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회 <애인있어요>, 드디어 주민센터에 들러 자신이 도해강(김현준 분)임을 확실하게 알게 된 독고용기는, 도해강의 이름으로 최진언(지진희 분)의 사랑을 받아들인다. 불륜도, 생과 사의 고비도 갈라놓지 못했다. 말 그대로 '이 죽일 놈의' 맹목적인 사랑이다.

이 죽일 놈의 맹목적인 사랑

 <애인있어요>는 극 초반과 중·후반 최진언의 행동이 극으로 갈린다. 도해강을 혐오하다가 다시 사랑하는 최진언의 모습. 아무리 절절한 순애보여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다소 의아하다.

<애인있어요>는 극 초반과 중·후반 최진언의 행동이 극으로 갈린다. 도해강을 혐오하다가 다시 사랑하는 최진언의 모습. 아무리 절절한 순애보여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다소 의아하다. ⓒ SBS


극 초반 자신의 재판 피해자 죽음에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그리고 심지어 자신들 아이의 죽음에도 요동조차 하지 않는 아내 도해강에 최진언은 질려버렸다. 이제 다시 도해강으로 돌아오기 시작한 전 아내 앞에서, 최진언은 '사랑에 지쳐서' 아내를 버리려 했다고 고백한다.

집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가난한 아내를 위해 온갖 아르바이트를 마다치 않고, 심지어 아내의 어머니 빚쟁이에게 맞기까지 했던 최진언의 지독한 사랑. 그 사랑이 아이의 죽음과 함께 환멸로 바뀌어, 결국 불륜이란 극단적인 수단을 선택하기에 이르렀다.

아버지 앞에서 '어떤 일이라도 할 테니 저 사람 좀 치워주세요'라고 말하던 최진언. 하지만, 아내와 헤어지고 불륜녀 설리와 함께 외국 생활을 하면서도, 아내와의 인연을 벗어나지 못했다. 연구에 밤을 새워 매달리고, 쪽잠을 자면서 자신을 내몰았지만, 4년 만에 자기 앞에 독고용기의 모습으로 나타난 도해강에게 불가항력으로 무너지고 만다.

도해강도 만만치 않다. 남편의 앞에서 물에 자신을 던져 가면서 구출하려 했던 결혼 생활도, 최진언의 오해와 시누이의 음모로 하루아침에 회사에서의 직위와 결혼 생활, 모든 것을 잃은 처지가 되어서도, 다시 한 번 남편을 만나러 가다 사고를 당했던 그녀였다. 그리고 독고용기가 되어 산 4년이 흐르고서도, 그녀는 최진언을 만나자 다시 가슴이 뛴다. 그녀의 기억은 잊혔지만, 그녀의 잠재의식 속에는 최진언으로 인한 아픔보다 그로 인한 사랑이 더 크다.

그래서 사고 후 기억을 조금씩 다시 찾게 된 도해강은 거침없이 최진언을 선택한다. 그리고 최진언은 기다렸다는 듯이 그들의 두 번째 사랑을 시작하고자 한다.

7%의 딜레마, 바로 설득되지 않는 사랑?

 SBS 드라마 <애인있어요>의 장면. 김현주와 지진희의 연기력은 훌륭하지만, 캐릭터의 설득력에는 물음표가 남는다.

SBS 드라마 <애인있어요>의 장면. 김현주와 지진희의 연기력은 훌륭하지만, 캐릭터의 설득력에는 물음표가 남는다. ⓒ SBS


딜레마는 바로 여기에 있다. 4년 후 고국에 돌아온 최진언이 아내 도해강을 만나고 마치 일방통행 도로처럼 도해강을 향해 달려간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잊지 않고 있다. 그가 지금 그렇게 맹목적으로 아내를 향해 사랑으로 치닫고 있듯이, 4년 전에는 아내와의 이별을 향해 그렇데 치달아 갔었다는 사실을.

<애인있어요>는 극 초반 최진언에게 '혐진언'이란 별명을 붙일 정도로, 아이를 낳고 함께 살아왔던 아내를 떨어버리기 위해 온갖 수단과 방법을 마다치 않았다. 그 상황을 설정했던 부담을 상쇄하기라도 하는 듯, 4년 후 도해강을 만난 최진언은 그녀를 향해 세상에 없는 순애보를 펼친다.

그런데 그 최진언의 순애보가 그 누군가의 눈에는 순애보가 아니라, 그저 또 다른 형태의 이기적인 사랑으로 비칠 수 있다는 게 바로 <애인있어요>의 딜레마이다. 아이의 죽음을 자기처럼 슬퍼하지 않는 아내가, 순수했던 시절을 잊은 채 입신양명에 매달리는 아내가 싫어서, 이혼을 하자하고, 매달리는 후배를 안고, 그것도 모자라 아버지 앞에서 아내를 치워달라고 말하며 모멸감을 안겼던 최진언이다.

그런데 지금 그에게, 좋은 사람들과 웃으며 기억을 잃기 전 도해강과 달리 정의롭게 살아가는 독고용기의 삶이 안중에도 없다. 오로지 자신이 사랑했던 도해강만을 확인하기 위해 독고용기의 삶에 뛰어드는 최진언. 그는 그저 '자기중심적인 사람'으로 비친다. 화제성을 넘어 7%대에서 쉽게 상승하지 못하는 시청률은 그 딜레마의 방증이 아닐까.

사랑은 이기적이다. 하지만 한 입으로 두말 하는 건 쉽지 않다. 극 초반 아내를 버리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던 최진언이, 인제 와서 도해강을 향한 순애보를 펼치고 있다. <애인있어요>를 처음부터 시청했던 시청자들에게는 이율배반적인 행동이다. 극 중 도해강과 최진언을 연기하는 김현주와 지진희의 표현력은, 순애보를 설득하기에 넉넉하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여전히 이 딜레마를 쉽게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이제 24회를 넘긴 <애인있어요>의 나머지 분량을 추동하는 힘은 오히려 여기서 나올 것이다. 기억이 조금씩 돌아오기 시작한 도해강 앞에 순애보를 펼치며 돌아온 최진언, 그런 그의 사랑 속에서 자신의 과거를 찾아가는 도해강이 과연 이 순애보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여기가 <애인있어요> 후반부 전개의 핵심이다. 거기에 두 사람의 부모가 얽힌 오랜 해원도 만만치 않다.

즉, 최진언의 아버지는 자신의 사업적 욕심에 도해강의 아버지의 죽음을 묵과했거나 방조, 심지어 도발했을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다. 드라마는 기억을 찾은 도해강을 다시 한 번 최진언과 사랑에 빠지게 하여, 두 사람을 원수의 집안임에도 서로 사랑하게 된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만들어 가고자 한다. 하지만 딜레마가 생긴다. 극 초반, 불륜도 마다치 않는 최진언을 기억하는 시청자들에게는 이 둘의 사랑이 '로미오와 줄리엣'의 순애보가 아니다. 오히려 자신의 이기적인 감정에 휘둘려 사랑을 기만한 '햄릿'과, 그 사랑의 희생자가 되어버린 '오필리아'처럼 여겨진다.

다시 순애보적인, 그리고 정의로운 인물로 돌아온 최진언. 그는 이 모든 딜레마를 극복할 수 있을까. 아내를 버릴 수 있다면 그 싫어하던 아버지의 사업도 물려받겠다던 인물의 순애보를, 나머지 극의 흐름이 설득할 수 있을까. 자신의 과거와 최진언의 혐오스러운 사랑까지 도해강이 '결자해지'할 수 있을까. 도해강은 그 모습을 시청자들에게 설득할 수 있을까. <애인있어요>가 앞으로 해결해야 할 관건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http://5252-jh.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애인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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