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한 시기에 천만신화를 달성한 영화 <암살>과 <베테랑>

비슷한 시기에 천만신화를 달성한 영화 <암살>과 <베테랑> ⓒ 영화 <암살>, <베테랑>


영화 <암살>이 관객 수 천만을 돌파한데 이어 <베테랑>역시 천만 반열에 올랐다. 비슷한 시기에 두 편의 천만 영화가 나온 것도 처음이지만, 둘 다 한국 영화라는 것 역시 의미하는 바가 크다.

<암살>은 개봉전부터 초호화 캐스팅에 <타짜> <전우치> <도둑들>등을 연출한 최동훈 감독이라는 이름값으로 화제몰이를 하더니, 완성도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으며 흥행했다. 전지현은 국내 최초로 천만 돌파 영화에 두 편이나 출연한 여배우가 됐다. 그가 출연한 <도둑들>역시 최동훈 감독의 작품이었다. <암살>은 결국 <태극기 휘날리며>를 제치고 역대 흥행순위 8위에 오르는 저력을 발휘했다.

류승완 감독의 <베테랑>의 흥행은 더 놀랍다. <암살>에 비하면 화제성이 덜 했음에도 올해 최장기 1위 기록도 다시 썼으며, <암살>과 비슷한 시기에 천만 돌파를 달성했다. <암살>보다 더 많은 관객을 동원할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두 쌍끌이의 묘한 공통점

 영화 <암살> 속 친일파 염석진(이정재 분).

▲ 영화 <암살> 친일파 염석진 영화 <암살>친일파 염석진(이정재 役) ⓒ 강동희


 영화 <베테랑>의 한 장면

영화 <베테랑>의 한 장면 ⓒ (주)외유내강


이 쌍끌이 흥행을 이끈 두 영화를 살펴보면 묘한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물론 전개 방식과 내용은 전혀 판이하지만, 그들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살펴보면 관객들이 어떤 영화를 원하는지를 알 수 있다. 두 작품 모두 부당한 권력에 대한 투쟁과 그 투쟁이 성공으로 향해 가는 과정을 통해 관객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전달하는 공통점이 있다.

독립군의 이야기를 다룬 <암살>이 집중하는 건 그들이 나라를 위해 얼마나 희생했느냐, 혹은 일본이 어떻게 무너져 가는가가 아니다. <암살>은 차라리 한 에피소드에 중점을 둔다. 바로 친일파 제거 계획이라는 거대 목표를 설정한 뒤,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과정에 방점을 찍었다. 이 과정에서 부각되는 것은 일본이 얼마나 악독하고 독립군이 얼마나 희생했느냐 하는 교과서적인 내용보다는, 그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액션과 긴장감이다.

애국심을 내세울 만한데도 <암살>은 그걸 살짝 피해감으로써 오히려 부담을 줄였다. <암살>이 집중한 것은 비록 현실이 아닐지라도 그들이 임무를 완수하고 결국 배신자를 처단하는 마지막 카타르시스다. 그들의 고군분투에도 불구하고 독립은 다른 요인에 의해 일어났지만, 그들은 끝까지 절대 권력을 처단하는 불가능해 보이는 임무를 완수해 낸다.

그런 과정에서 '독립'이라는 명제보다는, 그들이 한 사건 안에서 권력자들을 무릎 꿇리고 그들을 배신했던 인물마저 처단하는 과정을 강조하면서 영화를 보는 사람들의 마지막 감정을 찝찝하지 않게 만드는데 성공한다. <암살>은 이야기 구조를 '사건' 자체 보다는 '캐릭터'에 맞추면서 그들 안에서 이야기의 기승전결이 모두 완결될 수 있도록 했다. 그리하여 마치 <암살>에 나오는 캐릭터들의 동선에 의해 독립 과정이 전개되고, 그들로 인해 독립의 마지막이 완결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베테랑>역시 이런 면에서 암살과 다르지 않다. 재벌이라는 절대 권력을 내세웠다. 영화 속 재벌 조태오(유아인 분)는 악독하고 비열하며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도 않는다. 그런 그에게 권력이 주어지자 그의 악행은 도를 넘는다. 유아인의 연기력이 얼마나 훌륭했느냐 와는 상관없이 조태오라는 인물은 악역의 전형을 보여준다.

조태오를 처단하는 과정이 즐거울 수 있는 것은 그가 좀처럼 무너지지 않는 '절대 권력'을 가진 인물이기 때문이다. 비록 현실에서 재벌을 무릎 꿇리는 것이 녹록치 않다 할지라도, 관객들은 그 절대 권력이 무너지는 과정을 즐긴다. 왜냐하면 영화 속에서 조태오는 단 한치도 동정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악독하기 때문이다. 그 악독함 속에 관객들은 그가 무너지는 과정을 지켜보며 마음 놓고 속으로 비난하고 손가락질 할 수 있다. 그런 이야기 구조속에서 관객들은 묘한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사실, 여전히 삶은 팍팍하고

 영화 <암살> 중 한 장면.

영화 <암살> 중 한 장면. ⓒ (주)쇼박스


 영화 <베테랑>의 한 장면.

영화 <베테랑>의 한 장면. ⓒ cj엔터테인먼트


사실 현실에서 권력이 무너지든 아니든 여전히 삶은 팍팍하고 그 권력이 무너진 자리엔 또 다른 권력이 득세하기 마련이다. 사회 구조 자체가 바뀌지 않는 한 악순환은 반복된다. <암살>의 카타르시스와는 다르게 독립은 미국의 힘에 의해 일어났고, <베테랑>의 희열과는 상관없이 재벌은 쉬이 무너지지 않는다. 혹여 그런 권력이 한 두개 무너져 내린다 하더라도 그것이 우리의 더 나은 삶을 보장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지금 관객들은 누군가를 탓하고 싶다. 그것이 비록 영화 속의 환영이라 할지라도 누군가가 무너지고 세상이 조금은 더 나은 방향으로 바뀐다면 자신의 삶도 바뀌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사실 삶 자체를 바꾸는 것 보다는 자신의 행동이나 생각 패턴을 바꾸는 게 훨씬 더 나은 선택일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기회조차도 거세당한, 아니 그렇게 느끼게 만드는 사회 속에서, 누군가를 지탄하고 규탄해야 속이라도 시원한 분위기마저 어떻게 할 수는 없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권력에 끊임없이 도전하고, 결국 권력을 무너뜨리는 영화는 천만을 이뤄냈다.

대단한 성과에 혀를 내두르며 감탄하면서도, 한편으로 안타까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기자의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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