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의 한 장면.

SBS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의 한 장면. ⓒ SBS


지난 29일 방영된 SBS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이하 <동상이몽>)에 다이어트 중독 증세를 보이는 소녀의 이야기가 소개됐습니다. 누가 봐도 그냥 표준 체형인 예쁘장한 여학생이 식사를 거르는 것은 물론, 물을 마시다 뱉는다거나 자신의 머리카락을 자르는 등 우려할만한 수준의 집착을 보이고 있었습니다. 알고 보니 초등학교 시절 뚱뚱한 외모로 친구들의 놀림을 많이 받았다는군요.

방송을 보고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로를 향한 평가적 태도를 버리고 있는 그대로 상대를 바라보는 훈련이 한국인들에게 절실하다'.

어제 방송을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한국인들의 오지랖이야 공공연한 사실입니다. 보통 '정'이란 단어 내지는 '관심'이란 말로 포장되지만 과연 그럴까요. 취업, 결혼, 자녀, 연봉 문제 등에 대해 물으면서 관심이라고 하는데 사실 이건 폭력에 가깝습니다. 명절 전후로 친지들의 오지랖에 대한 기사가 나오고 정신과 진료를 받는 이들이 일시적으로 느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는 사실입니다.

일상 속에서도 오지랖은 쏟아집니다. 머리숱, 피부, 옷차림 등등 외모에 대한 지적도 많죠. 이유가 무엇이건 이거 하난 분명한 거 같습니다. 한국 사람들은 어떤 대상을 '그냥 내버려 두는' 방법 자체를 잘 몰라요.

살찐 여자가 비키니를 입고 있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무것도 안 해도 됩니다. 회사에 게이가 있다면? 역시 아무것도 할 필요가 없습니다. 직장 상사가 화장이 너무 진하다며 뭐라 하는데 어떡하냐고요? 아무 생각 안 해도 됩니다.

거의 반사적으로 이것은 어떻고 저것은 어떻다고 점수를 매기는 분들이 있어요. 사실 한국사람 거의 대부분인 거 같습니다. '오지랖을 부리는'이들 대부분이 '오지랖을 안 부려도 된다'는 사실과 '그게 폭력'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거 같습니다. 이 부분은 교육을 통해 개선될 수 있습니다.

뱃살을 드러내고 노출이 심한 수영복을 입은 여자를 보면 '어떤 감정'이 드는 게 더 자연스럽지 않냐고 묻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럼 저는 이렇게 반문하죠. '평범한 몸매의 여성이 비키니를 입어도 과연 그냥 둘까?' 정답은 '아니다' 입니다. 어떻게든 '평가'를 할 게 분명해요.

남이 뭘 입었건 그걸 굳이 들여다보며 자신의 소감을 이야기하는 게 어떻게 자연스런 사고과정이 됩니까? 물론 한 눈에 보자마자 어떤 생각이 들 수는 있지만 매번 그런 식이라면 그 사람의 사고방식의 작동 체계 중 일부가 건강하지 못한 겁니다. 그리고 그런 생각이 드는 것과 그것을 입 밖으로 드러내는 것은 완벽히 다른 차원의 이야기고요.

왜곡된 평가 기준...신경쓰지 않아도 된다

SBS 8월 29일 동상이몽 중에서 지난 8월 29일 방송된 SBS <동상이몽>의 한 장면. 다이어트 중독 청소년의 사례가 소개돼 많은 이들의 공감과 아픔을 샀다.

▲ SBS 8월 29일 동상이몽 중에서 지난 8월 29일 방송된 SBS <동상이몽>의 한 장면. 다이어트 중독 청소년의 사례가 소개돼 많은 이들의 공감과 아픔을 샀다. ⓒ 강동희


오지랖을 부리더라도 정당한 평가의 기준을 들이대면 그나마 나은데 평가 기준 자체도 이상한 경우가 있습니다. 피부과 의사 함익병 씨의 저서 <피부에 헛돈 쓰지 마라>를 보니 백인들은 주근깨와 기미가 있는 인구의 비율도 높은데 그걸 없애려 시술받는 인구는 한국보다 현저히 낮다더군요. 다른 경로를 통해 들은 바에 의하면 미용 목적으로 피부과를 찾는 이들 중 상당수가 아무런 시술이나 복약이 필요하지 않은 상태라고도 합니다.

스스로를 비만이라 여기는 정상 체중의 한국 사람들이 상당수라는 건 이미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동상이몽>에 출연한 그 소녀 역시, 비만클리닉에서 비만형이라는 의사의 소견을 받은 상태이긴 했으나 그렇게까지 다이어트에 집착할 만큼 살찐 체형으로 보기는 어려웠어요.

의학적 기준을 떠나 그냥 보기에도 충분히 매력적이고 예쁜데도 이런 '오지랖 폭력'에 시달리며 끊임없이 거울을 보는 광경은 너무나 흔해요. '미의 다양성의 존중'같은 정치적인 이야기가 아닙니다. 한국이 '성형 대국'이 된 것이 과연 한국 사람들의 외모가 박색이라 생겨난 결과일까요? 외모 때문에 당신의 자존을 갉아먹는 사회에서 그 어느 누가 '예쁠'수 있을까요. 그 누가 '잘 생길 수'있겠습니까.

이렇게 서로를 향해 가혹한 시선을 주고받는 동안 '진짜로 필요한 관심'들은 순위 뒤로 밀리게 됩니다. 얼마 전 자신의 학생을 감금해 무급으로 일을 시키고 심지어 1억 원이 넘는 돈을 변호사까지 세워 공증한 뒤 돈을 벌어오도록 종용하고, 자신의 인분까지 먹인 강남대학교 장아무개 교수 등의 일로 나라가 떠들썩했죠. 그 학생을 구한 건, 해당 피해자의 피부 상태와 부상 정도 등으로 학대 사실을 확신하고 도주를 도운 그의 과동기의 공이 컸다고 합니다.

그런 의인이 '다리에 셀룰라이트 있는 여자가 짧은 치마 입은 거'에 대해 관심 많은 사람들의 절반이라도 있었다면, 그 학대가 2년이나 지속되고 인분을 강제로 먹는 일이 서른 번까지 지속되진 않았을 겁니다. 아동학대 사건들도 마찬가지에요. 학대 아동들은 절대로 '우리 엄마가 때렸다'고 경찰에 신고하지 않아요. 이웃에 의해 발굴돼야 합니다. 그렇기에 필요한 것이 '옆집 아이의 멍 자국이나 의류 등의 위생상태'에요. '저 집 엄마 아빠는 왜 남자애한테 빨간 옷을 입혀 다니나'가 아니고요.

그 어느 나라보다 '남이 나를 어떻게 보는가'를 신경 쓰면서, 마치 '심사위원'인듯 행동하는 게 한국 사람들입니다. 지나치게 가혹한 기준으로 자기 자신을 평가하는 것은 '현실 직시'가 아닌 그냥 '나에 대한 무자비한 폭력'에 불과하며, 이 '오지랖'이 '폭력'이란 사실을 알았으면 합니다. 더불어 남이 뭘 입건 뭘 먹건 '평가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속히 모두가 깨달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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