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프리티 랩스타2>가 지난 13일 종영했다. 우승은 트루디가 했지만, 방송 최대 수혜자는 예지라는 평이 나왔다. '갓예지'란 수식어가 붙을 만큼 예지의 인기는 프로그램 내내 뜨거웠다.

프로그램 종영 후 음원 사이트에서의 곡 순위도 다른 참가자들의 그것에 비해 압도적인 차이로 예지의 경연곡 '함부로 해줘'가 높았다. 현재까지 유명 음원 사이트의 실시간 순위에서 100위 안에 계속 살아있는 <언프리티 랩스타2> 경연곡은 예지의 곡 '함부로 해줘'가 유일하다. 포탈 사이트에서의 동영상 조회 수나 댓글 수도 다른 출연자들의 그것에 비해 매우 큰 차이를 보인다.

그래서일까. <언프리티 랩스타2> 출연자 중 가장 먼저 솔로로 복귀하는 출연자 역시 예지라는 소식이 들려왔다. 지난 23일 복수의 매체들이 밝힌 바에 따르면, 예지는 다음 달 디지털 싱글 형태로 솔로곡을 발표한다.

프로그램 내내 이어진 예지에 대한 논란과 뜨거운 인기

'언프리티 랩스타2' 예지, 할 말은 하는 당찬 아이돌 예지가 8일 오전 서울 영등포의 한 웨딩홀에서 열린 Mnet <언프리티 랩스타2> 제작발표회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언프리티 랩스타2>는 최고의 실력을 가진 여자 래퍼들이 컴필레이션 앨범을 만드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으로 힙합 프로듀서들이 발표하는 신곡 녹음에 참여할 기회를 얻기 위해 래퍼들이 대결을 벌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11일 밤 11시 첫 방송.

▲ '언프리티 랩스타2' 예지, 할 말은 하는 당찬 아이돌 예지가 지난 9월 8일 오전 서울 영등포의 한 웨딩홀에서 열린 Mnet <언프리티 랩스타2> 제작발표회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언프리티 랩스타2>는 최고의 실력을 가진 여자 래퍼들이 컴필레이션 앨범을 만드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으로 힙합 프로듀서들이 발표하는 신곡 녹음에 참여할 기회를 얻기 위해 래퍼들이 대결을 벌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 이정민


알 수 없는 사정이야 있었겠지만, 예지는 프로그램 1회 방송에서 음악의 ABC조차 못 알아듣는 수준 미달의 무명 아이돌 멤버로 그려졌다. 이후 영구탈락자를 가리는 결정전까지 치르는 수모도 맛봤다. 이때 나온 곡이 이제는 <언프리티 랩스타2>를 보지 않은 시청자들도 대충은 들어봤을 '미친개'란 곡이다.

많은 이들이 예지가 이 '미친개'란 곡으로 기사회생해서 반전드라마를 쓴 거라고 알고 있다. 하지만 사실 예지는 영구탈락자 선발 무대 이전에도 계속해서 매우 빼어난 래핑을 선보였다. 애초에 영구탈락자 결정전에 내몰릴 실력이 아니었다는 얘기다.

예지를 둘러싼 논란은 이후에도 계속되었다. 라이벌인 트루디와의 디스 배틀에서 석연찮은 패배를 한 것도 그랬다. 디스 배틀 이후 트루디와의 감정싸움 영상이 뒤늦게 전파를 타기도 했다. 이때 트루디는 "예지가 언니들에게 예의가 없다"는 말을 하며 화를 냈고, 예지는 "언니는 (다른) 언니들에게 예의가 있느냐"라며 반발했다. 이때도 팬들 간의 다양한 언쟁이 이어졌다.

한편 세미파이널 진출에 실패했다가 다시 패자부활전으로 합류하는 모습도 보기 좋은 모양새는 아니었다. 패자부활전 자체가 예지의 재합류를 위한 요식행위란 얘기가 많았다. 총 10부작이란 짧은 분량의 프로그램 내에서 예지처럼 롤러코스터 타듯 우여곡절을 겪은 출연자도 없었다.

엠넷 특유의 자극적인 편집의 희생양이라는 네티즌들의 의견이 많았지만, 예지는 그런 방송이 전파를 타면 탈수록 거꾸로 인기가 치솟는 기현상을 일으켰다. 그래서 엠넷이 예지에게 악마의 편집을 하는 것이 아니라 외려 예지를 고도로 띄우려 했던 게 아니냔 우스갯소리까지 나왔다.

예지의 인기비결

예지가 부른 곡의 내레이션처럼, 예지를 띄운 건 "회사도 언프리티(랩스타)도 아닌 진짜" 자신의 실력이었다. 예지의 랩은 무엇보다 가사가 귀에 쏙쏙 박힌다 싶을 만큼 잘 들린다는 장점이 있다. 전달력은 음악에서 가장 기초적인 부분이다. 하지만 뜻밖에 많은 래퍼가 이에 실패하곤 한다. 예지는 발음과 성량이 좋은 편이라 랩 가사가 대부분 잘 전달된다. 그래서 일반 시청자들 입장에서도 다른 래퍼들의 랩에 비해 청취하기가 수월하다.

그에 더해 시즌1의 제시나 시즌2의 트루디 등이 주로 구사하는 기존의 흑인 스타일의 래핑 대신 예지 본인만의 색깔의 랩이나 패션을 선보이고 있는 점도 장점으로 비쳤다. 특유의 시크한 표정이나 눈빛과 관객들을 사로잡는 강렬한 퍼포먼스도 일품이었다.

두 번째 이유는 랩 실력 외의 것, 즉 예지란 사람이 가진 경쟁을 대하는 기본적인 자세나 특유의 카리스마에 시청자들이 열광한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점이다. 예지는 자신이 부른 랩 가사처럼 "밟으려 할수록 내 똘기는 100% 충전이 되"('함부로 해줘')는 모습을 시종 보여줬다. 제작진이 자신을 어떻게 대우하든 자기 갈 길을 가겠다는 시원한 태도였다.

프로그램 초반, 영구탈락자 후보에 올랐을 때도 심정을 묻는 진행자의 질문에 그저 "저 자신에게 만족스러운 무대를 하겠다"라고 담담하게 말했을 뿐이다. 다른 사람들의 평가나 탈락 여부보다 그냥 자기 자신에게 만족스러운 무대를 하면 그만이라는 식이었다.

역시 자신의 랩 가사처럼 출연자들과 벌어진 갈등 상황에서 "입을 다물기엔 간지럽지만 참"('아무개')으려 하는 편이었고 "감성팔이 따위"('함부로 해줘')나 "남 탓"('달나라')도 전혀 하지 않았다. 살벌한 생존경쟁을 벌이는 프로그램이었기에 유독 눈물을 흘리는 출연자들이 많았지만, 방송 시작부터 끝까지 눈물을 보이거나 고개를 숙이지 않은 멤버는 예지가 유일했다.

이처럼 예지의 강한 캐릭터는, 위기에 처한 여성을 구해주던 과거 예지의 SBS 몰래카메라 영상까지 다시 이슈로 만들며 팬들의 호응을 샀다.

기대되는 솔로 무대와 예지의 딜레마


예지는 랩 실력뿐만 아니라 이외의 매력도 두루 갖추고 있어서 솔로 활동 역시 기대를 하게 한다. 하지만 기존의 센 캐릭터, 무겁고 부정적인 가사의 반복에 피로감을 느끼는 이들도 존재한다. 이들을 설득하기 위해 꺼내 든 세미파이널 곡이 섹시 콘셉트와 아이돌 곡 같은 발랄한 느낌의 '함부로 해줘'란 곡이었다.

이 곡으로 예지는 경연에서 트루디에 크게 패했다. 대신 음원 발표 직후부터 음원 차트에서는 크게 앞섰다. 그래서 당장 이 곡으로 예지의 변신 성공실패 여부를 판단하기에는 모호하다.

다만 예지는 피에스타 그룹 활동에서 보컬도 담당하고 있는 데다 오랜 백댄서 경력이 보증하듯 춤 실력 또한 출중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본인이 구사 가능한 무대의 폭이나 색깔은 뜻밖에 광범위할 것으로 예상한다. <언프리티 랩스타2>의 진정한 히로인 '갓예지'가 어떤 곡으로 우리 앞에 돌아올지 기대된다.

○ 편집ㅣ곽우신 기자


예지 트루디 <언프리티랩스타 시즌2> <함부로 해줘> <미친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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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인노무사. 반려견 '라떼' 아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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