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무한도전> '주말의 명화' 편의 한 장면.

MBC <무한도전> '주말의 명화' 편의 한 장면. ⓒ MBC


MBC 추석특선영화 <비긴 어게인>은 9월 29일 오후 11시에 방영된다. 우리는 이 소식을 지난 26일 방영된 <무한도전> '주말의 명화' 편으로 먼저 접했다. 전국 시청률 16.0%(닐슨코리아 기준)를 기록한 대한민국 1등 예능을 통해서다. 사실, 이 보다 더 한 내부 광고는 없다.

물론, <무한도전>은 하던 걸 했을 뿐이다. 형식은 그랬다. 성우라는 전문 분야에 도전하면서도 예의 그 재미와 노력을 선사했다. 실제로 <무한도전> 멤버들은 '그 녀석' 노홍철이 애니메이션 <빨간 모자의 진실>에 참여했던 2005년 이후, 각종 수입 애니메이션에서 감초나 주연 역할을 도맡아 왔다. 

내용 전개 역시 멤버들이 평소 해보지 않은 분야(그들도 TV 영화 더빙은 처음이었다)에 도전하는 콘셉트 그대로였다.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았고, 멤버들끼리 내부 경쟁을 거쳤으며, 며칠 간 노력하는 모습도 그대로 담았다. 이를 통해 그들은 전문 성우들과 연출진이 (적어도 <비긴 어게인>을 작업 하는 와중에는) 칭찬할 만큼의 실력을 선보였다.

<무한도전>은 분명 실리를 챙겼다. 시청률과 화제성 모두 만족스러운 수준이었다. 곱씹어보자. 이러한 <무한도전>의 '도전'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그런 면에서 '주말의 명화' 편 전후 기존 성우 팬들과 <무한도전> 팬들의 주장은 그 방향키를 잘못 잡은 것으로 보인다.

건조했던 더빙 도전기

 MBC <무한도전> '주말의 명화' 편의 한 장면.

MBC <무한도전> '주말의 명화' 편의 한 장면. ⓒ MBC


실제로 '주말의 명화' 편의 분위기는 꽤나 건조했다. 엄청난 도전이라 호들갑을 떨지도 않았고, TV 외화 더빙의 역사를 훑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담담하게 '추석 특집'임을 강조하며 외화 더빙에 도전했다. 평소라면 하고도 남았을 '사라진 것의 의미'를 되살리지도 않았다.

그럴 만하다. '주말의 명화'나 '토요명화' 같은 전통적인 지상파 TV영화 프로그램은 2000년대 중반 이후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다 줄줄이 폐지됐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명절용 특선영화의 편 수 역시 각 방송사의 주머니 사정에 영향을 받기에 들쭉날쭉한지 오래다.

더욱이 2000년대 들어 한국영화에 관심이 쏟아지면서 외국영화는 명절 프라임타임을 한국영화에 내주기 시작했다. 더빙 외화 자체가 설 자리가 없어졌다는 뜻이다. 그 와중에 MBC가 야심차게(?) 준비한 것이 바로 <비긴 어게인>과 <무한도전>의 '콜라보'인 셈이다.

헌데, <무한도전>은 기존 성우들의 직업적 어려움을 특별히 강조하지 않았다. TV 외화나 더빙이 사라지는 현실에 대해서도 딱히 언급하지도 않았다. 그래서인지 <무한도전> '주말의 명화'는 그저 하나의 방송사용 명절 이벤트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방송으로 확인한다면, 기이할 만큼 담담함이 전달될 것이다. 물론, 광희의 '발연기'만큼은 전설로 남을 수밖에 없는 희대의 웃음 폭탄이지만 말이다.

멤버들 노고에 가려진 진짜 속내

 MBC <무한도전> '주말의 명화' 편의 한 장면.

MBC <무한도전> '주말의 명화' 편의 한 장면. ⓒ MBC


멤버들의 노력을 폄훼할 생각은 없다. 방송에서 잔뼈가 굵은 몇몇은 이미 애니메이션 성우로 능력을 발휘한 바 있다. 오히려 이 '주말의 명화'가 가리키는 현실은 다른 곳에 있다. 전문 성우들이 <무한도전> 멤버들에게 그 자리를 내줘야 하는 냉혹한 상업적 논리 말이다.

방송 말미, 유재석의 입을 통해 <무한도전>은 <비긴 어게인>과 같은 외화 더빙 작업은 평소 서너 시간이면 충분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주연 하하와 유재석이 투입돼 걸린 시간은 10시간이 넘었다. 어쩔 수 없는 주객전도의 녹음 현장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사실 외화 더빙이야말로 몰입이 가장 중요한 작업이다. 외적 요인, 예컨대 스타나 배우가 쉽사리 뛰어들지 않은 이유(개런티는 차치하더라도) 중 하나가 바로 그 몰입이다. 디즈니나 픽사 등 메이저 영화사들의 애니메이션들이 여전히 더빙 판에 전문 성우 연기자들을 기용하는 이유도 다르지 않다.

이 룰을 깬 것이 바로 2000년대 중반 이후 수입 애니메이션들이다. 비용 대비 높은 홍보 효과를 볼 수 있는 배우, 예능인, 아이돌 가수 등을 기용하는 애니메이션은 군소 수입사의 작품인 경우가 대다수다. 반짝 홍보로 방학 시즌 어린이와 티켓을 사는 부모 관객들을 극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전략인 셈이다. 그러니까 올 추석 특선영화로 <비긴 어게인> 단 한편을 편성한 MBC는 <무한도전> 멤버들을 기용해 바로 이 비용 대비 홍보 효과를 염두에 둔 전략을 활용한 것이다.

'주말의 명화'의 편집이 유달리 건조하고 담담하게 다가왔던 이유는 여기에 있다. 안 그래도 2년 마다 진행하는 가요제 특집으로 가요계로부터 '음원 깡패'라는 지탄을 받는 <무한도전> 아닌가.

적어도 음원을 포함한 그 수입은 불우이웃돕기와 같은 의미 있는 곳에 쓰이기라도 한다. 하지만, 버젓이 주연급 성우가 존재하는 <비긴 어게인>의 이번 더빙은 결국 MBC의 시청률만을 위한 것이다. <비긴 어게인> 한 편으로 지상파 내에 더빙 외화 편성이 늘어날리 만무하다. 성우라는 직업을 탐구한 것도 아니다. 자의든 타의든 하하와 유재석의 더빙이 극의 몰입도를 깰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MBC 예능국이나 편성국과 김태호 PD 이하 <무한도전> 제작진의 의도가 같았는지는 알 길이 없다. '주말의 명화' 편 방영과 이후 이어지는 관심만 놓고 본다면, 시청률을 향한 MBC의 노림수는 꽤나 유효했다. 

29일 방영되는 영화 <비긴 어게인>의 결과를 두고 봐야겠지만, 여전히 씁쓸한 것이 사실이다. 호평을 받은 '배달의 무도' 편 직후라 더욱 그러하다. 앞으로 MBC가 '시청률'과 '광고' 효자인 이 대표 프로그램을 또 얼마나 휘두르려 할까. 김태호 PD와 제작진들은 과연 이 <비긴 어게인>을 흐뭇하게 바라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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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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