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8일~9월 1일까지 개최된 울주군 일원에서 개최된 울주세계산악영화제 프레 페스티벌

8월 28일~9월 1일까지 개최된 울주군 일원에서 개최된 울주세계산악영화제 프레 페스티벌 ⓒ 성하훈


지난 8월 28일부터 9월 1일까지 개최된 울주세계산악영화제(이하 영화제) 프레 페스티벌은 예상보다 많은 관객이 참여하며 내년 행사의 전망을 밝게 했다. 올해 영화제는 내년 본격적인 1회 개막을 앞두고 치러진 사전 행사로 예행연습과 다름 없었다. 영화제 측은 관객 1만을 예상했는데, 1만 7천이 찾았다며 생각보다 많은 관객들이 찾은 것에 고무된 모습이었다.

울주 신불산 앞에 최근 새로 지어진 영남알프스 복합웰컴센터 안 상영관은 관객들이 몰려 대부분의 상영이 통로까지 채워진 가운데 진행됐다. 영화제를 고려해 만든 공간인 탓인지 아름답게 꾸며져 있었고, 산악인들을 위한 다양한 시설도 눈에 띄었다. 상영작 중에는 인근 밀양 주민들의 송전탑 반대 투쟁을 다룬 <밀양아리랑>도 있어 영화제를 준비한 실무진들의 마음가짐을 엿볼 수 있게 했다.

산악영화라는 특색 있는 주제를 설정한 영화제가 시작 전부터 관객들의 높은 관심을 끌었다는 것은 지역과 한국 영화계 모두에게 의미 있는 일이다. 사전제작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좋은 다큐멘터리와 단편영화 등을 지원하는 것 역시 산악영화제가 한국영화 발전에 기여하는 데 충실한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정동진독립영화제나 무주산골영화제, 순천만동물영화제 등 작고 특화된 영화제들이 뜨고 있는 흐름 속에, 울주산악영화제 역시 특화된 모습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갖게 됐다. 

하지만 영화제 진행과정을 살펴본 영화인들의 마음은 그리 편치 못했다. 곳곳에 개발로 이한 환경 파괴의 흔적이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영화제를 방문한 영화인들은 첫 걸음을 떼려는 영화제에 축하의 덕담을 보내면서도, 불편한 마음 역시 숨기기 않았다.

영화제의 개막일인 28일은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이 환경부의 승인을 얻어 환경단체들과 산악인들의 마음을 어둡게 한 날이었다. 환경 관련 다큐를 개봉한 한 독립영화 감독은 "하루 종일 일이 손에 안 잡히다가 (케이블카 사업 추진안이 통과됐다는) 비보를 접하고 엎드려 울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개막식장 입구에서는 영남 알프스케이블카 설치를 위한 서명운동이 진행되고 있었다. 조직위원장인 신장열 울주군수도 언론 인터뷰에서 영화제의 발전을 위해서는 케이블카 설치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개막식에 참석한 최열 서울환경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주변에 포크레인이 멈춰 서 있는 모습이 보기 안 좋았다"며 영화제 주 공간인 복합웰컴센터 신축을 이유로 많은 산림이 훼손된 것에 대해 불편한 심정을 나타냈다.

 지난 8월 28일 울주세계산악영화제 개막식장 앞에서 진행돼 영화제 성격과 부조화를 이룬 영남알프스 케이블카 서명운동

지난 8월 28일 울주세계산악영화제 개막식장 앞에서 진행돼 영화제 성격과 부조화를 이룬 영남알프스 케이블카 서명운동 ⓒ 성하훈

국내 한 영화제의 집행위원장도 "(영화제가) 개발의 불쏘시개 같은 느낌만 드는 게 많이 불편하다"고 말했다. 한 제작자는 "영화제가 (개발) 마케팅에 이용되고 있는 느낌"이라고 했고, 독립영화 감독은 "울주군이 (영화제를) 이벤트로 활용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부산지역의 한 영화 관계자는 "지난해 울주군청에서 영화제 관련 회의를 할 때 참석했었는데, 많은 사람들이 환경 파괴 등을 이유로 반대했지만 울주군수가 밀어 붙였다"고 전했다.

또한 "이 같은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지역 출신 인사인 박재동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를 추진위원장에 선임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박재동 추진위원장은 지난해까지 환경영화제 공동집행위원장을 맡기도 했었다.

환경 파괴와 영화제는 한국영화의 정서상 공존하기 어렵거니와 산악영화제라는 특성과도 맞지 않는 부분이다. 무분별한 개발로 대표되는 4대강 사업이 강행될 때, 영화인들의 카메라는 4대강 사업에 반대하며 투쟁하는 사람들의 편에 서서 개발의 이름으로 환경을 파괴하는 자들을 고발했다. 올해 영화제의 상영작이었던 다큐멘터리 영화 <밀양아리랑>은 이런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한편 이에 대해 울주산악영화제 관계자는 "영화제를 대하는 영화인들과 지역주민, 군청의 생각이 각기 조금씩 다른 면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울주세계산악영화제 케이블카 밀양아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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