았다. 대신 밤섬에 표류 된다. 죽었다 살아난 김씨는 이곳을 떠나 살던 곳으로 가고자 한다. 하지만 이 섬에는 아무도 없다. 아무도 들락거리지 않는다. 즉, 나갈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그는 눈앞에 고층 빌딩이 보이는 이곳에서 꼼짝 없이 살아야 한다.

영화 <김씨 표류기>는 얼핏 <캐스트 어웨이>를 생각나게 한다. 설정 상 어쩔 수 없이 그럴 진대, 실상은 완전히 다른 영화이다. <캐스트 어웨이>가 생존과 인생, 방황과 고독에 관한 이야기라면 <김씨 표류기>는 행복과 아픔, 관계와 욕망에 관한 이야기이다. 전자가 공감을 일으킨다면, 후자는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진다.

버림받은 존재, 고독으로 다시 태어나다

먼저 김씨가 자살하려 했던 이유를 보자. 그는 뭘 해도 안 되는, 세상으로부터 버림받은 존재이다. 누가 보기엔 하찮다고 할 수 있겠지만 그에겐 큰 이유이다. 그렇게 그는 버림받았고 자살을 통해 이번엔 자신이 세상을 버리려고 했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고, 아무도 없는 섬에 표류 됨으로써 다시 한 번 버림 받는다. 눈 앞에 보이는 도시를 향해 아무리 소리치고 울고 불고 난리 쳐도 아무도 알아봐 주지 않는다.

그는 그곳에서 다시금 자살을 시도한다. 그런데 하필 그 순간 참을 수 없는 생리 현상이 발생한다. 그는 대변을 봤고, 목이 너무 말랐기에 또 하필 그 앞에 있던 꽃으로 목을 축인다. 그는 형용할 수 없는 복합적 감정 때문에 서러운 울음을 터뜨린다. 그는 그렇게 다시 태어난 것이다. 이제 그는 살아가기 위해 발버둥 치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더할 나위 없는 완벽한 심심함도 맛본다. 서서히 아무도 없는 완벽한 고독에 적응되어 간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섬이 있다'

 영화 <김씨 표류기> 포스터

영화 <김씨 표류기> 포스터 ⓒ 시네마 서비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섬이 있다'라는 싯말이 있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설명할 때 가장 적합한 구절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섬에서 더 이상 나가기 힘들어 할 것이다. 섬에서 나가 그 사람에게로 가게 되었을 때 일으켜지는 반작용은 온갖 것들의 집합이다. 마냥 좋을 수도 마냥 싫을 수도 있다. 그 온갖 것들의 집합 자체로도 충분히 힘들다. 그럴 바엔 차라리 혼자다. 차라리 섬에서 나가기 싫다.

히키코모리, 즉 은둔형 외톨이는 그런 반작용을 병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이다. <김씨 표류기>의 또 다른 주인공인 여자 김씨는 남자 김씨가 밤섬에 홀로 표류 되어 있는 것처럼, 자신의 방에 표류 되어 있다. 엄밀히 말해 그녀는 표류 되어 있는 게 아니라 표류한 것이리라. 그래서 그녀는 그곳에서 나갈 마음이 전혀 없다. 남자 김씨는 나가려 하고 여자 김씨는 나가지 않으려 한다. 홀로 섬에 갇혀 있는 건 같지만.



자신도 모르게 고독에서 나와 소통을 원하다 

여자 김씨가 유일하게 하는 건 인터넷을 통한 가상 현실 체험인데, 그곳에서 그녀는 아주 멋지고 예쁜 여성이다. 누구와도 접촉하지 않은 채 살아가는 실제와 달리, 그곳에서 여자 김씨는 완벽한 인기인이다. 그녀에게는 취미가 하나 있는데, 밤에 달을 관찰하는 것이다. 그리고 민방위 훈련이 시작되어 아무도 없는 공간을 관찰하고 사진 찍는 취미도 있다. 그녀는 정녕 완벽한 고독의 세계를 원하는 것일까.

그러던 중 우연히 남자 김씨를 발견한다. 변태 같고 이상하기 짝이 없는 알 수 없는 남자. 그녀는 점차 그의 일거수 일투족이 궁금해졌고, 그동안 지켜왔던 고독의 세계에 조금씩 금이 가는 걸 발견한다. 그녀는 그와의 소통을 갈망하게 된다. 인간이 완벽한 고독의 세계를 갈망하면서도 누군가와의 소통을 꿈꾸는, 아이러니이자 딜레마다. 정답이 없기에 끊임없이 방황한다. 그 속에서 행복을 느끼고 아픔을 느낀다.

인간 관계에 있어 모든 면에서 동일하게 적용될 것이다. 연인 관계, 친구 관계, 부모와 자식 관계, 상사와 부하 관계 등. 서로를 필요로 하지만, 또 서로를 극도로 증오하기도 한다. 서로를 누구보다 사랑하고 아끼지만, 그러면서 서로를 누구보다 경멸하고 아프게 한다. <김씨 표류기>에서 남자 김씨와 여자 김씨도 그렇다. 서로를 알아감에 있어 많은 감정들이 소용돌이친다. 그럼에도 그들은 서로를 알고자 한다. 자신도 모르게 고독에서 나와 소통을 원하고 있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singenv.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冊으로 策하다. 책으로 일을 꾸미거나 꾀하다. 책으로 세상을 바꿔 보겠습니다. 책에 관련된 어떤 거라도 환영해요^^ 영화는 더 환영하구요. singenv@naver.com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