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을 나고 있는 이치코

겨울을 나고 있는 이치코 ⓒ 영화사 진진


<리틀 포레스트2: 겨울과 봄>은 <리틀 포레스트: 여름과 가을>의 속편입니다. 전편과 마찬가지로 이가라시 다이스케의 동명만화를 원작으로 했고, 전편에 이어 이치코(하시모토 아이 분)은 일본 토호쿠 지방의 작은 시골 마을 코모리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계절이 가을에서 겨울로 그리고 다시 봄으로 바뀌지만 이치코의 일과는 그리 크게 변하지 않습니다. 혼자 사는 집을 살뜰하게 가꾸고 농사를 하며 직접 키우고 수확한 농작물로 맛있는 식사를 만듭니다. 케이크, 떡, 수제비, 나물, 튀김, 머위 된장, 조림, 스파게티 등 종류도 다양합니다.

영화는 이치코가 요리하는 모습을 정갈한 시선으로 보여 줍니다. 추운 날씨에 이치코가 음식을 한 입 베어 물 때마다 따뜻한 김이 하얗게 올라오는데 화면을 바라보고 있으면 절로 군침이 돌 정도입니다.

내가 있어야 할 곳은 어디인가

 이치코가 만든 정갈한 음식

이치코가 만든 정갈한 음식 ⓒ 영화사 진진


전편과 다른 점은 이치코가 '자신이 있어야 할 곳'에 대한 고민을 더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계기는 바로 어머니에게 온 편지 한 통입니다. 가을이 끝나고 겨울이 시작될 무렵, 이치코는 어머니가 보낸 편지 한 통을 받게 됩니다. 어느 날 문득 집을 떠나 연락조차 없었던 어머니의 편지를 읽고 이치코는 자신이 어디에서 살아가고 싶은지 스스로 결정해야 할 때가 왔다는 것을 느낍니다. 이제까지 자신이 도피처를 찾기 위해 고향에 머물고 있었다는 깨달음을 얻었기 때문입니다. 하시모토 아이는 이치코가 겪는 내면의 변화를 담담하게 그려 냅니다.

"여기가 좋으면 그냥 살면 될 것을. 박복한 공주님 놀이를 하고 있는 거야" 다시 한 번 고향을 떠난 이치코에 대해서 친구 키코(마츠오카 마유 분)가 말합니다. 키코의 말처럼 이치코는 고향에 정착해도 좋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영화는 이치코에게 다시 한 번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는 기회를 줍니다. 이치코에게 고향에 정착한다는 것은 특별한 결단을 필요로 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에는 정직한 노동에 대한 존경심과 오랜 이웃 간의 정다운 교류, 고향에 대한 애정, 쇠락해 가는 일본 농촌 공동체 부흥에 대한 책임감이 담겨 있습니다. 영화의 결말을 보면 왜 작품이 추위를 견디는 겨울에서 시작해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봄으로 끝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영화는 일종의 성장담이기도 합니다.

영화는 마치 다큐멘터리의 한 장면처럼 광활하고 아름다운 자연의 풍경 속에 소박하고 솔직한 사람의 마음을 담아냅니다.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이 한없이 평화로워집니다. <리틀 포레스트> 시리즈의 미덕을 바로 여기에서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하상미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on-movie-monday.blogspot.kr)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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