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부터 포털 사이트 네이버에 연재되고 있는 웹툰 <치즈 인 더 트랩>

2010년부터 포털 사이트 네이버에 연재되고 있는 웹툰 <치즈 인 더 트랩> ⓒ 누룩미디어, 순끼


tvN 드라마 <치즈 인 더 트랩>(이하 <치인트>)가 방영 전부터 연일 화제에 오르고 있다. 캐스팅 상황이나 대강의 내용 정도만 알려지는 타 드라마들과는 달리, <치인트>는 캐스팅 과정에서의 설왕설래부터 시작하여 출연자 상견례, 대본 연습, 첫 촬영 날짜 등 제작 과정이 낱낱이 공개되고 있다.

<치인트>가 이렇게 화제를 불러 모으는 이유 중 하나는 동명의 인기 웹툰이 원작이기 때문이다. 2010년 연재를 시작해서 한 포털 사이트의 대표 웹툰이 된 덕분에 <치인트>의 드라마 제작 소식은 많은 <치인트> 팬들의 기대를 모았다. 드라마로 제작된다는 소식이 알려진 것과 동시에 웹툰 댓글에는 웹툰 자체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누가 캐스팅되어야 한다는 댓글이 달릴 정도였으니, <치인트> 드라마 제작에 대한 팬들의 관심이 얼마나 뜨거웠는지 알만한 일이다.

먼저 완벽한 남자이지만 이면에 어두운 성격을 감추고 있는 남자 주인공 '유정' 역으로 어울린다는 평을 받아 왔던 배우 박해진이 출연을 결정하자 팬들은 환호했다. 그러나 배우 김고은, 서강준, 이성경 등이 줄줄이 캐스팅되는 과정에서 의견이 갈리기 시작했다.

드라마가 본격적으로 촬영을 시작하기 전부터 캐스팅에 지나친 관심을 보인 탓에, <치인트> 팬들을 두고 '치어머니'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할 정도였다. 드라마에 원작의 팬들이 이래라저래라 간섭하는 모양새가 마치 시어머니의 그것과 비슷하다는 이유에서 붙여진, 웃지 못할 별명이었다.

원작과의 싱크로율이 능사가 아니다

그러나 사실 원작을 가진 드라마의 성공 여부가 원작과 싱크로율이 높은 배우를 캐스팅하는 데에만 달린 것은 아니다. 일례로 일본 만화 <노다메 칸타빌레>(이하 <노다메>)의 한국판인 KBS 2TV <내일도 칸타빌레>(2014)의 실패를 보자.

<노다메>는 일본서 만화로 인기를 얻은 데 이어 드라마, 영화로 제작되며 크게 성공했다. 인기는 한국에서도 팬덤을 거느릴 정도로 컸다. 때문에 <노다메>가 한국에서 드라마로 만들어진다고 했을 때, 캐스팅 단계에서부터 잡음은 엄청났다.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된다'는 이야기가 끊이지 않았고, 결국 처음부터 누리꾼의 가장 큰 지지를 얻었던 배우 심은경이 주인공에 낙점됐다.

그러나 <내일도 칸타빌레>는 앞서 일본서 제작된 드라마 <노다메>를 어설프게 따라가는 우를 범하며 흥행에 실패했다. 패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일본의 감성을 한국적으로 풀어내지 못한 대본과 연출의 탓이라는 평이 가장 많다.

최근 방영 중인 MBC <밤을 걷는 선비> 역시 아쉬움이 남는 드라마다. 동명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이 드라마는 '조선 시대에 흡혈귀가 존재했다'는 독특한 설정으로 방영 전부터 기대를 모았다. 주연 배우 이준기는 이 독특한 설정을 100% 이해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시청률은 7%대를 오가고 있다.

문제는 드라마의 구조다. 원작 만화의 서사에서 벗어나 독창적 이야기를 선보이겠다 했지만, 드라마 <밤을 걷는 선비>는 원작을 뛰어넘는 전개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세계관은 협소해졌고, 사건들은 평이해졌다. 그 결과 만화가 주었던 신비롭고 음습한 기운이 드라마에선 사라졌다.

지금은 홍보보다 드라마 자체를 고민할 때

 tvN <치즈 인 더 트랩>의 네 주인공.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배우 박해진, 서강준, 김고은, 이성경.

tvN <치즈 인 더 트랩>의 네 주인공.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배우 박해진, 서강준, 김고은, 이성경. ⓒ 이정민


물론 만화와 드라마의 이야기 구조는 다르다. 이 때문에 만화의 기승전결을 그대로 드라마에 구겨 넣으려고만 하는 것도 경계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문제는 원작이 가진 감성이나 분위기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면서, 어설프게 원작의 설정만 빌려오는 경우다. 이럴 경우 좋은 소재를 가지고도 원작의 매력을 살려내지 못하며, 그렇다고 원작과는 또 다른 매력을 창조해 내지도 못할 가능성이 크다.

물론 원작의 느낌을 충실히 재현해 폭발적인 반응을 얻은 드라마도 있다. 지난해 방영된 tvN <미생>이 그 예다. 윤태호 작가의 원작 웹툰의 느낌을 그대로 TV 속에 담아낸 <미생>은 원작서 느꼈던 공감대를 브라운관에서도 느낄 수 있게 했다. 결국 <미생>은 케이블 채널임에도 두 자릿수 시청률을 올렸으며, 지난해 제작된 드라마 중 가장 훌륭한 드라마를 꼽을 때도 빠지지 않는 작품이 되었다.

다시 <치인트>로 돌아오자. 원작 웹툰만 놓고 보자면 웹툰으로서의 몰입도는 충분하지만, 드라마로서의 이 이야기가 얼마나 극적으로 전개될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는 게 사실이다.

연출과 대본, 그리고 연기의 삼박자가 맞을 때 '웰메이드 드라마'는 탄생한다. 반대로 방영 전부터 언론에 과도하게 노출되는 것은 웰메이드 드라마를 만드는 데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 진정한 승부는 드라마가 방영 전부터 얼마나 화제가 되었는지에 달린 것이 아니라, 첫 회가 방송되는 그 시점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치인트>는 기억해야 할 것이다. 매일 어떻게 하면 화제에 오르내리게 할지 고민하기보단, 원작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브라운관에 옮길 것인지를 고민하는 편이 더욱 현명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우동균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entertainforus.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합니다.
치즈 인 더 트랩 박해진 김고은 서강준 이성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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