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중국을 대표하는 영화감독 지아장커의 신작 <산하고인>, 지아장커의 영화 일대기를 다룬 다큐멘터리<지아장커: 펜양에서 온 사나이>(감독 월터 살레스)가 지난 3일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연이어 공개되었다. 20주년을 기념해 부산국제영화제가 선정한 아시아 영화 100선 중 공동 8위에 오른 <스틸 라이프>(감독 지아장커)도 특별상영한다.

2006년 제63회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은 이후 세계적인 거장 반열에 오르며, 중국 6세대 영화감독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지아장커 감독은 공교롭게도 중국에서는 종종 상영이 금지되는 비운의 감독이기도 하다. 급속도로 성장한 중국의 어두운 이면을 리얼하게 스크린에 담아내는 그의 성향 때문이다.

그럼에도 지아장커 감독이 중국의 현실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영화 만들기를 꾸준히 이어나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아장커 감독과 함께 그가 태어나고 자란 펜양을 찾아가고, 그곳을 배경으로 만든 지아장커의 첫 장편 영화  <소무>(1997)에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되는 <지아장커: 펜양에서 온 사나이>는 지아장커 감독의 필모그래피를 차근차근 언급하며 그의 영화 세계를 깊이 있게 분석한다.


펜양을 벗어나 다른 세계를 경험하고 싶었던 <소무>와 <플랫폼>(2000)의 아이들은 그들의 뜻대로 펜양을 떠나 더 나은 미래를 꿈꾼다. 하지만 극심한 빈부 격차로 발생한 모순(<스틸라이프>(2006), <24시티>(2008))을 온몸으로 체득한 지아장커의 아이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내재된 분노를 극단적인 폭력으로 표출(<천주정>(2013)>)하기에 이른다.

지아장커의 고향 펜양과 관련된 사적 기억에서 시작된 물음표는 한 개인의 일상에 톱니바퀴처럼 맞물릴 수밖에 없는 당대의 현실을 짚어내며, 적잖은 어려움에도 중국에 관한 영화를 꾸준히 만드는 지아장커의 도전과 꿈을 그려낸다. 그리고 멈출 줄 모르는 지아장커의 이야기는 과거를 통해 현재를 보고, 미래를 바라보는 <산하고인>으로 이어진다.

<지아장커:펜양에서 온 사나이>는 평소 지아장커 감독의 영화를 꿰뚫는 팬들에게는 그의 영화를 꼼꼼히 되짚을 수 있는 좋은 선물이, 지아장커의 세계에 입문한 관객에게는 세심한 길잡이로 다가온다. 이 영화는 오는 7일 오후 1시 메가박스 해운대 6관에서도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