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성향 누리꾼의 줄기찬 비난에도 불구하고 종합편성채널과 케이블 채널의 스타로 자리잡았던 강용석. 그도 결국 <디스패치>의 벽은 넘지 못했다. 파워블로거 A씨와의 불륜설이 제기된 후에도 강용석은 꿋꿋했지만, <디스패치>가 강용석으로 추정되는 수영장 사진과 A씨와 나눈 것으로 보이는 휴대폰 메신저 사진을 제시한 후 모든 방송에서 하차했다. <디스패치>는 이것을 '불륜의 증거'라고 주장했지만, 강용석은 전면 부인 중이다.

2010년 여성 아나운서를 향한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이후 파란만장한 수 년이었다. 무차별 고소 남발과 박원순 서울특별시장 아들 주신씨에 대한 병역의혹 제기, 이어 JTBC <썰전>과 TV조선 <강적들>로 상징되는 종편 최대의 수혜자, 방송에 등장해 주목을 받은 그의 아들들, 불륜설에 의한 추락 등.

대통령을 꿈꿨다지만, 설령 지금까지 그 여지가 있다고 치더라도, 불륜설은 그의 꿈을 한 방에 날리고도 남을 것으로 보인다. 불륜설이 사실이든 아니든 의미가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야권 성향 누리꾼들은 인터넷에 몹시 친숙하다. 강용석을 언제든지 공격할 준비가 돼 있다.

그런 그가 성추행 혐의로 입건된 개그맨 조원석의 변론을 맡기로 했다고 한다. 그런데 강용석 측 반응이 의미심장하다.

"이번 사건의 진행과정에서 조원석씨가 연예인이었다는 이유만으로 일반인이라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인권침해 모욕이 발생한 점에 대해 일정 부분 짚고 넘어갈 것이다."

그런가 하면 불륜 의혹에 대해 악성 댓글을 남긴 누리꾼들 약 200여 명을 고소할 것이라고 한다. 고소 기준은 가족에 대한 악의적 내용과 원색적 비난. 불우한 환경을 극복하고 보수정당 국회의원이 된 젊은 보수 정치인이었던 그가 어쩌다가 이런 좌충우돌 행보를 보이게 된 것일까?

빠른 두뇌회전의 명암

 <썰전>에 출연 중인 강용석 전 국회의원.

<썰전>에 출연했던 강용석 전 국회의원. ⓒ JTBC


강용석은 경기고-서울대 법대-하버드 대학교 로스쿨 등 입이 떡 벌어지는 학력을 가지고 있다. 이어 사법시험을 거쳐 변호사가 됐고, 참여연대 활동 경력도 있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이어 2008년 18대 총선에서 국회의원이 됐다.

그는 이후 숱한 사건사고에 휘말리면서 독특한 면모를 보인다. 성동격서(聲東擊西)식 기습 작전, 즉 A로 인해 위기에 몰렸을 때 B를 두들기거나 시선을 돌려 주목을 받는 방식을 선호했다.

여성 아나운서들을 향한 발언으로 도덕적인 비난과 법적 소송에 휘말리자 박원순 서울시장에 대한 학력의혹과 아들의 병역의혹을 제기해 여권 성향의 사람들을 몰고 거리에 나서는 모습을 보인다. 그러다가 1·2심에서 법원이 '집단 모욕죄'를 인정해 강용석에게 의원직 상실형에 해당하는 징역형을 선고받자 갑자기 KBS 2TV <개그콘서트> '사마귀 유치원' 코너에서 "국회의원이 되려면 집권 여당의 공천을 받아 여당의 텃밭에서 출마를 하면 된다"고 말한 최효종을 고소한다.

이후 그는 tvN <화성인 바이러스>를 통해 '고소남' 타이틀을 획득했고, <썰전>을 필두로 한 종편에도 안착했다. 야권 성향 누리꾼들은 이후 쉼 없이 비난을 제기했지만, 그는 흔들리지 않았다.

강용석이 제기했던 박원순 시장의 아들의 병역 의혹이 세브란스 병원의 MRI 촬영을 통해 근거 없음이 드러나자, 그는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사과한다. 의혹 제기가 빗나갔다면 사과하는 것이 맞다. 그런데, 여기서 강용석으서는 의도치 않은 일이 발생했을 것이다. 그동안 그의 블로그에서 그를 응원했던 여권 성향 네티즌들이 분노했다. 사과하는 과정이 워낙 빨리 일어나면서 그들과 대화하고 의견을 들으며 설득하는 과정이 빠진 것이다. 그래서 그는 좌우 양쪽 모두의 비난을 받게 된다. 바야흐로 강용석이라는 이름 석 자는 좌우합작의 상징처럼 된다.

그에게 중대한 전환의 계기가 최효종 고소 사건이다. 이후 정치에 무관심한 사람마저도 강용석 이름 석 자를 모를 수가 없게 됐고, 고소를 남발하는 '기믹'(프로레슬링에서 레슬러가 수행하는 '역할'을 이르는 말로, 최근 인터넷선 '역할' '캐릭터'의 대체어로 쓰임-편집자 주)을 만들어가며 케이블 및 종편으로 진출하게 된다. 사실상 정치적 사망 판정을 받을 수밖에 없었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스스로 '화성인'이 되는 길을 선택한 것이다.

사실 개그맨 최효종을 고소한 것은 강용석의 정밀타격이었다. '여성 아나운서들'에 대한 집단 모욕죄 공방은 법리적으로는 무리가 있었다. 모욕죄는 대상이 특정돼야 하는데, '여성 아나운서들'은 숫자가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법원도 그의 모욕죄 공방에 대해 "'여성 아나운서'라는 집단 자체의 경계가 불분명하고 그 조직화 및 결속력의 정도 또한 견고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따라서 약 300명으로 구성되는 국회의원을 비판한 개그맨 최효종을 고소함으로써, 자신이 억울하다고 강변한 것이다. 이제는 많이 알려진 사실이다.

방송인으로 안착하는가 했던 그는 이제 불륜 스캔들 의혹으로 모든 방송에 하차했다. 그리고 다시 한번 그를 향해 '좌우합작 비난'이 이는 형국이다.

돌고 돌아 다시 고소남

성공한 사람이 흔히 보이는 오류는 그 성공의 경험 때문에 유연함을 잃는다는 것이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강용석의 특유의 성동격서식 전법의 핵심은 바로 '고소'였다. 그래서인지 강용석은 가족에 대한 악플을 근거로 다시 고소남으로 돌아왔다. 개그맨 조원석의 변론을 맡은 명분도 바로 '인권침해, 모욕'이다.

두뇌회전이 빠른 그는 늘 위기 속에서 위기를 불러 일으킨 원인을 정확하게 분석해 맞춤 전략으로 헤쳐나왔다. 성희롱 의혹에 대해 법리 공방을, 병역비리 의혹이 빗나가자 빠른 사과를, 정치인으로서의 이미지가 훼손되자 화성인 기믹을, 불륜 스캔들이 제기되자 다시 법리 공방을. 빠른 판단이다.

하지만 그가 간과한 것이 있다. 그는 대처는 너무 빨랐다. 그 속도는 그를 응원하던 소수의 사람들이 감당하지 못할 속도였다. 게다가 비난 여론은 너무 견고했다. 그래서 충실한 자기 편을 만들지 못했다.

불륜 스캔들 국면에서 그는 다시 고소남으로 돌아왔다. 개그맨 조원석의 변호를 맡은 것 역시 허를 찌른 판단이다. 과거 고소남으로써 부활했던 경험은 결국 재연된 것이다. 이미 있었던 악성 여론과 <디스패치> 등 전선은 더욱 넓어졌다. 이 모두를 그는 과연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샤브샤브뉴스(http://www.sharpsharpnews.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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