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영역 우정국 'Encounter'공연의 조은희(왼쪽)와 김석준 작곡가

탈영역 우정국 'Encounter'공연의 조은희(왼쪽)와 김석준 작곡가 ⓒ 양우승


지난 21일 서울 마포구 '탈영역 우정국'에서 조은희와 김석준의 'ENCOUNTER' 공연이 열렸다. 서울문화재단 지원 사업으로 진행된 이번 공연은 한국과 스코틀랜드에서 활동하고 있는 젊은 전자음악/실험음악가 조은희와 김석준의 작품을 통해 동시대 전자음악의 다양성과 실험음악을 소개하고자 기획됐다. 조은희는 스코틀랜드 에버딘 대학 교수이며 전자음악가로 활동하고 있는 김석준과 2008년부터 꾸준히 교류하며 작업해오고 있다.

올해 6월 문을 연 탈영역 우정국(대표 김선형)은 이전 서울시 창천동 우체국 자리였다. 대표를 포함한 세 명의 여성이 개국 때부터 운영중이며, 장영규(베이스), 이태원(건반) 등 '핫' 한 예술인들을 비롯해 실험적인 공연과 전시, 워크숍 뿐 아니라 지역민과 함께 전통장 담그기 등 마을행사도 진행한다. 조은희는 개국 공연에 가야금 연주자 박경소, 소리꾼 이승희와 함께한 인연으로 이번 공연을 우정국에서 열었다.

공연장은 작은 규모이지만 무언가 신비로운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 같은 기운이 느껴졌다. 가운데를 작곡가가 서로 마주보고 앉아 자신의 컴퓨터와 신디사이저, 음향장비로 퍼포먼스를 펼칠 공간으로 구성하고, 스피커 네 대가 관객 방향으로 놓여져 있었다. 40여명의 관객이 작곡가를 둘러싸고 원형으로 두 줄로 옹기종기 의자에 모여앉아 사운드 세계로의 항해를 기다리는 모습에서 실험음악, 전자음악 공연에의 뜨거운 관심을 느낄 수 있었다.

공연은 김석준의 작품 3개, 다음으로 조은희의 작품 3개를 총 한 시간 동안 보여줬다. 작품 간 끊기지 않고 한 호흡으로 이어서 집중감을 주었다. 첫 번째 김석준의 'Voscillation'(영상 Imogene Newland)은 양쪽 벽면에 바이올린이 회전하는 이미지가 반복되고, 여성의 목소리만으로도 여러 층으로 분절되고 겹치며 생기는 다양한 선율과 리듬이 흥미로웠다.

다음으로 'The Point is This'는 무대 가운데 바닥에 여러 개 놓인 양은 냄비를 진동시켜 얻은 소리를 재료로 했다. 아주 높은 사인파로 시작해 낮은 주파수까지 서서히 글리산도로 낮추면서 변화해가는 발진음의 형태들이 무척 재미를 주었다. 냄비의 고유진동수에 이르자 공명을 하고 제대로 발진을 하면서 냄비를 통해 갖가지 격렬한 소리를 냈다.

'Waiting for Oona'는 처음에는 느리게 시작한다. 여러가지 타악기와 이물질이 끼여 다양하고 재미난 소리를 내는 프리페어드 피아노의 음색이 처음에는 점묘적으로 느리게 소리나다가 점차 급격하게 속도가 빨라진다. 여기에 톱니파와 바람소리가 가세하면서 점차 속도가 빨라지고, 김석준이 한시도 쉬지 않고 바쁘게 컴퓨터에 타이핑해 라이브 코딩을 하며 다층적인 소리의 구조를 만든다.

 전자음악/실험음악을 듣는 관객들의 감상모습이 진지하다.

전자음악/실험음악을 듣는 관객들의 감상모습이 진지하다. ⓒ 양우승


조은희의 작품 3개는 그녀가 올해 수원문화재단의 지원으로 수행한 '수원화성 소리지도 만들기 프로젝트'의 사운드 스케이프를 토대로 만들었다. 김석준의 음악과 맞물리면서 시작된 'Still Life'(영상 김숙현)는 서울의 도시풍경이 이미지 콜라주 영상으로 보여진다. 앞 김석준의 프리페어드 소리와 조은희의 Max/MSP 오실레이터의 리듬적인 전자음향이 바쁜 도시적 느낌을 자아낸다. 여기에 조은희는 반복적인 오른손과, 저음 깊이 옥타브로 울려퍼지는 왼손이 피아노 위에서 만들어내는 세련된 화성감각으로 즉흥 선율을 만들어내며 영상과 음악의 끈끈한 결합과 도시적인 감각을 느끼게 해주었다.

'Circle'(영상 57STUDIO)은 대금소리와 종소리로 시작한다. 종의 깊은 저음 진동음으로 음악이 시작되어 청명한 대금소리, 이어 스피커 바로 앞에서 날아오르는 것 같이 생생한 새소리, 그리고 사람들 걷는 소리, 목소리로 이어진다. 세로로, 가로로, 화면 전체를 순차적으로 움직이는 기하학적인 영상이미지는 음악의 느낌을 추상화하여 잘 살린다.

마지막은 'Vagabond'(영상 리행갑)였다. 영상은 대금 부는 모습과 물 흐르는 장면, 종 등 수원화성의 경치를 빠르게 오간다. 음악 또한 저음에서 시작해 고음까지 주파수가 올라가며 인접한 주파수의 맥놀이까지 사용되며, 영상과 한 호흡으로 빠르게 진행된다. 스피커로 들려오는 대금소리와 조은희가 연주하는 피아노의 결합이 좋다. 수원 이미지 콜라주, 종 영상, 'Circle'과 'Vagabond'를 위해 조은희는 대금연주자 이아람과 함께 수원화성의 수문에서 대금소리를 녹음하고 그 모습을 촬영했다.

김석준의 음악은 오실레이터와 주파수를 라이브코딩으로 직접 다루고 오브제의 고유주파수를 이용한 심도 있는 실험성을 음악구조로 촘촘하게 풀어내 실험음악의 매력과 음악성을 보여주었다. 조은희의 음악은 영상과 배경음악에 영감 받은 피아노 즉흥연주의 묘미, 음악과 영상의 면밀한 결합, 자연에서 채집한 사운드 스케이프의 생동감 등 전자음악을 기반으로 대중에게 친숙하게 어필할 수 있는 방향성을 잘 보여주었다.

김석준과 조은희는 교류전의 의미로 김석준이 근거한 스코틀랜드에서도 추후 공연을 계획중에 있다. 조은희는 인디아트홀 공에서 5월 중 전시퍼포먼스 '소리악기의 전시' 펼칠 예정이다. 한편 탈영역 우정국은 12월 1일부터 27일까지 윤사비 작가의 개인전 '추상대수학'이 전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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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전공하고 작곡과 사운드아트 미디어 아트 분야에서 대학강의 및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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