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사당동 아트나인에서 열린 제7회 DMZ국제다큐영화제 기자회견 현장. 남경필 조직위원장의 모습.

서울 사당동 아트나인에서 열린 제7회 DMZ국제다큐영화제 기자회견 현장. 남경필 조직위원장의 모습. ⓒ DMZ국제다큐영화제


"영화제는 생태계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생태계에 나 같은 문외한이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건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지원은 하되 간섭은 안 한다는 원칙을 지키도록 하겠습니다."

1일 오전 서울 사당동 아트나인에서 열린 DMZ국제다큐영화제(이하 DMZ영화제)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해당 영화제 조직위원장인 남경필 경기도지사의 발언이 이어지자 박수가 나왔다. 행사 진행을 맡은 배우 박철민이 "이거 짜고 치는 거 아니죠?"라며 응수하자 장내에서 웃음소리가 들렸다.

지난해 세월호 다큐 <다이빙벨>을 상영한 이후 예산 삭감 등 외압을 겪은 부산영화제와 대비되는 풍경이다. 올해로 7회를 맞은 DMZ영화제에 <다이빙벨>보다 더 강한 메시지가 담긴 걸로 알려진 세월호 다큐 <업사이드 다운>이 한국 경쟁 부문에 올랐기에 관련 질문이 나왔고, 이에 남 지사가 분명한 원칙을 제시한 셈이다.

사실 이 원칙은 DMZ영화제 초기부터 내려온 유산 중 하나다. 전임 조직위원장이었던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역시 '간섭 없는 지원'을 내세웠고, 용산 참사를 소재로 한 <두개의 문>, 제주 강정 마을 갈등을 다룬 <잼 다큐 강정> 등이 상영될 수 있었다. 사전은 물론 이후에도 경기도 차원의 외압 논란은 없었고, 오히려 올해 들어 예산 일부가 상향조정됐다.

세월호 다큐 <업사이드 다운> 경쟁 부문 올라

 서울 사당동 아트나인에서 열린 제7회 DMZ국제다큐영화제 기자회견 현장. 조재현 집행위원장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

서울 사당동 아트나인에서 열린 제7회 DMZ국제다큐영화제 기자회견 현장. 조재현 집행위원장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 ⓒ DMZ국제다큐영화제


7년 전 DMZ영화제가 출범할 당시만 해도 영화계에선 큰 관심이 없었다. 배우 조재현이 집행위원장을 맡는다는 소식에 곱지 않은 시선도 있었다. 이를 인지한듯 조재현 집행위원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그땐 배우가 영화제의 집행위원장을 한다는 것이 느닷없어 보이긴 했다"며 "7년간 맡아오며 아시아에서 인정받고 많은 분들께 사랑받는 영화제가 됐으면 했는데, 이제 중간 정도는 이룬 거 같다"고 자평했다.

고정간첩 의혹으로 국가의 탄압을 받은 재독철학자 송두율을 다룬 <경계도시2>, 제주 4.3의 비극을 다룬 <비념>, KT 노동자들의 아픈 이면을 다룬 <산다> 등이 DMZ영화제에서 상영됐고 사회적 관심을 모았다. 국내 박스오피스 다큐 부문 최다 관객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역시 DMZ영화제의 제작 지원으로 빛을 본 작품이다.

전성권 프로그래머는 "근 몇년 간 분명 DMZ영화제는 아시아를 대표하는 다큐영화제로 성장했다고 본다"며 "특히 올해가 광복 70주년이자 분단 70주년인 만큼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전쟁에 집중했다"고 강조했다. 영화제 개막작이 통일과 평화에 대한 고민을 담은 <나는 선무다>인 점, 올해 신설된 '분단 70년 특별전'이 대표적인 예다. 개막작 선정에 대해 조재현 집행위원장은 "작품이 난해하지 않아야 한다는 원칙이 있었다. 평화라는 보편적 가치가 있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민통선 내 캠프 그리브스에서 개막식...다큐멘터리로 성찰하는 분단의 미래

 서울 사당동 아트나인에서 열린 제7회 DMZ국제다큐영화제 기자회견 현장. 왼쪽부터 전성권 프로그래머, 조재혀 집행위원장, 배우 유승호, 채수빈, 남경필 조직위원장

서울 사당동 아트나인에서 열린 제7회 DMZ국제다큐영화제 기자회견 현장. 왼쪽부터 전성권 프로그래머, 조재혀 집행위원장, 배우 유승호, 채수빈, 남경필 조직위원장 ⓒ DMZ국제다큐영화제


이번 영화제의 또 다른 특징 중 하나는 개막식이 민통선 내 위치한 미군기지인 캠프 그리브스에서 열린다는 점이다. 2009년 제1회 때 이곳에서 개막식이 진행된 이후 두 번째다. 올해 개막식은 사전 신청자를 중심으로 1박 2일로 진행된다.

조재현 집행위원장은 "민통선 안에 있던 미군부대가 철수하고 남은 뜻 깊은 장소"라며 "이 영화제를 계기로 문화적 공간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뜻을 밝혔다. 남경필 조직위원장 역시 "경기도 차원에서도 상당한 상징적 공간인 캠프 그리브스를 예술의 무대로 활용하려 한다"며 "개막식을 통해 영화제에 관련된 분들이 서로 소통하는 의미도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각종 다큐멘터리 지원 사업도 확장했다.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사례를 언급한 전성권 프로그래머는 "약 9억 5000만원에 달하는 금액을 지원할 예정"이라며 "작년의 117편을 훨씬 웃도는 143편의 작품이 공모했고, 이중 30편이 영화제 기간 동안 경쟁 피티(Presentation)를 하게 되며 최종 15편을 선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전 프로그래머는 "여기에 신진 다큐멘터리 감독 부문을 별도로 둬 총 4편의 작품을 지원할 것"이라 덧붙였다.

한편 제7회 DMZ국제다큐영화제는 오는 9월 17일 부터 24일까지 진행된다. 총 43개국 102편의 작품이 메가박스 백석과 메가박스 파주출판도시에서 상영될 예정이다. 경쟁 부문은 국제, 아시아, 한국, 청소년으로 나뉘었으며, 비경쟁 부문은 글로벌 비전, 한국쇼케이스, 다큐 패밀리로 구성됐다. 홍보대사는 배우 유승호와 채수빈이 맡았다.

조재현 DMZ국제다큐영화제 남경필 유승호 채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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