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나홀로 휴가>로 배우에서 감독으로 첫 데뷔한 조재현이 5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동백섬 인근에서 <오마이스타>와 만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결혼생활 행복하십니까?" 영화 <나홀로 휴가>로 배우에서 감독으로 첫 데뷔한 조재현이 5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동백섬 인근에서 <오마이스타>와 만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는 "과연 결혼 생활이 행복한지 물었을 때 자신 있게 그렇다고 답할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가정이 소중한 것도 알고, 지켜야 한다는 것 또한 알지만 근데 왜 행복하지 않을까라는 의문 때문에 영화를 찍게 됐다"고 설명했다. ⓒ 유성호


"배우로 영화제에 참여할 때랑 기분이 다르네?"

조재현에겐 신나는 부산행일 법했다. 영화 <나홀로 휴가>와 <파리의 한국 남자>로 감독과 배우의 면모를 모두 영화제에서 보일 수 있게 됐으니. 전자는 조재현의 첫 번째 장편 연출작이며, 후자는 주연을 맡은 작품이다. 개막 9일차를 맞은 제 20회 부산국제영화제서 조재현은 다양한 모습으로 관객과 만나고 있었다.

물론 앞서 단편 <김성수 할아버지의 어느 특별한 날>로 2년 전 부산영화제를 찾긴 했지만 조재현은 "그땐 일상에서 담고 싶었던 삶을 담아낸 것일 뿐"이라 말했다. <나홀로 휴가>가 본격적인 그의 연출작이라 부를 수 있다는 뜻이다.

베니스 회동, 조재현-김기덕-전규환

배우 조재현의 첫 연출작 <나홀로 휴가>의 한 장면 모범적인 가장으로 소문난 남자가 있다. 아내와 아이에게 충실한 이 남자에게 어느 날 어린 애인이 생긴다. 남자는 정신 없이 그녀에게 빠져들지만 갑자기 이별 통보를 받는다. 여자는 다른 남자와 결혼을 하지만 남자는 여전히 여자 주위를 배회한다.

▲ 배우 조재현의 첫 연출작 <나홀로 휴가>의 한 장면 모범적인 가장으로 소문난 남자가 있다. 아내와 아이에게 충실한 이 남자에게 어느 날 어린 애인이 생긴다. 남자는 정신 없이 그녀에게 빠져들지만 갑자기 이별 통보를 받는다. 여자는 다른 남자와 결혼을 하지만 남자는 여전히 여자 주위를 배회한다. ⓒ 부산국제영화제


'가정적인 남편이라고 소문난 한 가장이 몰래 한 여자의 삶을 훔쳐보며 위기를 겪는다'는 게 영화 <나홀로 휴가>의 주 내용이다. 어찌 보면 전형적일 수 있지만 평소 조재현이 꼭 다루고 싶은 이야기이기도 했다.

<나홀로 휴가>의 시작점은 3년 전이었다. 당시 영화 <무게>로 전규환 감독과 베니스영화제를 찾은 조재현은 마찬가지로 <피에타>로 베니스를 방문한 김기덕 감독 과 만났다. 퀴어 라이온상(전규환)과 황금사자상(김기덕)을 수상한 감회를 나누려 모인 자리에서 조재현은 자신이 품고 있던 기획을 이들에게 전했다.  

"내가 김기덕 감독의 <악어>에 참여했을 때 전규환 감독은 내 매니저였다. 그렇게 인연이 지금까지 이어졌는데 둘 다 베니스에서 상을 받았네? 나 역시 막연하게 연출에 대한 생각이 있었고, 내 아이디어를 이들이 어떻게 볼지 궁금했다. 전규환 감독은 좋다고 맞장구 쳤는데 김기덕 감독은 별로라고 했다. 상반된 평가지(웃음).

사람이란 게 일단 좋은 말에 혹하잖나. 김 감독이 '지금부터가 문제다. 지금 아이디어로는 딱 15분짜리 영화밖에 안 된다. 더 채워 넣어야 한다'고 했는데 속으론 '웃기네!' 이러고 말았다. 그러다 나중에 시나리오를 쓰는데 아차 싶었다. 첫날 책상에 앉아 원고를 쓰고 나니 더 이상 풀 얘기가 없더라. 김기덕의 말이 생각났다. 중년 남자의 시선으로 삶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는데 밑천이 바닥난 거였다."

"내 영화가 '좀 그렇다'던 한 관객의 말에..."

 영화 <나홀로 휴가>로 배우에서 감독으로 첫 데뷔한 조재현이 5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동백섬 인근에서 <오마이스타>와 만나 영화 촬영 과정과 근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조재현은 부산시의 부산국제영화제 예산 삭감 문제와 이용관 집행위원장 사퇴 요구 등 외압 문제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그는 다큐에 대해 "정치-사회 분야의 모순을 소재로 비틀어보고 뒤통수 때리는 것"이라며 "어느 한쪽 편만 들어선 안 된다"고 정의했다.

▲ "내 영화 좀 그렇다고?" 조재현은 자신이 연출한 영화 <나홀로 휴가>에 대해 "관객과의 대화 시간에 신혼이라던 한 분이 '영화가 좀 그렇다'고 하시더라. 집에 가서 진지하게 생각해봤다"며 "가정을 파괴하자는 게 아니라 행복을 냉정하게 짚어보고 대안을 찾자는 게 이 영화다"라고 강조했다. ⓒ 유성호


그래서 조재현이 택한 방법은 동료 배우와 친구들 이야기를 끌어 모으는 것이었다. '결혼보다 위자료가 더 무섭다' 등의 대사는 대부분 이런 식의 간접 경험에서 나온 결과다. 한국 중년 남성들의 민낯을 보이는데 이런 사실적 대사가 큰 몫을 했다.

"내 아들은 운동 특기자고 딸도 유학생이라 수험생 부모 경험은 거의 없었다. 들어보니 실제 수험생을 둔 부모의 삶은 참 메마르더라. 자녀들 역시 마찬가지고. '과연 결혼 생활이 행복한지 물었을 때 자신 있게 그렇다고 답할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이게 영화의 핵심 질문이다. 가정이 소중한 것도 알고, 지켜야 한다는 것 또한 머리로는 안다. 근데 왜 행복하지 않을까. 결혼과 가족 제도의 오류 때문이다.

(이번 영화제의) 관객과의 대화 시간에 신혼이라던 한 분이 '영화가 좀 그렇다'고 하시더라. 집에 가서 진지하게 생각해봤다. 가정을 파괴하자는 게 아니라 행복을 냉정하게 짚어보고 대안을 찾자는 게 이 영화다. 다들 문제를 그냥 덮고 살잖나. 그건 좀 아니지. 언젠가 신문을 보니 일본의 한 초등학교에선 아이들에게 죽음을 대하는 법을 가르치더라. 학부모의 반대가 심했다는데 난 훌륭한 가르침이라고 본다. 어두움을 알아야 그걸 이길 방법도 생각할 수 있는 거 아닌가."

아빠 조재현 "딸과 예능 출연하길 다행"

 영화 <나홀로 휴가>로 배우에서 감독으로 첫 데뷔한 조재현이 5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동백섬 인근에서 <오마이스타>와 만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배우, 감독 그리고 아빠 딸 조혜정씨와 함께 SBS 예능 <아빠를 부탁해>에 출연 중인 조재현은 "이 프로그램이 아니었다면 딸의 속마음을 영영 몰랐을 거다"라고 말했다. ⓒ 유성호


인터뷰 이후 조재현과 해운대의 한 식당에서 밥을 먹게 됐다. 진한 국물의 돼지국밥을 먹다 문득 그가 "실제는 안 그런데 TV에선 딸(현재 조재현은 SBS 예능 <아빠를 부탁해>에 딸 조혜정씨와 함께 출연 중이다-기자 주)의 얼굴이 통통하게 나온다"며 웃는다. 그도 천생 아빠였다.

배우라는 업에 감독, 여기에 아빠 역할까지. 자칫 책임감에 부담을 크게 느낄 법하지만 적어도 기자가 본 그는 베테랑이었다. 사생활을 공개해야 했기에 꺼렸던 예능 출연을 "한 게 참 다행"이라 자평할 정도로 잘 소화했다. "초보 감독"이라며 민망해하면서도 작품에서 무엇을 말하려 했는지 그는 명확하게 설명했다.  

"전생에 내가 일찍 죽었나보다(웃음). 하고 싶은 게 진짜 많았던 거지. 각기 재미가 다르다. <아빠를 부탁해>를 안 했다면 딸의 속마음을 영영 몰랐을 거다. 인지도와 호감도를 올리는 걸 떠나서 인간적으로 '조-조 부녀'를 위해 잘 된 일이다. 연기야 뭐 어릴 때부터 하고팠던 거니 쭉 가는 거고. 연출은 이제 시작이니 도전하는 거다.

그런데 누군가 시나리오를 주면서 상업 영화를 해보자고 하면 거절할 거 같다. 아직 스스로를 감독이라 생각하진 않는 거지. 앞으로도 그럴 거 같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글로 써서 한다면 모를까. 분명한 건 지금껏 해본 일 중 연출이 가장 중독성이 강하고 재밌다는 사실이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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