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만에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한 두산 선수들이 3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5프로야구 시상식에서 김태형을 헹가래치고 있다.

14년만에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한 두산 선수들이 10월 3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5프로야구 시상식에서 김태형을 헹가래치고 있다. ⓒ 연합뉴스


2015년 프로야구는 그 어느때보다 볼거리가 풍부했다. 신생구단 케이티의 가세로 사상 처음으로 10개 구단 체제가 출범했고, 역대 최다였던 팀 당 144경기와 와일드카드 결정전이 신설되며 팬들은 길어진 야구시즌을 마음껏 즐길 수 있었다.

물론 시즌 초반 추운 날씨와 잦은 비, 그리고 여름들어 전 국민을 공포에 떨게 했던 메르스 여파 등 예상치 못한 변수들이 이어지며 순조롭게 진행되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프로야구는 역대 두 번째로 7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한국 프로스포츠 사상 최초로 34시즌 만에 정규시즌 누적 관객 1억 3000만 명을 돌파하는 기록도 남겼다.

마리한화, 5위 싸움, 엘롯기의 부진... 2015 프로야구

불만스러운 김성근 지난 9월 2일 오후 청주시 청주야구장에서 열린 한화 대 기아의 경기에서 7회 말 기아 박찬호가 공을 놓치자 한화 김성근 감독이 심판판정에 불만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 불만스러운 김성근 지난 9월 2일 오후 청주시 청주야구장에서 열린 한화 대 기아의 경기에서 7회 말 기아 박찬호가 공을 놓치자 한화 김성근 감독이 심판판정에 불만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 연합뉴스


올해 프로야구에서 가장 많은 화제에 오르내린 팀은 역시 한화 이글스를 빼놓을 수 없다. 지난 겨울 '백전노장' 김성근 감독이 3년여만에 프로 1군무대로 복귀하며 지난 겨울 내내 지옥 훈련을 거친 한화는 이미 시즌 개막전부터 프로야구 화제의 중심에 있었다.

한화는 시범경기를 여전히 최하위권으로 마치며 불안하게 출발했지만, 시즌 개막과 함께 서서히 저력을 드러냈다. 좀처럼 쉽게 지지않는 야구와 포기를 모르는 총력전은 한화의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최근 6년간 5차례나 꼴찌에 그쳤던 한화는 올시즌 끝까지 5위 경쟁을 펼치며 가을야구에 대한 희망을 이어갔다. 중독성이 강하다는 의미에서 한화야구에 '마리한화'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하지만 시즌 후반기로 접어들며 한화 야구는 논란의 중심에 섰다. 김성근 감독 트레이드마크의 벌떼야구와 시즌중에도 계속되는 강훈련은, 구시대적인 '선수 혹사'와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상반된 평가를 내내 벗어나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후반기들어 성적이 뚝 떨어지고 권혁-박정진 등 주력 불펜투수들이 컨디션 난조에 시달리며 전자가 옳았다는 쪽으로 귀결되고 말았다.

이밖에도 롯데와의 빈볼시비, 최진행의 약물파문, 권혁의 무한등판, 불문율 논란, 트레이드와 외국인 선수 교체 등 유독 수많은 사건사고와 구설수도 한화에 끊이지 않았다. 한화는 결국 6위로 시즌을 마치며 7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김 감독의 야구스타일과 지도방식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지만 올겨울에는 지난 시즌만큼의 일방적인 열광과 찬사는 다소 식어버린 분위기다.

올해 프로야구 정규리그는 4강 5중 1약 체제로 요약된다. 정규리그 5연패에 성공한 삼성을 필두로 NC, 두산, 넥센 등 4팀이 상위권을 선점하며 일찌감치 가을야구를 예약했다. 하지만 스포트라이트의 중심은 최대 무려 5팀이 경합한 5위싸움에 있었다. 올해부터 도입된 와일드카드제의 영향으로 가을야구의 문턱이 낮아지면서 일찌감치 격차가 벌어진 4위권보다 역대급 5위 경쟁이 더 치열하게 전개됐다.

종반까지 치열하게 전개된 5위 경쟁의 최후 승자는 SK 와이번스였다. 우승후보라는 평가가 무색하게 9월초까지 8위에 그쳤던 SK는 막판 뒷심을 발휘하며 시즌 최종전에서야 간신히 5위를 확정할 수 있었다.

한편으로 올해 5위 경쟁이 결국 중위권의 '하향평준화'에 불과하다는 부정적인 시선도 적지않았다. 실제로 한화, 롯데, 기아 등 5강 경쟁팀들이 제자리 걸음을 거듭하며 순위싸움의 질적인 재미는 반감됐다. 하지만 어쨌든 결과적으로 와일드카드 덕분에 각팀들의 순위가 어느 정도 판가름난 시즌 막판까지 긴장감과 화제성을 이어갈 수 있었던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사실이다.

속칭 '엘롯기'로 불리우는 LG-롯데-기아 삼형제는 2007년 이후 무려 8년만에 포스트시즌 동반 탈락이라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프로야구 전통의 명문이자 전국구 인기구단으로 불리우는 세 팀의 동반 부진은 리그 흥행에도 아쉬움으로 남았다.

NC, 히어로즈 등 '후발 주자들의 약진' 돋보여

괘적 확인하는 박병호 지난 14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2015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4차전 두산과 넥센의 경기에서 넥센 박병호가 5회 말 무사에서 1점 홈런을 치고 있다.

▲ 괘적 확인하는 박병호 지난 14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2015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4차전 두산과 넥센의 경기에서 넥센 박병호가 5회 말 무사에서 1점 홈런을 치고 있다. ⓒ 연합뉴스


반면 10구단 체제에서 후발 주자들의 약진은 돋보였다. NC는 1군 진입 3년차만에 창단 최고성적을 올리며 리그 2위로 플레이오프에 직행했다. 정규시즌 막판까지 삼성의 간담을 서늘하게 할 정도로 끈질긴 추격전을 펼치기도 했다. 2007년 출범한 히어로즈 역시 강정호의 메이저리그 진출 공백에도 박병호-유한준-밴 헤켄 등의 꾸준한 맹활약에 힘입어 올해로 3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며 초창기 '셀링클럽'의 이미지를 벗고 신흥강호로 거듭났다.

신생구단 KT는 비록 전력의 한계를 드러내며 최하위에 그쳤지만 후반기 선전은 가능성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시즌 초반에는 사상 첫 100패가 나올 거란 예상이 나올 정도였으나 이후 신속한 트레이드와 외국인 선수교체를 통하여 전력을 끌어올렸고 6월 이후로는 결코 얕볼 수 없는 팀으로 거듭났다. 내년 이후를 기대하기에는 충분한 잠재력을 증명했다.

포스트시즌은 두산을 위한 무대였다. 3위로 정규시즌을 마친 두산은 준PO에서 넥센(3승 1패), PO에서 NC(3승 2패)를 연달아 연파했고 한국시리즈에서는 삼성(4승 1패)마저 제압하고 14년만에 V4를 달성했다. 매 시리즈마다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며 '미라클 두산'의 진가를 입증하기도 했다.

니퍼트-장원준-유희관으로 이어지는 막강선발야구가 단기전에서 위력을 발휘했고 불펜에서는 이현승-노경은, 타선에서는 허경민-정수빈 등이 꾸준한 활약을 보여주며 가을의 기적을 완성했다. 2001년 이후 14년만이자 역대 세 번째로 준PO부터 올라온 팀이 한국시리즈까지 제패하는 역사적 위업(2001,2015 두산/ 92 롯데)을 달성했다.

KBO 역사상 최초의 통합 5연패에 도전하던 삼성 왕조는 '도박 스캔들'에 발목이 잡혔다. 정규시즌에서는 5연패에 성공했으나 한국시리즈 개막을 코앞에 두고 임창용, 안지만, 윤성환 등 팀내 다승-홀드-구원왕 3인방의 핵심전력이 도박파문에 연루되어 전력에서 제외된 공백을 이기지 못하고 두산에 완패했다.

하지만 특유의 시스템야구를 바탕으로 정규시즌에서 보여준 꾸준한 선전과 구자욱 등 젊은 피들의 성장, 그리고 한국시리즈 패배 이후 선수단이 일렬도 도열하며 승자를 축하해주는 문화 등은 아름다운 패자로서 삼성의 품격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의미있는 기록들 속출했지만, 잦은 사건사고도...

 지난 3일 경북 포항야구장에서 열린 2015프로야구 롯데 대 삼성 경기에서 400호 홈런을 친 삼성 이승엽이 특별제작 유니폼을 입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지난 3일 경북 포항야구장에서 열린 2015프로야구 롯데 대 삼성 경기에서 400호 홈런을 친 삼성 이승엽이 특별제작 유니폼을 입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연합뉴스


올해 프로야구에는 의미있는 기록들도 속출했다. 국민타자 이승엽(삼성)은 6월 3일 포항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경기에서 구승민을 상대로 KBO 리그 첫 400홈런과 함께 11년 연속 두자릿수 홈런 기록을 동시에 달성했다.

NC의 외국인 선수 에릭 테임즈는 KBO 리그 최초의 40홈런 40도루를 완성했으며 올시즌에만 두 번이나 사이클링 히트를 기록하기도 했다. 넥센 박병호는 2년 연속 50홈런을 돌파하며 4년 연속 홈런-타점왕 기록도 수립했다. 이밖에도 한화 김성근 감독의 통산 1300승과 NC 김경문 감독의 700승 돌파, 두산 홍성흔의 2000안타 돌파, NC 손민한의 최고령 10승 등도 눈여겨볼 만한 기록이다.

한편 최근 몇 년간 야구계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 FA의 영양가 논란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두산의 우승을 이끈 장원준, 혹사 논란에 휘말릴 정도로 역투한 권혁 등 비교적 선방한 FA도 있지만, 최정, 김강민(이상 SK), 배영수, 송은범(이상 한화) 등 높은 몸값을 받고도 실망스러운 성적에 그친 선수들이 더 많았다. 다음 시즌도 대어급 선수들이 쏟아지면서 조만간 FA 100억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몸값 과잉 논란은 여전히 계속될 전망이다.

유난히 잦은 사건사고는 아쉬움도 남겼다. 특히 국민스포츠로서 프로야구의 위상에 걸맞지 않은 일부 선수들의 도덕불감증과 책임의식 부재는 큰 실망감을 남겼다. LG 정찬헌과 정성훈이 잇단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일으킨 것에 이어, kt 장성우는 전 여자친구의 사생활 폭로로 그간에 했던 발언이 SNS에 알려지면서 피해자의 고소와 함께 구단으로부터 중징계를 당했다. 삼성 임창용, 안지만, 윤성환은 원정 억대 도박 스캔들로 한국시리즈 엔트리에서 제외되며 가을야구 축제 분위기는 물론 국가대표팀에도 큰 손실을 안겼다.

롯데는 시즌중 부친상을 당한 손아섭의 경기출전 문제를 둘러싸고 여론의 거센 비판을 받기도 했다. 내년부터 고척돔으로 홈구장을 이전하는 히어로즈는 최근 스폰서 교체를 둘러싸고 대부업과 일본기업 논란에 휘말려 곤욕을 치렀다. 팬들의 사랑을 먹고사는 국민스포츠로서 운동과 성적 못지않게 인성과 사회적 책임감에 대한 공감대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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