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키워드로 돌아보는 20살 부산국제영화제: 1편에서 이어집니다.

매해 스타들의 화려한 레드카펫으로 유명세를 떨치는 부산국제영화제.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부산국제영화제의 정체성은 영화다. 올해 20주년을 맞은 부산국제영화제에는 클로드 를르슈, 허우 샤오시엔 등 동서양의 거장들과 영화제의 명성에 걸맞는 걸작들이 찾아와 수많은 영화팬들을 기쁘게 했다. 10일을 끝으로 막을 내린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를 키워드 별로 정리해 봤다. <기자 주>

준비된 신예들의 약진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한 인도 영화 <카쉬미르의 소녀> 포스터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한 인도 영화 <카쉬미르의 소녀> 포스터 ⓒ 부산국제영화제


기존 영화 상영 시스템에서는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해외 영화계의 새로운 흐름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도 영화제의 매력이다. 다양하고도 참신한 프로그램으로 아시아를 대표하는 영화제가 된 부산국제영화제답게, 이번에도 올해 전세계의 유수 영화제에서 호평받은 감독들의 데뷔작이 대거 공개됐다.

특히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은 작품 <카쉬미르의 소녀>는 '발리우드'로 통하는 인도에서도 역대 흥행수익 2위를 기록한 대형 화제작이다. 이탈리아 출신 피에로 메시나 감독의 첫 장편 극영화 데뷔작이자 줄리엣 비노쉬의 열연이 돋보이는 <당신을 기다리는 시간> 또한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큰 사랑을 받은 영화다.

<카쉬미르의 소녀>와 <당신을 기다리는 시간>이 높은 대중성을 바탕으로 관객들 사이에서 열띤 지지를 받았다면, 보다 새롭고 신선한 영화를 갈망하는 영와 팬들을 위한 맞춤 영화도 있다. 먼저 라즐로 네메스 감독의 데뷔작이자 올해 칸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한 <사울의 아들>은 4:3이라는 독특한 화면 비율에서부터, 여러 실험 기법이 돋보이는 문제작이다.

또 쿠바의 노쇠한 원자력시설을 배경으로 3대의 갈등을 다룬 <20세기 프로젝트>는 파운드 푸티지('발견된 영상'이라는 뜻으로, 실재 기록이 담긴 테이프를 누군가가 발견해 다시 관객에게 보여준다는 설정의 영화-편집자 주)라는 새로운 영화기법을 효과적으로 활용함과 동시에 현 대한민국에도 적지않은 시사점을 주는 작품이다. 입양아 출신인 사만다 푸터먼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다룬 <트윈시스터> 또한 눈여겨봐야 할 데뷔작 중 하나다.

<지슬>과 <한공주>의 후계자는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선공개된 영화 <돌연변이>의 한 장면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선공개된 영화 <돌연변이>의 한 장면 ⓒ 영화사 우상


<지슬-끝나지 않은 세월2>, <1999, 면회>, <한공주>, <셔틀콕>, <족구왕>, <꿈보다 해몽>, <거인>, <소셜포비아>, <한여름의 판타지아> 등 한국 영화의 미래로 손꼽히는 수많은 작품들을 발굴해온 부산국제영화제는 젊은 영화인들에게는 기회를, 관객들에게는 한국 영화의 새로운 흐름을 알리는 매개의 장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 왔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소개된 한국영화 신작 중에서 가장 폭발적인 반응을 얻은 영화는 22일 개봉에 앞서 부산에서 선공개된 <돌연변이>다. 취업에 번번이 실패한 청년 구직자가 생선 인간이 된다는 독특한 극적 설정이 돋보인다. 2013년 제66회 칸영화제 단편부문 황금종려상을 받은 <세이프>의 각본을 맡은 권오광 감독의 데뷔작이며 박보영, 이광수, 이천희 등이 주연을 맡았다.

작년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올해의 배우상(조수향)을 배출한 데뷔작 <들꽃>에 이어 2연속 부산 초청이라는 초청을 쾌거를 이뤄낸 박석영 감독의 <스틸 플라워>는 거리 위 소녀들의 위태로운 삶을 리얼하게 담아낸 수작이라는 평이다. 여주인공 정하담을 둘러싼 반응 또한 뜨겁다.

이 외에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시민평론가상을 받은 이후 로테르담과 벤쿠버 국제영화제에 연이어 초청된 <물고기>(2011) 박흥민 감독의 신작 <혼자>, 한성천과 황보라가 주연을 맡은 김병준 감독의 <소시민>, 아이돌 그룹 엑소의 수호의 등장만으로도 부산을 들썩이게 한 <글로리데이>까지. 올해도 탄탄한 작품성을 가진 수작들이 눈길을 끄는 만큼, 과연 <지슬>, <한공주>의 명맥을 잇는 스타 독립 영화가 탄생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권진경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neodol.tistory.com),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부산국제영화제 카쉬미르의 소녀 돌연변이 스틸 플라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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